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한번쯤 가봐야지 했던 그 소백산 자락길을 걷다

하늘위땅 2010. 6. 21. 17:29

 

 장마권 돌입이라는 일기예보를 보면서 일욜 딱 맞춤처럼 쉬는 날 도보여행 일정이 있어 가도되나 어쩌나

잠시 망설임이 있었다.

혼자서 가기엔 다소 먼거리에다  아직까진 길을 잃기 쉽다는 말에 혹하여(사람들이 덜 간 곳이지 않겠냐는 생각에)

그렇게 많은 비만 아니면 가도 되겠다 싶어 얼른 신청을 해 놓고 보니  뻘쭘하게 혼자 가서 어쩌지 하는 되지도 않은 걱정을 한다.

 

혼자서 지리산 둘레길 다시 복습이나 하러 갈까 했는데 일행이 꽤 많은 도보여행을 하는 것에 살짝 설레임마저 들어

몇일을 어찌 보냈는지 소백산자락길 꿈까지 꾸었다.

 

드디어 20일 그리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마산역에서 픽업해 갈 버스를 기다렸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곧 비를 쏟을 것 같은데...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어요 )

 

 

 

풍기읍 금계중고에서 시작해 초암사 아래 주차장까지 걷는 꽤 긴 (15킬로) 거리를 걸어야 한단다.

산행코스가 아니라서 자신감을 가지고 출발...

 

간단하게 집결지에 몸 풀고 주의사항과 인사를 하고 바로 출발이다

다소 늦은 시간에(11시경) 걷기를 시작했다.

 

차안에서 짐작했던 날씨는 아니였다 .

후덥지근 볕은 없는데 습도가 높아서 아주 무더웠고 얼마 걷지 않았는데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오늘은 스타일 살리고 걷기는 꽝 된 것 같고 땀 샤워를 즐기며 걸어야 할 판이였다.

 

 

 

이런 아스팔트 길이 그렇게 끝없이 이어져 걸을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지리산길 경험에 의하면 지칠때쯤 산길, 숲길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헉~ 헉~ 땀구멍 100% 활짝 열리고 땀 방출은 끊임없고...

걸음은 빨라서 따라잡고 가려니 주변 경관은 뒷전으로....

먀냥 걷기만 몰입 올인!

 

 

 

동네길도 포장길..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걸어가니 뭔가 싶어 집 앞에 나와서 구경중인 할머니...한분.

한참을 보셨다...우리 가는 길을...

 

 

 

 

완전 지져서 기운 쭉 빠질 즈음 첫 쉬어 간 곳 금선정에 도착을 했다.

 

 

 계곡의 물소리 힘차고 수량 많고 소리만으로 땀이 싹 씻긴 듯..

좋은 곳에 자리한 금선정...

다시 또 걷기 바빠서 ..선두에 꼭 붙어서 걷는다.

 

 

 

 

 

 

 생태탐방로 안내표시를 보니 왼쪽 길이네요

삼가리 쪽으로 갑니다.

포장 농로도 지나고 비포장 임도도 지나고

긴 계단길을 헉헉 거리며 오르니

확 트인 금계호가 한눈에 들어왔어요

 

 

 

 

땡볕에 부지런히 걷고 있습니다.

긴 줄을 보세요

205명이 한줄로 걷습니다.

 

장관이 따로 없었습니다.

 

 

 금계로를 오른쪽으로 끼고 국도길을 한참 가다 두번째 쉼을 합니다.

다른 분들이 준비한 오이랑 파프리카랑 사과를 얻어 먹고 물 딱 한모금 마시고 미리 선두에 붙어갈 준비를 하면서

앉지도 않고 서서 잠시 땀을 식혔습니다.

 

호젓한 시골마을과 사과과수원이 한없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바쁘 손을 놀리는 주민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걷는데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또 잊어버리고

땀냄새와 발 걸음에 집중을 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땀이 그렇게 흐르는데 목은 그다지 마르지 않았군요.

 

 

 1시간쯤 후에 비로사 주차장 근처 야영장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일행들이 많으니 점심도 조별로 먹네요.

심플하게 밥을 싸온 사람은 저혼자뿐이네요

ㅜㅜ

 

햄볶음밥김치말이와 풋고추..와 된장...

 

 

 

 

 다른 분들의 반찬과 과일을 덤으로 먹으며 이렇게 배를 채우면 못가는 못가는데 하면서 자꾸 입으로 집어 넣습니다.

장어구이에 회무침에 카레까지 전까지 부쳐온 사람도 있더군요

 

 

 

 

 

 배를 채우고 걸으니 이건 바로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평지도 아니고 계속 경사길을 올라야했는데 숨은 끝가지 차고 땀은 폭포처럼 좔좔 흐르고

선두깃발은 그냥 내처 오르고 따라 걷느라 완전 기진맥진 ..

