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머슴 같은 국민학교(그시절은 이렇게 불렀다) 시절을 보내고 버스를 타고 멀리 가야했던 여중생의 시작은 고단한 기상과 함께 였고
선머슴 같은 행동은 할 수가 없었기에 내게 있어 참으로 처절하게 감성이 듬뿍 실린 여중생 노릇을 해야만 했었다.
내가 다녔던 마산제일여자중학교는 우리집에서 버스를 타면 맨 마지막에 위치한 언덕위의 계단 왕국 학교였고 중간에 내렸던 남중, 남고 학생들로 늘 북적였었다. 작고 빼빼 말랐던 내가 그 먼거리 학교를 다니기에는 너무 힘겨웠지만 악으로 버티면 3년의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여중시절..
여전히 난 선머슴같았고 가슴속 그 많은 감성들은 필 생각도 없는 것처럼 오로지 학교 생활 자체에만 재미를 두고 다녔던 것 같다.
친구들은 버스를 같이 탄 어느 학교 오빠가 참 멋있더라. 어떤 남중 녀석도 꽤나 괜찮더라는 말을 종종 하면서 눈이 반짝반짝 거렸고
연산홍 지천인 학교 교정에서 봄처녀 마냥 설레는 마음을 속닥거리기도 하고 학교 곳곳에 들어 찬 벚꽃나무 아래서 낙엽을 주우며
시를 이야기하고 첫사랑을 속삭이기도 했었다.
봄이면 꽃을.. 가을이면 색색으로 이쁘게 물든 낙엽을 주워 책 사이사이 끼워 말려서는 좋아하는 오빠한테 연애편지로 사용하기도 하고
시를 적어 코팅을 해서는 책갈피로 사용하기도 했었는데...
내 기억엔 스스로 그런 것들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여중시절도 여전히 선머슴같은 생활을 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공부를 썩 뛰어나게 잘 했었던 것도 아니였고..
친구들이 하는 짓이 참 유치찬란하다고 느껴었던 것도 같고, 오글거리는 그런 짓은 못했던 것도 같고...
왜 그랬을까?
넘들이 다 하는 사춘기도 지내보지 못하고 첫사랑은 커녕 그런 감정조차 느껴보지 못하고 학생시절을 그렇게 보냈던 것 같다.
친구들이 만들어준 낙엽코팅 된 것 달라고 해서 교과서에 끼우고 다니는 것도 사나흘을 넘기지 못하고 잃어버리기 일쑤였으며
그 낙엽에 쓴 사랑의 시를 적어 좋아하는 남학생이나 선생님에게 선물을 한다는 건 생각조차 해 본적도 없었던 아주 삭막했던 내 학창시절.
이 나이에 색이 이쁘게 물든 낙엽을 주워 책 속에 끼워두면서 지금이라도 그때 못했던 거 해보지 머 이랬다.
그 낙엽이 이쁘게 잘 마르면 좋은 글을 적어 친구에게 보내볼까?
여전히 오글거리는 짓인것 같은데 한번 해보지 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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