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온 지 두달이나 다 되었는데
그렇게 쌓였다는 눈을 보지 못했다
고내리는 바닷가라 그런가
눈이 내리기는 했지만
금방 녹아버려서 쌓인 눈을 보는 건
멀리 보이는 한라산에서만 느낄수가 있다
연말이라 이래저래 바빠서
휴무일도 없이 일을 하다가
볼 일이 생겨 하루 쉬는 날
후딱 일을 처리하고
어리목으로 산행을 떠나는 팀 꽁무니를 따라갔다
해도 나고 날씨도 따숩고
산에 오르기엔 정말 딱 좋은 날이였다
딱 좋은 따스한 날이였다.
아! 이런 해 얼마만인가.
맘껏 해를 쪼이리다.
740번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바쁘게 어리목을 향한다
그 무리속 한명이 되어 걸었다
길 양옆으로 쌓인 눈은 저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이런 높이의 눈을 본 적이 있기는 하나?
'안전을 위해 아이젠을 착용하세요'
다행히 배낭엔 상시 대기중인 아이젠이
있었기 망정이지 클날뻔 했다.
뽀드득 소리가 아주 상쾌하다고 느꼈다
이 순간엔
날이 너무 따셔서 그런가
눈이 녹기 시작했다.
아이젠을 착용한 발도
슬쩍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도 녹는 제주의 날씨
겨울과 봄을 걷는 듯했다
물론 기분은 날아 갈 듯 했고
몸은 무거웠다.
어리목에서 30분이면 어승생악에 올라 갈 수 있다는
안내는 뭔가 잘못 되었다 싶었다
가도가도 끝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눈길이 이리 힘들었나 싶었다
땀은 땀대로
몸은 몸대로
각자 난리였다
"이건 무리였어 "
"어리목 영실 아닌것만 해도 어디야"
"아휴 생각없이 따라오는 것이 아니야"
"가보자 그냥"
드디어 어승생악에 도착을 했다.
건너편 한라산은 또 구름에 갇히기 시작했다.
백록담을 숨었고
윗세오름도 사라지고 있었다.
제주의 해는
숨박꼭질의 달인이라
언제 숨어 버릴지 모르고
언제 나올지 모른다
깊은 발자국을 남겨야지
어승생악.
주변을 서성이던 까마귀 한마리
떠나지 않고 자꾸 맴돈다
"저 까마귀 와저라노?"
"사람들이 하도 먹을 것을 던져주니까
사람오문 뭐 달라고 그런단다"
"옴마야 얄굿다
새 대가리라 케도 그기 아인갑다"
바람 불어 제끼제
까마귀 빙빙 돌며 가까이로 다가왔다
부리로 쪼을 듯 쪼을 듯
"야 어서 내려가자
까딱하면 까마귀한테 물리겠다"
암것도 안주고 내려가는 우리 뒤를
까마귀는 계속 맴돌며 따라왔다
금세 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덮혔고
바람은 거칠어 졌다
날씨가 정말 종잡을수 없구나
서둘러 내려가지 않으면
눈이나 비를 맞겠다 싶어
내려오는 길
질퍽해진 눈 길에
미끄러지지 않으려
애를 썼더니
허벅지가 경련이 일어나려고 했다.
눈길 걷기
만만하게 보다간
큰 낭패를 당하지.
단단히 차비를 하여
담엔 정상을 찍어 보는 걸로.
"아이고 구름이 꽉 끼있다
귀곡산장이 따로 없네"
.
'★오여사의 제3의 활동 > 야금야금 제주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올레 15코스 - 입춘에 나섰던 역올레 (0) | 2015.02.07 |
---|---|
제주 올레 8코스 다시 걸어 보니 (0) | 2015.02.01 |
[버스로 제주 둘러보기] 서귀포 강창학 야구장과 한국야구명예의 전당 (0) | 2014.12.05 |
[버스타고 제주여행하기] 사려니 숲길 걸어보기 (0) | 2014.11.26 |
요즘 아주 뜨거운 곳 제주 애월 더럭분교 갔다 오기 (0) | 2014.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