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다시 걷고 온 지리산둘레길 4구간 금계 - 동강의 가을

하늘위땅 2010. 10. 22. 19:48

그저께 좀 쉬려고 늦잠을 잘 태세을 갖추고 아들녀석 등교후 이불속을 찾는데 불식간에 들이닥친 그녀들 등살에 어쩔수 없이 졸린 눈을 비비면 부랴부랴 배낭을 꾸리고 집을 나섰다.

하긴 집에서 밀린 잠 자고 나면 하루가 참 허무했을텐데 좀 피곤한 감이 있어도 움직이는 것이 쉬는 것이리라.

안개가 낮게 깔린 날 그러나 하늘은 푸르기 이를때 없고 간간히 온 몸으로 내리쏟는 햇빛은 따가웠다.

 

진주행 8시40분 버스를 타고 일단 진주로, 곧 바로 함양행 버스에 올라선 바로 잠에 빠져버렸는데 옆에서 조잘대는 그녀들 수다에 설핏설핏 잠이 깼다 말았다 아주 정신줄을 놓을지경이 될 즈음 함양에 도착을 했다.

후문 길건너 지리산 고속버스 터미널에 마천행 군내버스로 또 갈아타고 언제가도 와~ 감탄을 마지 않은 엄천강을 따라 금계마을앞에  도착을 했다.

 

지리산길의 백미는(현재 가 본 곳 중에서) 3구간 인월 - 금계 지만 다른 구간도 나름의 재미가 솔솔해서 그녀들이 원하는 4구간

금계 - 동강 길을 걷기로 했다.

 

 

 

 

졸린 눈을 억지로 떠 보니 엄천강을 따라 저 멀리 지리산이 보이고 ..

버스는 경사진 계곡 국도를 따라 힘차게 올랐다.

 

 

 

 

 

금계마을 앞 정류소에 내려 다리를 건너 왼편으로 가면 지리산 길로 접어 들수 있다.

23~24 일 양일간 함양 산길 걷기 축제가 있단다.

칠서계곡 길 걷기라는데 구미는 당겼지만 쉬는 날이 아니라 입맛만 다지고 축제를 알리는 커다란 풍선과 오색등만

아쉽게 바라보며 걸었다.

 

 

 

 

 

 

추수를 끝낸 논과 도로변 한쪽에서 나락을 말리고 있는 모습 정말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볕이 좋아 잘 마르겠다.

 

 

 

 

의중마을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으로 동산을 올라 숲길로 접어들었다.

동네 분들이 만들었나? 고맙게도 ...이런 표지판이 동네 몇군에 박혀 있었다.

 

 

 

 

 

 

 

헉~ 헉~  처음부터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고 다리야...하며 오르는데

나무계단 끝에 앉은  잠자리가 귀엽워서 헉헉 거리던 숨소리를 살짝 죽였다.

 

한참을 내 앞에서 서성이며 애교를 부리니 힘들다는 소리는 쑥 들어간다.

 

 

 

 

의중마을 뒷산에서 본 마을...

 

 

 

마을 정자나무도 지나고 감나무 잎 떨어진 길도 지나고 대숲 옆길도 지나고 마을을 돌아 가면 또 안내판이 길을 알려준다.

동강길...이쪽으로 가세요 ...절대 마을 안쪽으로 시끄럽게 지나지 마세요 제발!!!

 

배추 파동으로 밭에 심은 배추며 무우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초록의 잎과 꽤 굵은 무우가 아주 탐스럽고 싱싱해보였다.

 

 

 

 

 

까치집 매달린 감나무도 옛스럽고 까치밥으로 달린 꼭대기 감과 아직 덜 익은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

햐~ 저런 풍경이 참 좋더라..

 

의중마을을 지나 건너편 창원마을쪽을 바라보니 저 멀리고 창원마을 뒷편 길이 아득하게 보인다.

은근히 중독을 일으키는 산 높은 포장길이..

