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추억의 빼다지

기다렸다 겨울아! 추워도 바람불어도 해만 뜨면 탔던 앉은뱅이 스케이트

하늘위땅 2010. 11. 21. 09:42

 

동네를 지나는 회원천은 그 시절엔 꽤 괜찮은 하천이였다.

물도 맑고 수량도 많아서 빨래도 하고 더운 여름에 수영도 하고 겨울엔 꽁꽁 언 물에서 앉은 뱅이 스케이트를 타며 얼마나 신이 났었는지...

 

어린 우리들(동생들과 나)은 한 번 타보려고 오빠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온갖 심부름 해주기도 하고 한번 타보자 애원도 하고 그랬었다.

주변에서 구한 나무판자며, 나무 막대며 철사와 못으로 뚝딱뚝딱 만들었지만 우리들의 겨울철 대 로망이였다.

요리조리 돌과 장애물을 피해 씽씽 달리는 오빠들을 보면 와~ 멋지다 그랬을만큼...

 

나이가 조금 더 들어 스스로 만들수 있을때가 되니 별루 흥미가 떨어져 타지 않았지만...

 

 

 

 

 

방학이면 아침을 먹고 하천으로 나가 종일 스케이트 타며 짧은 겨울 낮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콧물이 찍 흘러 자국을 남기고 볼때기는 얼어서 트고 갈라지고 허연게 일어나고 손도 얼고 터서

엉망이였지만 하천 한쪽에 주운 나무와 종이로 불을 지펴 모닥불까지 피워놓고 손을 쬐가면 엄마가 짜준 벙어리장갑도 태워먹기도 하고...

 

해가 질 무렵이면 아이들을 찾은 엄마들 목소리가 동네 골목 골목 넘쳐날때즈음이면 그제서야

배도 고프고 춥다는 걸 느끼고 다들 집으로 뿔뿔이 흩어졌었다.

 

눈이라도 와서 동네가 얼어 붙어버리면 완전 아이들은 신이 났었다

돌이나 장애물이 없는 곳에서 스케이트를 맘껏 씽씽 달릴수가 있었으니...

ㅎㅎ 그러다 어느집에서 던져 놓은 연탄재라도 걸리면 그냥 앞으로 내리 꽂히고 말았지만..ㅎ

 

그러고보면 요즘 추위는 추운것도 아니다.

놀기에 바쁜 어린시절은 추운 건 그닥 문제가 되지 않았었고 방 안에서 가만 있는다는 건 완전 고문같았던 것 같았다.

세상천지 다 놀거리며 재미난 것 투성이였었다.

 

정말 모두가 귀한 시절엔 주변의 사소한 것들이 놀이감이였고 신기하게도 보잘것 없는 것들을 훌륭한 장난감으로 변신을

시킬수 있는 능력들이 있었는데 너무 풍족해서 게을러 지는 건 아닌지...

 

살얼음만 얼어도 아이고 추버라 추버라 엄살을 떠는 아침에 잠시 추억에 잠겨보았다.

 

 

 

현재 어릴적 추억의 장소인 회원천입니다.

바닥을 공구리까지(어른들 말투를 빌자면)  쳐서  참 보기싫고 생활오폐수가 흘러나오는 지저분한 곳이 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