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1,2의 활동/사는 기 그기 뭐시라꼬?

제주살기 - 몰아서 쉬는 날 영실에 단풍 구경을 갔더니

하늘위땅 2016. 11. 3. 22:38




밀린 휴무를 하루 걸러 쉬게 되었다


가을인데...


육지의 가을은 사정 없이 밖으로 내 몰아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제주에선 피곤에 찌들어 가을이라 밀린 잠 자기 딱 좋았다


밍기적 그냥 잠이나 잘까 하다가 꿈결인 듯 잠결인 듯

'한라산 단풍 안볼거야!'

라는 속삭임에 후다닥 일어나 급하게 배낭을 꾸렸다


날씨가 어떤지 생각지도 않고 되는데로 준비를 하였다

보온병이 없어 따뜻한 물을 못가져 가는 것이 내내 아쉬웠다



급하게 알아본 바로는 중문에서 출발하는 740번 1100 도로 버스는

7시 45분이 첫버스였다


너무 늦은 출발이 예상 되어 할 수 없이 눈물을 버금고 거금을 투자하기로 했다

카카오택시를 이용해 차를 호출 했다

2분만에 도착한 택시는 영실까지 미터요금으로 못가고 딱 두배를 달라고 했다

 25,000 원을 주셔야 간단다.


잠시 망설였지만 메고 온 배낭이 아까워 "가입시더" 했다


카카오 택시를 어떻게 이용하게 된거냐 묻는 기사님이 말끝마다 

여사님이란다....푸하~


"제 나이에 카카오택시 사용하는 것이 우습지예"









> 영실 단풍은 어디로 갔나요




해도 뜨기 전 영실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스산한 바람이 온 몸을 감싸며 추위를 느끼게 했다


다소 얇은 옷차림이 신경이 쓰였지만 다시 돌아갈 수도 없게 된 상황이 되어버렸다

대충 스트레칭을 하고 또박또박 걸음을 옮겼다



> 저멀리 산방과 바다가 희뿌옇게 보인다




모자까지 챙겨 썼더니 추위를 조금 덜 느끼게 되었다


겨울도 아니고 가을도 아니고 겨울과 가을이 함께 하는 날이였다

먼저 온 등산객들은 줄을 서서 오르고 있었다

입김이 허옇게 퍼졌다


오돌오돌 떨면서 걸으니 땀은 커녕 드러난 살을 어떻게든 감추려 몸을 움츠렸다




>천국의 계단인가? - 영실




단풍구경을 왔는데 어라~~ 단풍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앙상한 나뭇가지만 추위에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남은 이파리는 말라서 고운 색으로 물들지도 못했다


"단풍은 파이다!"


또 여기서 잠시 고민을 했다


'그냥 내려가? 말어?'


생각을 지들끼리 싸우고 내 몸은 앞으로 나아갔다.

춥기는 하다.








올라오던길 잠시 멈추고 뒤돌아 보니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다들 와~~~! 감탄에 어쩔줄 모른다


바람이 구름을 몰고 왔다


"선잣지왓엔 비가 오는 것 아닐까요?"



알수 없는 한라산의 날씨.


다들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무계단을 오르고 오르고 한시간여 

키 작은 나무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을 지났다

물도 철철 넘치고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서 온 듯한 나무를 또 만났다





>선잣지왓에서 바라본 한라산 





몇년전 동생들과 올랐던 영실은 안래과 비 구름에 갇혔었는데.

다행스럽게 흐린 하늘이 차츰 맑아졌다


발걸음을 서둘렀다

윗세오름에 들렀다가 어리목으로 하산하는 길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드디어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을 했다








라면과 막심골드 커피를 시켜서 단숨에 들이켰다

추위가 조금 가셔지는 듯 했따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먹는 라면의 맛을 참 뭐랄까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라면이랄까



남벽을 거쳐 돈내코로 가는 방향이 탐이 났지만

원래 계획대로 어리목으로 하산을 하기로 했다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올라온 윗세오름 대피소라니~~!




> 어리목으로 내려가면서 돌아본 한라산



어리목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영실쪽보다는 재미가 덜 하구나 싶었다

단풍도 없고 바람만 쌩쌩 불고 구름이 왔다 갔다


6시 40분 영실 입구에서 산행시작을 해서 8시 40분경 윗세오름 대피소를 출발했다

여전히 땀은 나지 않고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걸었다


어리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조금 많아졌다













구름이 빠르게 걸쳤다 사라졌다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들어오니 알록달록한 단풍을 볼 수가 있었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오는 사람들은 단풍을 못보는 모양이다.

오르기에 바빠서 숨을 몰아쉬면서 언제 계단이 끝나나 하는 표정이다

내려오는 길이라서 다행이다 싶었다







흐린 하늘을 비집고 해가 쨘하고 숲으로 내려왔다

등이 따뜻해져 오는 것이 땀이 좀 나려나 기대를 했는데 땀은 커녕..

산에 오르면서 땀을 흘리지 않았다니 신기한 일이 아닐수가 없다


그다지 힘든 코스도 아닌데 계단으로 이러진 하산길 다리가 후덜후덜거렸다

자칫 긴장을 늦추면 넘어져서 다칠수 있을 것 같아 상당히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어리목.







조금 지루해지려는데 어리목주차장에 도오착!


10시 30분경


주차장은 벌써 만원이였다

여전히 중국 관광객들이 반이상을 되는 듯 왁자지껄 했다


단풍을 본 건지 겨울을 본 건지.






서귀포 행 버스를 타려고 내려오는 길에서 못 본 단풍을 보았네


"이게 단풍이지"


타박타박

다리에 힘이 쑥 올라오는 느낌이다


10시 40분경 어리목 버스정류장 도착을 했는데 버스는 한시간이나 뒤에나 온다네...

서성서성 감기 걸릴까봐 한참을 왔다리갔다리 했다


한라산 단풍은 올해도 별로니 다음 해를 기다려야겠다.

그럼 내년에도 제주에서 사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