딱 쌍계사만 둘러 내려와야겠다 했었다
비도 많이 오고 해서 라는 핑계를 갖다 붙이며 원래 계획을 바꾸기로 했었다.
쌍계사를 둘러 보다 접어 든 길이 불일폭포 가는 길.
잠시 망설였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는 있었지만 더 많이 내린다는 예보도 있고 산쪽으로 깊이 들어가는 길이라서 더욱
망설임은 길었다.
그런데 앞을 가로질러 가는 부부 한팀이 가벼이 우산만 들고 불일폭포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완전무장을 한 내 꼴이 부끄러워 무거운 발걸음을 일단 먼저 돌리고 봤다.
걸었다.
비는 보슬보슬 쉬지 않고 내렸다.
다행스럽게 올라가는 길 질척임은 없었다
화엄사의 돌계단과 돌이 박힌 길처럼 이 길도 돌계단과 돌이 촘촘 박힌 길이다.
아~ 내려올 때 다리 무지 아프겠다.
지리산이여! 정말 나의 접근을 이리도 거부하는 게요??
돌! 돌! 돌!
20년도 더 전엔 겨울이어서 얼어 붙은 폭포를 봤는데 물이 콸콸 흐르는 폭포를...으아~~
돌 길...또 돌 길
비는 내리고..
사그락사그락..
걷는 소리 바지가랭이 사그락소리
척척한 숲속
돌 계단
아~ 다리 넘 아포라..
지리산 오르는 길은 죄다 이런가?
화엄사 길의 악몽이..
고은 최치원이 학과 놀았다는 학소대도 그냥 슬쩍 지나치고
또 비 날리고..
앞서가던 부부를 따라잡아 씩씩거리며 먼저 걸었다.
'비도 오는데 이런 날 산속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제 정신은 아니지...'
잠시 정신을 팔다 나무 뿌리에 걸려 자빠질 뻔 했더니 정신이 번쩍.
'지리산은 혼자 다니면 안된다고 했는데 곰도 나오도 멧돼지도 나오고 위험하다고..'
막 이런 생각을 하면서 땀인지 비인지 모를 물기를 닦고 한숨을 돌리려는데
3명이 남자사람이 슥 스쳐지나간다.
잠시 긴장의 순간.
이런 날씨에 산에 오를 사람은 없을거라는 짐작이 빗나가면서 만난 산속의 남자사람
무섭다 느낀건 찰나.
"혼자 왔어요? 내 아는 사람이 혼자 지리산 왔다 산돼지 만나 식겁을 했다던데 간도 큽니더 "
이기 작업성 멘트라고 날리는 건가요 남자사람
"오맛 그래요 오늘 산돼지 임자 만났네요 하하 산돼지 한손으로도 잡게 생겼지에 팔뚝을 보이소.."
힐끗 돌아보는 3명의 남자사람
머슥하게 고개를 돌리고 후다닥 빠른 걸음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이고 문디손들 나이는 얼루 쳐묵고 저래 내빼노. 내 팔뚝이 좀 굵긴 하지만 매너가 꽝이네"
무서움이 담박에 즐거움으로 변해서 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다 다시 그 3명의 산돼지 남자사람을 만났다.
먼저 반갑네요 하니 암말 않고 쌩깐다.
'쳇 너거들 수작이 탄로나니 부끄럽제 '
(망고 혼자 생각???)
그 사람들을 지나 오려는데 지들끼리 하는 말소리 다 들린다
"아이고 생긴거는 쪼매나고 이쁘구만 입도 거칠고 팔뚝은 더 거친 산돼지 잡은 아줌마네.."
이런다..
졸지에 산돼지 때려잡은 팔뚝 아줌마로 명명이 되는 순간이였다
피식 웃음 날리고 폭포로 고!
불일평전을 지나 거친 오름과 내림의 길을 지나야 만나게 되는 폭포는 깊은 곳에 숨어있다.
첩첩산중
봄비는 짙에 내려앉고 있었다
산돼지는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험한 길을 10여분 이어졌다.
그러나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런 길이 참 좋은데...
우산을 폈다 접었다
드디어 폭포에 도착을 했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폭포는 폭포다.
지리산 10경중 하나로 높이 60미터 폭3미터의 불일폭포다
폭포 주변에는 음이온이 형성되어 공기가 맑고 건강에 좋다는 안내판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시원한 공기가 가슴을 편하게 해주었다.
음이온의 좋은 것을 느끼려는 사람들이 곧 이어 줄을 지어 내려와 후딱 자리를 떠야했다
아쉽게도.
비오는 날 누가 산에 오르랴 했던 나의 판단은 미스.
내려가는 길 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첩첩이 쌓인 산들이 동양화를 보는 듯.
불일암에서 바라보니 이런 풍경이 사로잡네.
불일폭포 초입 절벽끝에 자리한 불일암도 잠시 들러보고
밀어 닥치는 사람들 때문에 또 떠밀려 하산길에 접어 들었다.
내려오는 길 올라오는 사람들로 길이 복작복작
오르고 내리고 또 오르는 사람들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오는것이얌..
정신없이 사람들을 피해 내려오니 올라갈때 그냥 지나쳤던 불일평전이다.
오르막길을 몇십분 올라 갑자기 나타난 평전에 사실 깜짝 놀랬다.
야영도 하고 쉬어 가기도 하라고 쉼터까지 정비를 해서 만들어 두었다.
잠시 머리를 말리고 쉬었다.
쉴사이 없이 밀려 올라오는 사람들 때문에 다시 밀려 내려와야만 했다.
단체차량 몇대를 부린 건지 계속 만나는 사람들
한적했던 산 속이 사람들 소리로 왁자해졌다.
계속 만나는 사람들.
비는 어느새 잦아 들고 올라오는 사람들 숫자는 이제 셀수조차 없을 지경이였다.
한적한 산길을 예상했던 비오는 날 불일폭포 가는 길은
그 한적함과는 거리가 먼 그냥 동네 뒷산 길처럼 사람들로 꽉차고
계곡 구석구석에는 자리를 펴고 이른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울긋불긋한 색으로 먼저 봄 색을 입고 있었다.
어느새 잦아 든 비는 쌍계사 도착을 하니 거칠게 내리기 시작했고
아무 준비 없이 오르던 사람들은 꼼짝없이 비를 맞고 하산하게 생겼다.
꽃도 날리고
비도 날리고
사람들은 부처님 오신날 절 집을 찾은 숫자만큼 날리고 있던 봄 날
20년도 더 지나 만난 불일폭포야 반가웠다.
* 산돼지 아저씨들은 불일폭포가 아닌 삼신봉에 오른 모양이다
만났더라면 인사라도 해주려고 했는데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아저씨들 저 산돼지 못잡아요 팔뚝이 아무리 굵어도...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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