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1,2의 활동/짧은글쓰기

매화와 백구이야기 -아랫집 백구는 바보인가봐- 매화가 피기 시작했다

하늘위땅 2014. 2. 25. 21:55





집 대문을 나서면 작은 화단이 길과 경사 아랫쪽 집을 구분지어 주고 있다

원래 산의 아랫부분을 주택지로 만든 곳이라 높은 곳에 위치한 집도 있고 

더 아랫쪽에 앉은 집도 있다.

문을 열면 늘 보이는 잡풀과 몇몇나무들을 예사로 보아 넘겼다

3년전 열린 오디를 보고 뽕나무가 세그루 있음을 알았고

감나무를 따는 동네 어르신들을 보고 감나무도 열매를 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이름 모르는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향을 날리고 있었다.


매실나무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그제 요리학원을 걸어서 가려고 집을 나서 산복도로 아랫길을 택해 걸으려다

곁눈으로 뭔가 보이는 것에 발걸음을 멈추고 뒷걸음 질 쳐서 보게 되었다.

작은 꽃몽우리가 세사나 오글오글 달린 매실나무가 아닌가.






"옴마야! 우찌 이걸 못 봤노 그 긴 세월을"


혼자말이 좀 컸나

아랫집 백구가 억시 씨게 짖는다


"조용해라이 니는 맨날 보는 사람도 모리나!"


알아묵을리 없는 백구 

아랑곳없이 꽃보기에 정신이 팔렸었다.


담날도 보고

오늘도 보고





어제 오늘 날씨는 완전히 봄이였다

그래서 그랬나 매화꽃이 팡팡 터지고 있었다.


"하룻밤사이 이렇게 많이 폈네"





향기를 맡으려 허리를 숙여 가까이 다가가다 식겁했다.

한쪽 다리로 힘을 주고 섰다가 비끗하는 바람에 앞으로 자뿌라질뻔 한 것이다.



"헉! 식겁했네"


그 순간 아랫집 백구 문앞에 누웠다 폴딱 뛰어 와 또 짖는다


"백구 조용해! 맨날 보는 얼굴도 모리고 그랄끼가?"


알아듣지 못하는 백구는 동네가 떠나갈 듯 짖는다


"하이고 너미 들으면 도둑 든 줄 알긋네"





금방 활짝 피어 버릴 매화를 찍어 보려고 시끄러운 백구 소리를 무시했는데

멈출줄 모르는 개 짖는 소리에 성가시럽기 그지 없었다.






컹컹컹

아줌마 거어서 머해

컹컹컹


울집에 너머다 보지마 컹컹


짖는 백구 너무하네





백구 짖는 소리 온 동네 들썩이게 만들고

노란 수술을 활짝 편 매화는 조신하다

미세 먼지에 가리기 시작하는 해는 야속하고

스스로 놀라 그 자리를 떴다.





돌아서 가려다 또 짖는 백구

니 바보가!


주인이 들으면 꼭 내가 잘못한 줄 알거아이가


간다 가





비 온다는 일기예보가 딱 맞을까?


퍼진 햇빛이 스산한 화요일

귀에 남겨진 백구 소리

눈에 아련거리는 매화의 노란 꽃수술

얇게 입은 옷이 약간 후회가 되었던 저녁땀.


내일이면 더 많은 매화가 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