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1,2의 활동/사는 기 그기 뭐시라꼬?

아들과 함께 한 새해 첫 날 무학산 산행

하늘위땅 2011. 1. 22. 13:58

 

새해 첫날 마침 쉬는 날입니다.

아들을 꼬드겨(?) 뭔가 대단한 듯 무학산 산행을 감행했습니다.

꽤나 추운 날이였는데도 별말없이 따라나선 아들의 궁디 두드리며 발 맞춰 집을 나섰습니다.

보온병에 따신 물 넣고 커피믹서 4개, 사과하나, 초코바2개 만 딸랑 넣고 배낭을 꾸렸습니다.

 

3시간 정도면 하산을 할 수 있을것이라 계획하고 겨울햇빛을 등에 지고 집 뒤 봉화산으로 오릅니다.

중간쯤 무학산 둘레길을 따라 앵지밭골까지 가기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아직은 몸이 무거운 아들이 경사길을 오르기 힘들거라는 생각에 말입니다.

 

헉헉 거리며 약간의 오르막을 힘들어하면서도 잘 따라오릅니다.

집 뒤 산길은 햇볕을 받아 아주 포근하며 바람도 없어 두 모자는 땀을 조금 흘렸네요

패딩 등산복을 입어 그런가 ...

 

 

 

 

앵지밭골로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오르막 오솔길로 오릅니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맞나 어쩌나 갸우뚱하면서 아들 등을 밀고 오릅니다

왼편으로 보이는 겨울 무학산이 달력에 나오는 그림같습니다.

 

앙상한 겨울산도 나름 아름답구나 두사람은 연신 감탄을 합니다.

 

"아들아 조체? 겨울산도 참 이쁘다구자"

 

"옴마 무러보지마라 내 디다 디"

 

"짜슥 그래도 잘 따라오네 대견타(20살이나 된 아들이 아직은 아기같아요)"

 

"내가 하문 잘한다 헉~ 헉~"

 

 

 

추울가봐 패딩 옷을 입고 산을 오르는 덩치 산만한 아들 뒷모습을 슬쩍 한컷!

아들은 칠색팔색을 하겠지만 ㅎ

 

 

 

 

 

길을 가로질러 누워버리 오래된 나무를 지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부분이 반질반질..

 

 

 

 

 

잔설이 남은 응달은 겨울을 맘껏 느끼게 합니다.

뽀드득 눈의 소리를 들어보려 히히 거리며 두 모자 남은 눈을 마구 밟습니다.

하하하 아이들처럼..

 

 

 

 

 

마른 나무가지와 풀들이 메말라 보이지요

잔설이 군데군데

 

'겨울이지요 겨울..'

 

 

 

 

 

서마지기를 코앞에 둔 마지막 오르막

사람들의 발길에 단단 미끌해진 눈에서도 뽀드득 소리가 납니다.

마른 억새가 지난 가을을 무색하게 합니다.

 

혼자 왔더라면 너무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였을 것 같은 분위기...아흐..

 

 

 

 

 

아직 산등성이를 넘지 못한 겨울빛이 간질간질 오르고 있네요

저 빛이 조금더 높이 오르면 덜 추울텐데..

 

 

 

 

 

한순간 고개를 돌려보니 뿌연 도시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운무에 쌓였던 지난 가을의 마산도 멋있었는데

 

이런 모습도 상당히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산을 오르며 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람, 사회, 경제, 돈등등..

 

평소에 잘 듣지도 않던 아들 질문도 하고 대꾸도 잘합니다

 

 

 

 

세찬 바람이 부는 서마지기를 힘들게 나아가며 365 계단을 잔뜩 웅크리며 올랐더니

정상에 도착을 했습니다.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덩치 산만한 아들도 휘청 전 거의 날라갈 수준..

 

잘 쓰지 않던 모자도 꼭꼭 눌러쓰고 ...

 

 

 

 

정상에서 저 멀리 시선을 두고 있는 아들을 스리슬쩍 몰래 찍어봅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고3 학창시절 마지막 겨울 방학 그리고 스무살 되는 첫날 무학산 정상에 오른 기분은 어떤지..

좋은 생각과 계획 결심과 결단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람은 여전히 심하게 불어서 휘청휘청 가만히 서 있질 못하게 합니다.

 

사는 것도 힘겹게 자기 자리를 지키면 서 있어야 되는 것이라 말해봅니다.

많이 흔들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거센 바람도 끄덕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도 말해줍니다.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의 얼굴에 다양한 생각들이 스쳐가는 듯 느껴졌어요.

 

고3 올라가는 아이들도 정상에 오르고

어린 아이들도 부모님들과 왔네요.

추운데...

 

 

 

 

 

 

 

"아들아 옴마도 사진 찍어도"

 

"사진은 머할라꼬 할매가 되가꼬 이지주라"

 

싫다면서 사진을 찍어주었어요

완전 맨얼굴에 찬 바람을 맞으니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지네요

넓은 등을 보이는 아들이 얄미웠어요.

 

새해 첫날 매년 하던 해돋이말고 우리동네를 굽어 보는 무학산엘 아들과 함께 올랐어요

두 모자 느낀것도 생각도 다르겠지만 4시간에 걸친 산행에서 더 많이 가까워진(?) 시간이였답니다.

 

바람속에서 나눠마신 커피가 아주 죽을만큼 끝내주게 맛있었고,

사과 하나는 둘이서 나눠 먹으로 내려오는 길도 따뜻했었고,

서원곡 주차장에서 먹은 오뎅은 완전 짱이였답니다.

 

언제 또 아들과 산행을 할 지는 모르니 새해 첫날 모자간의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군요.

 

'아들아 세상은 내 맘대로 맘껏 주물러 지는 것이 아니란다.

물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면 덜 흔들리겠지만

때론 이리저리 흔들려가면서 자신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다.

어느 드라마에서 그랬지.

맘에 들지 않으면 힘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수 있는 자리에 오르라고.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부단히 갈고 닦아야 한다는 거 알지?

너무 일찍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