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지리산둘레길 초보 7명의 남자들과 가을길 걷다

하늘위땅 2013. 10. 7. 09:30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살짝 빗나가 갈까 말까 망설이던 지리산 둘레길을 가게 되었다.  구름은 복잡하게 얽혀 이른 새벽 하늘을 지키고 섰고 바람도 어지럽게 불어댔다. 전날 야구 마지막 경기 관람 후 뒤풀이까지 다소 힘에 부치는 일정을 소화 한 다음날이라 무지무지 몸이 무거웠지만 약속을 지키려면 4시50분 알람을 모른척 할 수 없었다.


알람에 일어나 배낭을 챙겨 집을 나서니 바람이 좀 거칠었다.


'괜찮을까?'


하늘을 내내 올려다 보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지리산 둘레길 3구간 중 매동마을에서 금계마을까지 10.3km 3~4 시간쯤 걸리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거리이다.

개인적으론 지리산 둘레길을 함축적으로 느낄수 있는 길이지 싶다.


마산에서 매동마을까지 2시간 조금 걸려 매동마을에 도착했다.

엄천강을 따라 오는 길 벌써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촉촉한 비와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매동마을에 잠시 지체하면서 둘러본 뒤 본격적인 둘레길 걷기에 나섰다.

으샤으샤.


전날의 과음으로 과연 다들 잘 걸어낼 수 있을까?

처음부터 시작된 오르막에서 다들 헉헉거리는데.




길 옆 고사리 밭의 고사리는 고생대를 연상시킨다.

고사리 숲을 지나는 느낌이랄까

남해바래길에서의 고사리 밭에도 이렇게 고사리들이 쑥 자라 잎을 하늘거리고 있겠지?

11월2일 남해바래길 소풍이 있다고 하는데.







인기 있는 길이라 그런가 이른 시간 걷기는 하는 많은 둘레꾼들을 만날수 있었다.

부부, 연인, 친구,,,,,

우리는 엔씨 다이노스 팬 모임...ㅎ








키 큰 길가의 코스모스 가을속으로 걷는 남자의 뒤태.

둘레길에서 뭐든 연출 가능.

축축한 비 냄새 흙 냄새 풀 냄새 

자연스럽게 코로 밀려온다.

맘이 팍 놓이는 느낌.






가을 남자와 코스모스 그 길위에 쌓이는 이야기.






올 때마다 매번 달라지는 느낌 하지만 자연은 그대로 늘 그자리에 있었는데 오는 사람 맘이 그때마다 달라져서 그런가.

너무 고운 코스모스 색이다.






빗줄기가 굵어지고 빗방울 수도 많아졌다.

비를 맞고 걷는 둘레길.

첫 경험이지만 지난번 한라산 우중 산행의 즐거움과 색다른 느낌이 되살아나 은근히 흥분이 되었다.





돌 퐁당 금지 푯말 앞 넘의 가게 의자와 탁자를 살짝 빌려 간식을 먹고 막걸리도 한잔 마시고 비 옷을 챙기고 우산을 펴 들고 가을 둘레길을 코스모스와 이미 벼베기 끝난 논과 저 멀리 오르락내리락 하는 비구름과 함께 걸었다.


돌 퐁당 제발 돌 퐁당 하지 마세요!








황금논을 기대했는데 조금 늦어버린 모양이다.

벼베기 끝난 논은 갈색 이른 겨울을 느끼게 한다.

그 옆으로 난 길 그 길을 걷는다.

가을속으로.






길 위에 저들은 뭘 남겼을까?

뭘 남기는가?





황금빛은 어디로 갔나 흔적만 남은 다랭이 논.





말라버린 해바라기

여름은 추억하나

씨하나 없는데 서 있는 이유라도?


만지면 바스락 소리를 내며 스러질 것 같은 해바라기.

제법 굵은 빗방울 뚝 고개속인 마른 해바라기 위로 떨어지닌 툭 꺽이는 녀석.


말없이 슥 지나는 사람들.





나마스테라는 닉네임을 가진 어떤 이가 떠오른다.