(사진을 크게해서 보세요  클릭하면 크기 확 ~ 헉~ 놀래지 마세요 )

 

 

 

 

 

밭에 다녀오신 할머니가 귀가를 하시는 모양입니다.

어께에 맨 망태주머니엔 뭐가 들었을까요?

크게 인사를 하니...아주 반가이 대답을 해주셨어요.

 

시골 어르신들은 얼굴을 가리지 않으십니다.

언제나 정겨이 안부를 물어주시니... 이것이 우리의 정 아니겠어요.

 

 

 

 

 

 

 

의중마을을 지나면 곧 바로 흙길이 쫘~ 악 기분좋게 나타납니다.

작은 길을 걷는 기분 아주 좋지요.

 

 

 

가을이 깊어가는 산길...

그리고 하늘..

뿌연 안개..

 

 

 

 

이젠 숲길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반질반질 다져진 숲길이지만 기분이 아주 급 상쾌해집니다.

아침부터 거의 단식 수준으로 속을 비우고 걷고 있는데 기운이 펄펄..

 

생강홍차 두어잔만 마셨네요

11시간 넘은 시간이였는데요..배도 안고프고..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그리고 가을 하늘...

이쁜 색으로 물들고 있는 나뭇잎..

숲속의 바람은 꽤나 찹습니다.

쨍쨍 햇빛은 좀 따가운데.....

 

 

 

 

 

 

일찍 동강마을에서 출발한 남녀 연인 한쌍을 마주보냅니다.

이 가파른 길만 지나면 거의 다 왔어요 힘내요 화이팅!

함께 걷는 그녀들 산속이 시끄럽게 수다를 늘어놓으니..혼자 호젓하게 걸었던 기억이 새삼 그립습니다.

 

제발 조용히 좀 걷자고...애들아~~

 

 

 

 

구불구불 산길은 한참이나 계속됩니다.

이 산길을 느긋하게 즐겨야 됩니다.

4구간에선 제일 좋은 길이니까요..

 

 

 

 

 

숲길에서 폐 깊숙히 깨끗한 공기를 맘껏 집어 넣고 나니 이제부턴 좀 지루할지도 모를 포장길이 두어시간 이어집니다.

공사중이였던 길도 말끔하게 아스팔트 포장이 되었군요.

(지난번 봄에 걸었을땐 이 길로 걷지 못했죠 완전 산속길을 혼자 무섭게 해맸지요 )

 

 

 

 

 

 

숲길을 벗어나 모전마을을 지나 한참을 땡볕에 걷다 돌아보니 저 멀리 모전교가 보입니다.

아직은 단풍이 제대로 물들지 않았네요

11월 초쯤에 가면 조금씩 이쁜 옷을 입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루한 포장길이 밉습니다.

터벅터벅 발소리가 요란해지는 구간이네요.

그녀들의 수다도 잠시 끊어집니다.

앞을 아무리 보아도 포장길만 보이니 급 체력이 떨어진다고 하네요..

 

다행히 지루한 이 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숨어있네요..

커다란 떡갈나무 아래 떨어진 도토리 모자들...

쑥 빠진 도토리 한알이 오두마니 혼자 볕은 쪼이고 있습니다.

 

냉큼 집어 들려고 손을 내밀던 한 여자가 내 눈치를 살핍니다.

 

안돼! 구냥 둬! 다름사람들도 재미있어야잖아..

 

아니 저거 다람쥐가 물고 갈텐데

 

그럼 더 좋지 놔둬!

 

 

 

 

 

 

 

헤헤 우리는 도토리 한알때문에 왁자하게 웃음꽃을 피우며 별별 이야기 다 만들어내며 딱딱한 길을 걷습니다.

갸느린 허리를 어쩌지 못하고 바람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보면서 또 웃습니다.

 

고개숙인 벼를 보면서 잠시 엄숙해지기도 했군요.

 

 

 

 

 

 

 

시선을 좀 더 멀리 두고 걷자며 멀리 내다보니 미류나무(맞나요?) 가 기다리고 있네요.

