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황금빛 아직은 겨울 순천만에서 바람 맞다

하늘위땅 2013. 3. 30. 12:00


선암사를 둘러 보고 아랫장 구경도 하고 배도 뽕똥하게 부른 상태에서 마지막 여정 순천만으로 모녀를 실은 버스는

움직였다. 비비크림조차 바르지 않은 얼굴에 모자도 없이 삘삘거리며 부지런히 돌아 다녔는데 코 끄티가 타지 않았는지?


순천만.

매번 그냥 지나치거나 다음기회에 가리라 했었던 그 곳.


버스에서 내리니 왠 바람이 글케 불어대는지.


"하이고 신여사님 모자 씨고 썬쿠리도 끼고 손수건도 챙기야겠소"


"춥겠제?"


"글씨요 볕은 따땃해 뵈는데.."


점심을 과하게 먹은 탓인지 그 잠시 잠깐 졸았던 울 신여사님 팅팅 부은 목소리군요


"졸립나요 차에서 기다리긋소?"


"아니다 갈끼다"





바람이 휭~ 아주 거세게 길을 막아 섭니다.


"내 저짝 전망대 갈낀데 엄마는 우짤라요?"


"낸 다리 아파 몬간다 니 혼자 갔다 온나 내는 요 있으께"


"그라소 그럼 요 근처 구경하고 따신데 앉아 계시소 후딱 뛰 갔다 오긋소"


다리 아파서 멀리 가는 건 무리라는 울 신여사님 냅두고 순천만을 한꺼번에 조망 가능한 전망대를 향해 총알같이 달려갑니다.


"아이고 몬갈낀데요 가는데 1시간 넘게 걸리는데 되겠어요 안될낀데"


기사님 절대 돌아갈 시간까지 못다녀온다 가지마라 말리십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맘으로 갈대밭속으로 걸어봅니다.





일단의 갈대는 잘리고 이렇게 흉한 꼴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수요일 평일입니다.

주차장엔 많은 승용차, 관광버스가 들어차 있었는데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처럼 쉬는 날에 온 사람들인가 갸우뚱 하면서 별거에 다 관심을 둡니다.

휘청~ 바람에 몸이 날아갈 지경입니다.





저 짝 건너엔 순환열차가 다니는 길인데 그거나 탈 걸 그랬나 아주 잠시 후회를 하려고 했었는데(기다리고 있을 신여사님

때문에) 갈 길이 머니 그냥 싹 바람에 날려버리고 삐딱삐딱 걷습니다.





물광 화장을 한 듯 드러나 뻘이 아주 빤딱거리면 메롱메롱 하는 것 같습니다.


'전망대 몬 갈 껄'


이러는 것 같습니다.


고개를 들어 전망대를 보니 아득하긴 하네요





사방천지 둘러보며 디카로 폰카로 사진도 찍어야 하고 전망대도 가야하는데 쏜살같이 시간은 흐르고 있습니다.

사그락 피리리 사그락... 갈대가 바람에 몸을 가만 두지 못하고 흔들립니다.

여자의 마음을 갈대라....

그럼 남자의 마음은 뭣시라?

갑자기 뜬금없이 남자의 맘은 돌띠인가 싶네요 피.





연인들 걷는 소리 행복 미소 따뜻입니다.

까르르 여자 웃음이 바람타고 제 귀까지 전해집니다.

욱~ 뭔가 올라오려고 하는 걸 누릅니다.

담엔 꼭 손잡고 오리라 생각만 합니다.

(과연 그럴수 있을까? ㅎ)






짱뚱어 어딧니?

바람 넘 불어주시는 순천만

전망대 못간 아쉬움 뻘에 두었는데

내 눈에 보이는 건

비스듬히 나리시는 봄 볕 반짝이는 비늘 뿐이네





기억속 순천만 갈대는 아닙니다.

그땐 물 건너 저짝에서 깔짝거리다 돌아갔던 것 같은데 이리 가운데를 질러 가보긴 처음입니다.


제법 재미나게 데크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혼자라도 여길 오는 모양입니다.

검색하면 혼자 순천만 석양 찍어 올리는 사진 많은 걸 알수 있지요.









하늘향해 쭉쭉 뻗은 갈대는 말라 버렸고

뽈라지지 않고 버티고 선 것은 혼자가 아니라서 일게다.


혼자 기다리고 있을 울 신여사님은 바람에 쓰러지셨을까?

괜히 뒤 돌아 울 엄미 계실 장소를 더듬어 봅니다

(보이지도 않는데 )





봄은 아닙니다.

여전히 겨울이 머물고 있습니다 

이곳은.

추운가 하면 그런것도 아닙니다.

따뜻한가 하면 또 딱 그렇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궁리를 해도 날아서 가지 않는 이상 이렇게 노닥거리며 전망대까진 어렵겠다 싶어

발길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되돌린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시간은 착착 잘 지켜주는 착실한 모범생 티를 내고 있습니다.


저 멀리 산위에 보이는 사람들이 쬐금 부럽습니다.





저 멀리 나무를 세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해보려 용을 씁니다.

결국 세어 보지도 못하고 또 돌아보네요.





지금 들어가면 운제 나오려나 그대들

둘이 걷는 길이 참으로 즐겁소

사그락 슥슥 갈대 노래 소리 

그대들 발걸음 가볍게 해주니

무슨 또 다른 욕심이 생기리오.


지금 이순간 맘껏 사랑하시오.






오후 해가 넘어가면서 만들어주는 느낌이 더 좋아 이 시간 순천만 관람을 계획 했다는 주최측 대표의 말이 참으로 옳습니다

오전의 느낌보다 오후 해가 넘어가려 할 때 느낌이 더 황홀하긴 합니다.

석양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 참 볼 것 없고 사진 찍을 거 없다 노을이라도 보면 몰라요"


일행 중 어느 분의 말씀이 맞는 것도 같네요.

느낌이야 각자의 몫이니..전 이 순천만도 참 조으네요.





물빠져 갇힌 배

묶인 줄 없어도 움직이지 못하겠구만

긴 줄이 뻘에 묻힐판이다.


반짝반짝 넘어가는 해의 기운을 한껏 품은 이 녀석

엔가이 표티를 내거라

맨발로 푹푹 밟아 버리기 전에 ^^





한무더기 학생들이 몰려간 뒤 잠시잠깐의 적막이 시간을 뚝 멈추게 합니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 보면서 승질 벅벅 내다

자기도 모르게 검은 머리가 올라오니 엄청 행복해 하던 어떤 선배의 머리 색 같은 갈대군요


연한녹색이 올라와도 모자랄 판에 검은 색이 왠 말인지.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가 지금 하루 중 어디쯤에 왔는지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둘이 걷는 사람, 아이랑 같이 걷는 사람, 혼자 혹은 한꺼번에 우르르 갈대숲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그들은 어떤 느낌으로 걷고 있을까요?


'너메 생각이 머가 그리 궁금하댜?'


그냥.


해가 좀 더 많이 스러진 시간이였다면 더 좋았겠다 망고 혼자 생각을 하면서 바람 맞고 온 몸 꽁꽁 싸매고 앉은

신여사님을 눈으로 먼저 찾습니다.

우리 일행들은 과연 전망대까지 갔다 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