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1,2의 활동/사는 기 그기 뭐시라꼬?

가을이라서 시집을 꺼내 봅니다.

하늘위땅 2013. 10. 23. 15:00



계절이 오고 감을 그런갑다 여긴지도 언제인지 기억이 없습니다.

늘 가고 오는 것이려니 삶에 찌들어 사느라 그런걸까요?


누가 손편지 받도 싶다는 말에 아들에게 보내는 위문(?)편지 말고

가을시를 적어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연애편지 제대로 받아본 기억도 없고

보내본 기억도 없으니

이 가을 보내는 것이 참 허전합니다.


그래서 그 추억을 지금 한번 만들어볼까 싶네요


가을에 좋은 시 같이 읽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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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 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울 김상병은 손편지를 하도 받아서

그 기쁨이 덜할지도 모르겠네요

좀 뜸하게 보내볼까..하니 곧 제대하겠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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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언어의 마술사군요 시인은.

어찌 저런 단어들을 느낌과 어울리게 잘 골라쓸까요?


이런것도 배우면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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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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