다랭이 논의 벼들도 노랗게 익어가며 쓰러지기 일보직전입니다.

 

엄천강을 따라 다랭이 논과 밭이 꽤나 재미있게 늘어서 있습니다.

그냥 쑥~ 지나치지 말고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세동마을을 지나다 지난번 어디서 길을 잘 못 들었나 되짚어 봅니다.

 

왼쪽 길과 아래편 오른쪽 길로 갈라지는 걸 그땐 왜 못 봤을까요?

분명 동네 윗길로 갔었던 것 같군요. 오른쪽 사진의 왼쪽 중간부분에 길이 보이지요

저 길로 제가 갔었던 것 같아요

산으로 산으로 오르는 길...

끝없이 하늘로 오르는 것 같았던 그 길..

진짜 무서웠지만 감히 되돌아 내려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냥 걸었던 그 길..

그러나 길을 이어지고 다시 마을로 내려올 수 있었던 그 길이....

 

 

 

 

 

 

 

세동마을에서 잘못 찾아 걸었던 구 지리산 길 이야기에 침을 튀기며 이야기를 쏟아내니 그녀들 눈이 말똥말똥

시선이 모아지면서 수다가 뚝 끊어집니다.

말을 많이 안하려 했건만 어쩔수 없이 빈 속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했어요.

 

까치밥으로 달린 감...저거 따먹고 싶었다는..

 

1시간 30분 이상을 포장길을 걷다보니 산길보다 더 빨리 지치는 것 같군요.

발바닥과 다리도 불편하다고 아우성을 부리는 듯...

엄천강 물소리로 달래고 먼저 가고 있는 사람들과 인사하며 달래고 물 한모금으로 달래고...

작은 산동네 운서마을에 도착을 했지요...

가을 농번기라 동네분을 무척이나 바쁘게 일을 하시고 계셔서 얼른 마을을 벗어나야만 했지요.

운서마을을 지나 고개 하나면 넘음 동강마을이 훤히 보일겁니다.

 

 

 

 

 

 

운서마을을 지나 마지막 고개를 올라서며 뒤돌아 보니 우리가 걸어왔던 길이 보이네요..

시골길..참 좋아요.

혼자라도 좋고. 둘이라도 좋고. 셋이라도 좋습니다.

단 너무 많은 동행인들과는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는 거 아시죠?

 

 

 

마지막 고개를 넘어 동강마을 보면서 내려오는 길 우리를 반가이 맞아준 이꽃은?

 

금계마을에서 11시50분경 출발 동강마을 3시도착

3시15분경 도착한 함양행 군내버슬 타고 함양으로 고고고~

 

 

 

 

 

겨우살이 준비에 바쁜 곤충들이 꿀을 모으고 있는 모습이네요

저 꿀총 곤충이름이 뭔지

 

나비며 나방 벌과 어우러져 이 꽃의 꿀을 따느라 정신이 없는 녀석들이였는데

날개를 퍼득이며 바쁘게 이꽃 저꽃 깊숙히 빨대를 꽂아 꿀을 모으고 있었어요..

 

 

 

 

 

꽃들마다 나비며 나방이며 벌이 꼬이고 있었어요..

생전 처음 본 꿀총곤충이 신기했어요.

 

 

방송을 탄 덕분인지 평인인데도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어요

호젓하게 걷기는 다 틀린 듯.

봄보다는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가 많아진 듯

산속에도 음료수병이며 과일 껍질 종이봉투 등이 버려져 있어 눈살이 찌푸려졌어요

산길 걷는 분들 제발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많은 일행이 함께 할때는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마을을 지날땐 꼭 인사하시는 거 잊지 마시고(대부분 어르신들이시니까)

농작물에 절대 손대지 마시고 산속의 열매나 풀, 약초등도 함부로 채취하시면 안됩니다.

 

모두가 오랫동안 걸을수 있도록 서로가 조심을하고 지켜야하겠지요 ^^

가을이 깊어가는 기리산 둘레길 잘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