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추억의 빼다지

앵지밭골은 한여름 우리의 천국이였다.

하늘위땅 2012. 7. 26. 11:00

연일 폭염에 다들 픽픽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끈끈함만 없다면 더운 것도 참을만한데 이 어쩔수 없는 끈적임이여!


시원한 바람 나오는 기계를 벗어나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면 훅 몸 안으로 순식간에 파고 들어오는

열기가 잠시잠깐 숨을 멈추게 만드니 덥다고 말해도 되는 날씨련다.


생각해보면 어릴적엔 지금 보다 더 더웠던 것 같다

그래도 그 땡볕아래 뽈뽈거리면 잘도 돌아댕겼는데..

봉화산에(회원동과 석전동 뒷산쯤) 몇번씩 오르고 내리고

땀이 나도 쓱 손을 훔쳐내고 아이들과 밖에서 노는 재미에 해가 지는 줄도 몰랐는데

요즘은 우리 어릴적처럼 놀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지 않을까 싶네.


쏟아지는 햇빛의 색만 봐도 


"아휴 덥겠다 "


미리 축 늘어져버리는 기운

기계탓이리라

찬바람 솔솔

더운바람 솔솔

몸이 그냥 늘 쾌적한 상태만 기억하니 더운 밖에 나가면 맥을 못추고 조절도 못하는 병은.


어릴적 여름엔 일요일은 완전 신나는 날

해가 뜨면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노란 알미늄도시락에 밥과 김치만 챙겨 담고 커다란 고무다라이에 빨래감들을 담아서 집을 나선다.

일찍 나서서 계곡에 가야 우리가 원하는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신나게 놀다 올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나서는 아이들을 부모들은 제지를 하지 않았다


날도 더운데 집에서 뽁작이는 것보다 나은데다 빨래도 하고 건조까지 시켜서 가져오니

당연 엄마들은 대 환영.

꼬맹이도 언니도 오빠도 누나도 소풍 가는 맘으로 집을 나선다.


회원동 365번지 집을 나서서 회원천을 따라 무학산 쪽으로 오르면

하천변에 지어진 집들 사이로 난 돌담길을 지나고

논길도 지나고 30여분을 골짜기 상류로 오른 뒤

그늘이 있고 물이 적당한 수량을 보이면서 돌로 막아 우리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가 확보되면

찜을 하고 이고 간 고무다라이를 내려놓고 넙적한 돌부터 찾아 빨래도마를 만든다


큰언니 둘째언니가 빨래를 하고 있는 동안 제법 재빠른 동생들은

넙적한 계곡의 돌로 방처럼 반딱하게 바닥을 맞추고 담도 쌓고 본격적으로 놀이를 할 준비를 한다

철철 잘 흐르는 물에 빨래감들은 휘휘 저어가면 씻어내면 일곱식구 빨래는 순식간에 세탁 끝.


넙적하게 만들 돌 위에 하나씩 널어서 작은 돌로 고정을 시킨 뒤 햇빛에 제대로 소독을 하면서 건조를 시킨다.



지금은 너무나 좁아져 버린 앵지밭골의 모습





해가 질 무렵까지 놀 시간이 확보된 일요일


돌로 물을 가두고 놀이를 한 만한 곳에서 본격적으로 물놀이를 시작하면 얕은 그 물에서 어깨너머로 본 개헤엄도 연습 해보고

물장구도 쳐보고 물싸움도 하고 입술이 새파랗게 변할때 까지 놀다 추워지면 밖으로 나와

넙적한 바위에 등을 대고 누워 몸을 말린다.

다시 또 더워지면 물속에 풍덩.


고동도 잡고 가재도 잡고 미꾸라지도 잡고 배고픈 줄도 몰랐다.

잡은 것들은 먹을 것도 아니면서 잡아서 작은 물 웅덩이를 만든 각자의 어항에 넣어두고 깔깔거리며 가재 다리를 잡기도 했었다.


해가 중천에 뜬 것을 보고 

큰언니가 "밥 묵자" 이러면

가져간 도시락 혹은 찬합속의 찬 밥과 김치로 아주 맛나게 꿀맛같은 점심을 젖은 머리

빤질하게 탄 얼굴을 하고 행복하게 배를 채운다.


그리고도 우리들의 여름 더위 극복작전 물놀이는 지칠줄 모른다.

귀에 물이 들어가면 뜨거운 돌멩이를 귀에 대고 한쪽 발로 콩콩 뛰어 물을 빼내고

다시 물속에 첨벙..

새파랗게 입술이 변하면 뜨거운 여름볕에 몸 건조

다시 또 물 속으로..


약간 스산한 바람이 불고 하늘의 해가

무학산 쪽으로 상당히 기울었을때 잘 마른 빨래들을 걷어 고무다라이에 차곡차곡 담고

빨래망방이는 꼭 잘 챙겨서 집으로 내려간다


앵지밭골

깊은 계곡까지 왔으므로 일찍 내려가지 않으면 어둠이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니

내려갈때는 재빠르게..

숙제는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지 오래

결국 학교에 가서 후다닥 급조한 숙제를 내어 혼이 나기도 하지만

그땐 앵지밭골에서 물놀이는 즐거운 세상속으로 이끌어 주는 아주 소중한 장소였다



그리고 찬밥에 김치 점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