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가자 가자 봄 마중 지리산 둘레길에서 - 서당마을에서 악양 대축마을까지 12구간 엉성시럽다

하늘위땅 2013. 3. 6. 17:00



서당마을에서 일단의 휴식을 취하니 기운이 좀 오르는 것 같습니다.

부부팀과 같이 다시 길을 나섭니다.

하늘은 언제나처럼 구름 한점없이 맑기만 합니다.


그 맑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바람이라서 따뜻함과 차가움이 같이 느껴지는 것인가?


걷는 이들의 발걸음도 말간 소리가 나는 듯 경쾌합니다

모자를 쓸까 말까 잠시 또 망설이다 그냥 걷기로 합니다.


콧노래가 나오는 심사는 뭔지 룰루랄라..


"뭐가 그리 좋은가요?"


이미 지치기 시작한 부부팀의 지친 기색이 역력한 여자분이 묻네요


"글쎄요 주변을 보이소 천지가 다 조화롭고 하늘은 높고 맑으니 그 속에 우리도 조화롭지 않나요

그래서 그런가 저절로 노래가 나오네요"


부러운 눈빛을 사정없이 쏘아대는 그 여자분


발걸음 또한 가벼우니 아득히 보이는 높은 산 어디쯤이 신촌재일까 더듬어 봅니다.





서당마을에서 저 위쪽 저수지까지는 도로를 걷게 됩니다.

그러다가 저수지 뚝으로 난 길을 타고 가면 됩니다.





화살표를 따라 우계저수지 뚝길을 건너 저수지 둘레길을 걸어서 가면 됩니다





우계저수지 물이 시퍼렀습니다.


"아이고 무시라 시퍼런 물이 달겨드는 것 같네요"


물이 무섭네요 이상하게도




우계저수지 둘레길을 걸어서 산골짝으로 골짝으로 자꾸 걸어갑니다.

계속된 쎄멘 포장길이 조금 불편합니다.

응달의 바람도 날카롭기 그지없습니다.





이쪽 골짜기도 죄다 매실나무입니다.

꽃망울이 몽글몽글 뭉치기 시작했네요

발바닥은 불이 날 것 같지만 봄이 깊어져 매화꽃이 만개한 그 날을 상상하니 참으로 향기로운 걸음이 됩니다.





양지바른 곳의 개구쟁이 같은 홍매화가 얄궂게도 한놈이 먼저 피었네요


"얄궂은 녀석이로다. 어찌 홀로 피어 이 칼바람을 맞누 ㅉ ㅉ"


돌담 아래 양달에 핀 제비꽃 빛깔의 풀 꽃이 방긋 쳐다봅니다.


서당마을에서 신촌마을까지 아주 한참을 오르막길입니다.

쉬엄쉬엄 걷지 않으면 쉬이 지치고 말 길입니다.




250 고지의 마을 신촌마을입니다.

산골짝이 이른 너른 곳은 처음입니다.

가파른 산골짝이 익숙한데..남해군을 가보고 느꼈던 신기함을 이곳에서 느낍니다.

좁다해도 넓은 곳이 우리나라 입니다.


좁은 땅인데 이리 다른 느낌을 줄 수도 있네요.




신촌마을에서 신촌재 넘어가는 시작부터 오르막이 계속 이어집니다.

해발이 좀 되는 곳인가 했는데 지도를 보니 200~300 정도군요.


다리가 모이기 시작하고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걷다걷다 물집은 처음입니다.


숨이 끝까지 차서 아주 느리게 재를 넘기위해 걷습니다.

지난 태풍때 없어진 길이 보수가 끝났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났습니다.


"길이 유실된 곳이 있다고 하던데 그게 어찌되었을까?"


"그래요 그라면 못 갈까요?"


"벼랑같아서 걸을수 없다고 되어 있던데 일단 가 보입시더"





자꾸 뒤로 돌아봅니더. 신촌마을이 멀어집니다.

이런 골짝까지 세멘 포장이 되어 발바닥이며 무릎의 통증이 느껴집니다.


이런길 정말 싫은데...ㅜㅜ 다리아포요.





유실된 길도 말짱하게 복구가 되었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 온건지 신촌마을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깊은 골짝까지 사람 사는 흔적이 있는 걸 보니 산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꽤나 되는 모양입니다.

먹고 살기 힘들긴 한 모양입니다.

전기도 없이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것 같은데 춥겠다.


저 끝이 재 넘어가는 곳일까요?


부산에서 온 부부팀의 여자분은 입에서 나는 숨소리 아주 거칩니다.

지쳐서 쓰러지기 일보직전 같아서


"좀 쉬다 오세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팽~ 앞으로 나갑니다.

야속타 말고 쉬엄쉬엄 오세요






다시 시야에 잡히는 우계저수지와 괴목마을그리고 신촌마을입니다.





드디어 신촌재 딱 찍습니다.

응성시럽습니다.

징글징글합니다.

무릎과 종아리 허벅지 경련이 날 지경입니다.


또 한참을 쎄멘 길을 내려서 옵니다.

내려오는 길오 엄청 불편합니다.

무릎나가지 않게 최대한 탄력적으로 걸음을 걸으려 애를 쓰면 내려옵니다.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길입니다.