이 안내푯말 처럼 길쭉한 어떤 이.

나마스테.





등구재를 헉헉거리며 넘으니 언제나 좋은 그림을 주는 쉼터가 나타난다.

이른 시간에 출발을 했더니 10시 조금 넘은 즈음에 이곳에 도착을 해버렸다.

세상에 오전에 이 쉼터에 도착을 하다니...


주섬주섬 꺼낸 먹거리들을 그냥 마무마무 흡입을 하면서 저 멀리 구름 모자를 쓴 지리산을 바라보았다.

다들 처음 둘레길 걷기라 주변 풍경에 굉장히 즐거워 하는 것 같은데....





우리의 길은 직진이 아닙니다

옆길로 살짝.

때론 삶은 직진이 아닐수도 있으니 참고합니다.


주민 외는 옆길로.


맑은 날이였다면 옆길로 걷는 몇십분 거의 사우나 수준일텐데 비 맞고 걷는 길이 차~ 암 좋았다.





다정한 연인은 손을 잡고 비 옷을 입고 비를 맞고 걷는 길 지리산 둘레길 3구간이다.






"겨드랑이 땀 차"


그러면서도 일회용 비 옷을 벗지 않는 이유는?


빗방울이 오락가락

벗지도 입지도 못하고 그냥 걷는다.


풀 냄새가 주변에 진동을 하고 그 냄새에 어떤 감정의 동요도 일어나니 않는 상태에 접어 들었다.

무념무상.





등구재 너머 저쪽 상황마을에선 끝난 벼베기 이쪽 창원마을에서 아직이다.

착실하게 여물어 가는 벼에 내리는 비는 어떤 의미일까?





이미 벼베기 끝난 논에는 빗물이 고이고 있다.

저 멀리 지리산이 숨어버렸다.





쓰레기 봉지 빙빙돌리며 걷는 한 남자

손을 잡고 걷는 듯한 두 남자 







길 위에서 남자들도 수다가 깊다

쉼없이 궁금한 것을 서로 주고 받는다.






어..어... 그러면 안됩니다~~

전기감전 됩니다!


고추가 궁금한 것이였나

전기감전이 궁금한 것이였나


다행히 감전도 나쁜손도 아니였다.






걷다 보면

걷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


그 길은 또 하나의 역사는 되는 것.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길

자연속의 길

또 다른 나를 찾을 수 있는 길

또 다른 남을 볼 수 있는 길





나누는 대화가 없어도

같이 할 수 있는 길.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대화가 되는 길


그 길에 이야기 쌓인다.





붉은 수수밭.

황토길


공리는 없지만

8명의 추억은 알알이 맺혔다.





간 큰 두마리의 백구가 지붕에서 위협을 가하는 듯 컹컹 짖어댔다.


"머 어쩌라고!!"


금방이라도 뛰어 내려올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쳐다보는 녀석들.


"내려와내려와"


개하고도 대화를 시도하는 길 위의 사람들.






빗방울은 가끔 굵게 떨어진다.

비 옷도 접고 우산도 접고 조금 비를 맞기로 하고 금계마을로 향했다.







엄천강을 따라 다랭이 논위위 황금빛이 풍요롭다.

아른하게 보이는 저 길로 버스가 오려나.





뒤늦은 호박꽃이 왠지 안타까운 깊은 가을

우리 일행의 여행은 얼추 마무리가 되어가는 듯.

꽃아래 달린 작은 호박은 어쩔꼬.


8명이 함께한 지리산 둘레길 걷기, 7명은 처음이라는 길이 어땠을까?

힘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밋밋하지도 않은 길이라 추천을 하고 함께 걸었는데 

그들도 내가 본 것을 보고 느꼈을까?

그들의 맘까지 걱정이 되니 앞으로 이런 여행 추진은 못하겠다.


생각보다 일찍 끝난 둘레길 걷기 덕분에 일요일 오후 시간 널널하게 낮잠까지 보탤수 있었다.

깊은 가을속 지리산둘레길 걷기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