현기증까지 쨘하고 돌 무렵 비로사 삼거리 지점에서 잠시 볼일들 해결하고 쉬길래 살았다 싶었네요

한숨 돌리고 그늘에서 땀도 훔지고 다음 걸을길 대충 생각하니 또 경사길이라..

숨이 터~ 억 막힙니다.

 

 

 

 

 

 비로사에서 비로봉쪽으로 길을 잡고 오르니 흙길에 풀이 나서 다소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었습니다

길가에 핀 찔레꽃 향이 힘든 몸과 마음을 싹~ 씻어주는 듯 가는 한참을 찔레꽃 향기에 취해서 걸었습니다

온 산이 찔레꽃 밭 같았습니다.

 

 

 

 

30여분이상을 걸으니 잣나무 숲이 나옵니다

옴마야 좋쿠로...

 

경사길이라 숨이 턱까지 찼지만 조금 더 가면 등성이고 그다음길은 내리막이라는 말에 그럼 저 위에 가서 쉬자고 무거운 발을 옮깁니다

입에서 단내가 나니 성재 정상에 도착을 합니다.

산성이 있었던 곳이라는 걸 뒤에서야 알게 되어서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숨 고르기 바빴군요.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말이 어찌나 좋은지...

 

 

 

 

 성재를 넘어가니 천연 자연림 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완전 좋습니다

우~~ 아~~ 좋고 좋고를 혼자서 연발하면서 걷습니다.

우거진 나무와 풀 푹신한 길과 습기찬 촉촉 흙냄새..

그래 이런 길을 찾았던 거야..

 

오전에 걸었던 인공적인 길에 대한 불만 불평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숲길 산길에 취해서 어쩔줄 몰랐습니다.

 

성재를 넘어 한참을 내려오니 민가 한채가 눈에 번쩍 띄네요

개와 아저씨 한분이 살고 있는 오두막 같은데 그 가운데 마당을 가로질러 내려옵니다

 

미안했지만 늘 있는 일이라 생각한건지 아무 내색이 없더군요

그분이 파는 곰취를 사고 오신 분을 보니 나도 사올걸 잠시 후회를 했더랬죠..

그 집에 참...마음에 남았는데...

 

그 민가를 지나 내려오니 계곡이 아름답게 시원하고 멋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뒤 따라 오는 후미팀들을 기다리면 계곡에 발도 담그고 손도 담그고 얼굴에 땀도 훔치고 등등..

 

시원하게 땀을 식히니 후미팀이 도착을 하여 다시 하산길을 시작합니다.

 

 

 

 계속 내려가는 길이라 아주 상쾌합니다

햇빛하나 들어오지 않는 숲길입니다.

낙엽이 쌓여 푹신한 길...

 

 

 

 

오래된 낙엽들이 쌓이고 쌓여서 너무 기분 좋았던 길

자연의 냄새가 도시생활에서 찌든 몸 속을 확 정화를 시켜주는 듯

 

 

 

 

 

 

그렇게 도착한 곳은 초암사

삼가주차장 비로사에서 비로봉으로 오르지 않고 자락길따라 초암사로....

 

자락길 이동 표시군요.

큰길에서야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산길, 숲길에서는 관찰이 안되어 혼자 갔다가는 길 잃고 헤맬수 있을 듯...

다음에 다시 간다면 찾아 갈 수 있을까?

 

 

 

 

 

초암사 근처에서 후미팀을 기다리면서...조금 긴 휴식을 취합니다.

일행중에 어린 아이들도 꽤 함께 했다는 사실을 이때서야 알게되었답니다.

부모님 따라 나온 용기도 좋고

불평없이 어른들과 같이 완주를 했다는 것도 대견하구요

고3 울 아들은 집에서 뒹굴뒹굴 했을텐데...

데리고 올껄 그랬나봐요..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한 소백산 자락길...

어마어마한 인원이 모였습니다.

 

오붓하게 걷는 길을 걷다가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 걷기가 다소 불편하기는 했지만

함께 해서 좋은 점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네요.

움직임의 제약과 룰을 지켜야 해서 답답하긴 했지만

가끔 여럿이 함께하는 도보여행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살짝 했습니다.

 

넘 빨리 걷거나 걷는 그 자체만 하는 여행이 아니라면...

 

 

 

 

 

땀을 너무 흘린 탓인지 버스를 타자마자 졸기 시작했는데 살짝 눈을 뜨니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흔적을 보이네요

흔드리는 차안에서 똑딱이 시험을 또 해봅니다.

 

그리고 다시 잠속으로...

물을 너무 많이 마셔 뱃속이 출렁거리는 것도 모른체...

 

도보시간 : 11시부터 오후4시까지.

여름이라 더우니 비로사 까지 차로 이동후 성재를 넘어 초암사로 오거나

초암사까지 차로 이동 후 숲길을 올라 성재를 넘어 비로사로 내려오는 것도 시원하게 자락길을 즐길수 있을 듯 합니다

다음번에 초암사까지 이동후 성재를 넘어 비로사로 내려가는 길을 걸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