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1,2의 활동/사는 기 그기 뭐시라꼬?

목욕탕에서 전도라니 젠장!

하늘위땅 2013. 2. 3. 14:30

[목욕탕 블르스]


동네 작은 목욕탕

그다지 좋은 시설은 아니지만 편하고 가까워 가는 곳이다.

아쉬운데로 불편한지만...


일요일이라 갈까 말까 망설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섰다.

다행히 사람이 적다(경기 이렇게 불량스러운가)

늘 앉던 자리에 또 앉는다.

정해진 순서대로 착착 그리고 탕속으로

이른 시간이라 탕 물이 좀 맑아서 기분도 상쾌하려는 찰나

뒤따라 들어오는 할머니..

세사나 옴마야 머리도 안감고 발도 안씻고 그냥 들어오신다.


"할매요! 그리 들어오면 씻고 들어오는 우리는 머가 되나요?

머리라도 좀 감고 오시소"


"늙으면 다 그런기야 어차피 씻을건데 머다랄꼬"


"할매! 그랑께 할매들이 죄다 욕 먹지 않소 "


"아따 그 젊은 새대기 엔간하네 머리는 맨날 감지 않소"


"머리 냄새 나고 발에 묻은 거 그대로 얼굴에 온 몸에 들러붙는기 좋아요"


아! 참고 싶었다 정말이지 울 신여사 생각해서 말이다.

울 신여사야 딸래미들 성화에 절대 그러지는 않겠지만 어르신들 그러시면 안되요


뒤쪽에선 물 넘치는 소리 콸콸

말도 필요없다 그냥 가서 물 잠궜다

뜨아해서 치다보는 이 할매 뭔 짓인가 하는 눈빛이다.


"어무이 이리 물 넘기면 그게 고스란히 세금도 되고 목욕탕 비 올라갑니더

아까시소"


나 잔소리꾼도 아니고 목욕탕 주인도 아니고 그냥 손님일뿐.

울 어르신들 정말 기본적인 사회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걱정을 하는데

옆에 앉은 어무이 한분....미추어버리고 싶었다.





"..... 은혜로운..... 천안함이 저쩌고 저쩌고 4대강은 말이쥐 어쩌고저쩌고... 

절에 다니봐야.....하느님의 말씀안에..."


옴마야 이 어무이 목간통에서 전도를 하고 계신건가

귀를 막고 묵묵히 트기 시작한 손등을 보드랍게 이태리타올로 밀고 있었다.

끊이지 않는 전도활동...

나도 모르게


"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죄송합니다 이 순간에 불러서..ㅜㅜ)"


"호호호 절에 다니시는가베...종교야 머 바꿀수도 있응께..."


".....지장보살...(이것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하느님의 품안으로 들어오문 세상 도라가는 것도 다 알리주고 아프면 약도 주는데..."


좀 참아 보려했다. 그 어무이는 늘 그랬으니 오늘도 적당히 하고 그만둘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끝이 없다. 


"지송한데예 좀 듣기가 싫네예. 목욕 와서 정신 사납구로 그라지마이소. 때만 쫌 즐겁게 베끼면 안될까예"


"때도 베끼고 좋은 말씀도 듣고 두가지를 한꺼번에 하니께 좋잖아 호호호"


"지는예 됐거덩예!"


앞에 있는 바가지로 물을 떠서 몸에 촥촥 끼얹었다.

그럼에도 옆에 철썩 들러붙어 자신의 믿음을 전파하겠다는 불타는 의지로 지칠줄 모르는 그 어무이 대단해요!


좀 더 칼클케 때를 밀 수 있었는데 싫은 소리도 하기 그렇고 적당히 마무리하고 나가려니 억울한 심정이 되었다.

얼굴을 단디 익혀두면서 덜 밀린 때를 아쉬워하면서 담엔 저 어무이는 피해야지 다짐을 했다.


아들 며느리 욕하는 할매들 이해를 한다

집에서 아까워 절절 매면서 너메 물 철철 넘치게 하는 어르신들도 이해는 할 수 있겠다.

머리도 안감고 탕에 들어오는 어머니까는 정말 이해를 해주고자 노력은 하겠으나

지발 전도는 목욕탕이 아닌곳에서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