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1,2의 활동/맛있는 이바구

음식은 맛으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다

하늘위땅 2020. 11. 28. 10:25

엄마는 인근 오뎅 공장에서

파지 오뎅을 한 다라이 사 오셨다.

엄청난 양의 파지 오뎅에 우리들은 환호를 질렀다.

곧 커다란 솥이 나왔고

엄마는 그 큰 곰솥에 무와 멸치를 넣고 육수를 냈다

적당하게 자른 오뎅을 풍덩 담그고

한소끔 끓인 뒤 국그릇에 담아 주셨다

시원하고 기름지며 달큼한 맛

쫀득하게 씹히는 오뎅에 빠져

배가 불러도 자꾸 먹고 또 먹었다.

큰솥을 다 비울 때까지..

그렇게 몇 번을 파지 오뎅을 사 날랐고

우리 형제들은 배부르게 먹었다

질리도록 먹었다는 표현이 딱 맞겠다

그런데도 오뎅이 여전히 맛있는 건 뭘까?

정말 음식의 기억은 맛이 아닌 것이 맞다 싶다

 

 

 

어릴 적엔 아버지 밥상에 올려진 계란 프라이를 보기만 했었다

어린 자식들이 똘망똘망하게 쳐다보니 계란 프라이가

수월하게 넘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밥숟가락을 일찍 놓으시고

출근시간에 늦었다고 나가셨다

우리들은 서로 먹겠다고 싸웠나 보다

-기억이 가물가물-

엄마는 오빠한테 계란을 주었고

암말 못하고 징징거리며 쫑알 쫑알 거리다

한대 쥐어 박히고는 먹지도 못하고

아픔만 얻었었다.

그 계란 프라이가 지금까지도

맘을 들었다 놓았다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