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살아 숨쉬는 유일한 전통마을 경주 양동 민속마을 (4)- 서백당

하늘위땅 2012. 9. 24. 11:00

제일 먼저 봤어야 할 곳을 맨 나중에 보는 코스를 잡아 땀 진창 흘리고 얼린 식혜를 단숨에 마셨더니 배는 꿀렁하고

여전히 땀을 질질 나고 몸 상태는 영 아니올시다 수준인데 무첨담 뒤 낮은 언덕을 올라 내리막길로 내려오는데

헤어졌던 외국인들을 만났다.


"아~ 하이!"


"오 하이!"


"어디 갔었어?"


"....?"


탐방지도 보면서 자기들이 다녀온 길을 주욱 손으로 그어준다

너무 열심히 사진을 찍느라 자기들이 가는 줄도 모르더라는 그래서 사부작 사라졌다는 듯 이야기를 했다

순전히 내 짐작이지만 뭐 어때..


그네들을 무첨당을 향해 가고 난 마지막 탐방지 서백당을 향해 내려갔다.

태풍의 흔적이 고스란히 길위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래서 살짝 이리 마을을 돌아보는 것이 조금 미안했다고나 할까?

식혜를 사 먹었던 집 할머니께서도 무우밭이 없어져서 집 앞에 무우를 늦게 심었는데 될란가라면 걱정을 하셨다

표 안나게 사부작 걸어서 가는 걸음을 막는 이것은!


앗! 뱀이다.






놀라긴 내가 더 놀랐는데 지가 바쁘게 도망가네..

그니까 사람 다니는 길에 나오면 어짜니 배미야!!






언덕을 내려오니 바로 눈에 들어오는 서백당


서백당은 양동마을 가장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무남독녀였던 처를 따라 처가살이 하러 들어온 손소가 지은 집이다.

소나무 처마를 뜻하는 '송첨'이라고도 부르는데 옛 선비들은 처마 끝에 소나무를 매달아 햇빛도 가리고 

은은한 솔 향기도 즐기는 운치 있는 생활을 했단다.


지금은 손씨 집안 대종가의 종손이 살고 있다고 한다.

행랑채, 살림채,사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종가치고는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선비 집 답게 간결하고 소박하달까?

살림채는 다른 양반 집들처럼 안채와 사랑채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살림채에 사랑채와 안채가 네모난 안마당 둘레로 서로 붙어 있다.





입구에서 슬쩍 딜다보니 '서백당' 당호가 붙은 사랑대청과 작은 담 그리고 사당문이 보였다.


'저 담이 안채와 사랑채를 구분짓은 그 담이구나.'


내외담 ㅎ

담의 용도라기 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주는 듯.




 


일자형 행랑채와 한 단 높은 살림채 그리고 작은 마당.


입구에서 만난 오토바이 타고 온 어떤 아저씨(관가정 열쇠를 가졌다고 말했던 그 아저씨다)는  안채 쪽 문으로 쏙 들어갔다.


"아이고 아저씨 향단 좀 구경을....."


입 밖으로 나오려다 말았다.

향단도 못 보고 서백당에서 서성인다.





500년도 더 넘은 집인데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건재해 보인다.

세월이 갈 수록 짙어지는 나무색이 참으로 위대해보인다고 할까.





서백당은 "참을 인(忍)자 백 번을 쓰며 인내를 기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종손으로서 인내심을 기르라는 뜻이겠지요?


'송첨' 이라는 현판도 보이지요?


집터를 잡아준  풍수가가 설창산의 혈맥이 응집된 이 터에서 3명의 위대한 인물이 태어난다고 예언을 했다고 한다.

이집을 지은 손소의 아들인 우재 손중돈과 동방5현중 한분인 회재 이언적 선생이 태어났고 아직 한명이 태어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지난 500년간 과거에 합격한 사람을 200여명 배출한 손씨와 이씨가문이 여전히 양동마을을 지키고

보존하는 이유가 혹시 이 때문은 아닐까?


서백당에서 출산을 하여 나머지 한명의 위대한 인물을 배출하기 위해서.







양민공 손소 선생을 불천위로 모시고 있는 사당이 보이네.


여전히 햇빛은 뜨겁고 끈적하게 땀을 이끄니 나무아래로 슬쩍 들어가본다.

노년의 한쌍의 남녀가 들어와 나무아래 그늘로 슬그머니 들어오니 참 그늘이 좁다.




사랑채와 안채를 구분해주는 내외담이다.

이것은 물론 여자들의 공간과 남자들의 공간을 구별하기 위한 것으로 한옥에서 남자와 여자가 생활하는 공간이 분리된 것을 보여 준다.






오래된 향나무 그늘에서 서백당을 보니 맘이 고요해진다.

고택을 보고 있노라면 집을 지은 이의 맘이 그대로 들어와 집과 일체가 되어 아주 잔잔해지는 것을 느낄수가 있다

그냥 오래된 건축물이구나 하고 볼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옛날 선비들은 참으로 다방면으로 풍부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나 자신이 저 나무속에 녹아 들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아니 녹아 들어가 몇백년전 속으로 순식간에 돌아간 이 고요함.






흔히 고관대작의 화려한 기와집과는 사뭇 다른 느낌.

우리가 익히 아는 바 양반님네 집은 이렇듯 소박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뭘 보여준거야 테레비!!

아담한 집이면서 전혀 화려해 보이지도 않는데.

정말 나쁜 테레비다.





수령600년쯤 되는 향나무가 마당 한켠에 그늘을 주고 있어 참으로 고마웠다.

오랜 세월을 보내고도 시원한 그늘을 줄 만큼 넓고 깊으면서 친절한 나무다.





건물 내부는 일체 구경할 수 없어 평면도를 보면서 입체적인 집을 상상하는 수 밖에 없다.

..




위에서 보니 '서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