먹점마을입니다.

숨어 있는 마을같습니다

저 밖에선 보이지 않는 마을이네요

마을전체가 매실나무입니다.





어느님이 매화꽃 만개했을 때 찍어 둔 먹점마을이랍니다.

하얀 매화꽃위에 둥둥 뜬 마을이 바로 먹점마을이랍니다.


아름답네요.

신촌재 힘들게 넘어 또 아프게 내리막길 걸어 와서 이 풍경은 만난다면 감탄사가 저절로 와~ 하지 않을까요.






길게 돌아오 길을 뒤에 두고 다시 또 먹점재를 향해 오릅니다.

이쯤에선 거의 목까지 인내심이 치고 올라옵니다.

아플대로 아픈 발바닥이며 무릎 걱정에 목까지 치고 올라온 역정을 누릅니다.


결코 중단하지 않겠다 걍하고 다짐을 합니다.






헉헉 숨이 머리끝까지 차고 올라왔을때 바람 심하게 불어대는 먹점재에 도착했어요

부부팀은 보이지 않습니다.




먹점재를 넘어 내려오다 보니 그렇게 궁금했던 아니 보고 싶었던 악양들판과 섬진강을 만납니다.


"이거이거 이거야 정말"


오른쪽 산에 살짝 가린 악양 너른 들이 어찌 궁금한지 견딜수가 없습니다.

미점마을로 바로 하산하고픈 맘이 굴뚝 같았으니 다 왔다 싶으니 멈출수 없었고

오기가 생겨사 중도포기는 결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살살 무릎 조심해가며 미점마을로 빠지지 않고 다시 마지막 오르막 구재봉갈림길로 향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가 왕시루봉이라고 합니다

저곳도 곧 올라보리라 다짐다짐을 합니다.


악양이다..


재 넘기전 매실나무 천지더만

이곳은 감나무 천지로구나.


과수원 사이 쎄멘포장길 괴롭고 싶지만

내 좋자고 인상 찌푸릴순 없지요

삶의 터전, 일터에서의 그네들의 편리함이 우선이니.


매화피고 감꽃 피는 봄 날

사부작 용쓰지 않고 나비같은 걸음으로 걸으면

이런 극락도 없지 싶다.


섬진강, 악양 다시 오마.




내리막길을 걷다 다시 오르막길을 걸으려니 아주 고역이였습니다.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내면서 걸어보긴 또 처음입니다.


4시까지는 내려가야 마산행 열차를 탈 수 있을텐데 하면서 걸음을 재촉합니다.

마지막 대축마을까지 산길을 기분좋게 폭삭거리며 걷습니다


다시 이어진 대봉감나무 과수원을 가로 지르는 세멘 포장 내리막길 완전 고통 100단입니다.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걷습니다


완전 지쳤네요.

입에서 단내가 납니다.

걸을땐 일체 음식을 먹지 않는데 어쩔수 없이 고구마랑 사과를 먹습니다.

쓰러지면 안되니까.


와~ 악양 들판과 마을이다..




그 유명한 악양 너른 들이 이렇군요.

사바으로 둘러 싼 산과 산아래 마을이 형성되고 가운데 평야가 떠억하니 자리를 차리하고 있네요

악양...



쎄멘 포장길 엉글진나도록 걷고 단념하는 맘 조차 잊어버리고 

신촌재, 먹점재를 쎄빠지게 넘었다.


아! 난 이거슬 보려고 온 것이였거덩.


섬진강 그리고 악양들판


'악양평야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여 외부에서 넘볼수 없는 수면같이

아름답고 광활하며 비옥한 땅이다.......악양은 풍요를 약속한 이상향이다'


박경리 선생의 책 서문에서 읽은 대목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


악! 소릴 지르고 말았다.

산속에 이런 곳이...

앞으로 섬진강 또한 아름답기 이를때 없구나.


쎄빠지게 넘어온 보람이 있구나.

감나무 과수원을 지겹도록 돌아돌아 겨우 하동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감나무 과수원을 터벅터벅 걸어서 가는 길도 괜찮습니다.

글속에서나 보았던 그 악양 들판을 보고 있으니까요.





이것이 문암송인가요?

지쳐서 싱겁게 쳐다보고 그냥 지나칩니다.






대축마을 돌담아래도 제비꽃 색의 풀꽃이 이른 봄을 즐기고 있네요

뇬석들 때문에 살짝 웃습니다.





        

아이고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지쳐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하동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입니다.

어찌나 반가운지.

남은 보리차물 따뜻하니 마시고 다리도 풀고 3시 30분 악양에서 돌아 나올 버스를 기다립니다.

버스시간 가까워 질 즈음 뒤쳐졌던 부산 부부팀도 도착을 했네요.


모두 말이 없습니다.

힘들었지만 모두 각자가 원하던 것을 느끼고 걸었던 길이였겠지요.


다시 또 와야겠다 생각을 하는 전 도대체 뭡니까!

꽃 피는 본격적인 봄 날 제대로 차비를 해서 오고 싶다는 맘이 슬그머니 한쪽에 자리를 잡고 들어앉네요.


과연 봄 날 다시 올 수 있을까요?


엉성시럽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