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벼르고 벼르다 간 지리산 둘레길 1코스 주천 - 운봉

하늘위땅 2011. 6. 11. 11:00

 

정말 벼르고 벼르고 벼르다 길을 나섰다.

지리산 둘레길 5코스부터 역으로 4,3 코스를 걷고 나니 다소 지치기도 했지만

먼저 다녀온 이들의 글속에서 확 구미가 당기는 것이 없어 뒤로 밀쳐두고 있었던 것인데...

 

남해에 푹 빠져 매주 들락거리며 남해 바다며 산이며 들이며 즐기느라 더더욱 지리산 길에 대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더운 날 바닷길이 힘들기도 산속길이 덜 덥겠다 싶어 남해를 한주 빼 먹고 자주 갔었던 지리산 둘레길 3코스가 아닌

뒤로 밀쳐두었던 1코스를 가보기로 했다.

지리산 둘레길 이니까 지리산의 기운을 흠뻑 느끼고 산속의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공기도 마시고

좀 쉬었다 오는 마음으로 가보자고 했었는데.....그랬는데.....

 

 

 

 

 

이 한장의 사진의 지리산 둘레길 1코스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하다...

모르겠다면 일단 한번 걸으보시라.

 

 

 

마산에서 진주행 첫차를 타서 진주에서 전주행 7시30분 버스로 갈아타니 가고자 했던 목적지 운봉읍까지 한번에

2시간 못 걸려 도착을 하였다.

쌩한 도로변에 내리니 또 먹먹해진다.

 

어디로 길을 잡아야하니 두리번두리번 거리니 왔던 길 쪽으로 돌아보니 지리산 둘레길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2구간 시작점이니 거꾸로 걸으면 되겠다 싶어

화살표 방향으로 걷다보니 뭔가 잘못 가고 있다 싶어 다시 돌아와 길을 건너 읍내로 들어갔다.

 

 

 

 

운봉버스터미널에 하차를 하면 주민센터 내 화장실을 이용해 다소 가볍게 한 뒤 걷는 것이 좋을 듯..

 

빨강 검은 화살표와 푯말을 주의하면서 걷기 시작.

 

읍내로 들어오니 비로소 화살표가 눈에 띄었고 엉뚱한 곳으로 잘 못 갈 뻔했던 것이 아찔했다.

엄청 햇빛이 강렬했고 한여름 같은 열기가 훅 덮쳤기 때문에 아!  오늘은 조금 힘든 일정이 되겠구나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미리 준비를 했는데...도......

 

 

 

 

 

 

 

 

 

추억속에서나 봄 직한 거리가 한 순간 눈앞에 펼쳐졌다.

..저 차들만 아니라면 정말 영화 세트장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70년대 어느 도시 모습같았다.

유후~~ 이런 횡재...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그늘로 읍내 건물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쳐다보며 걸었다.

 

정신없이 구경하며 걷는데 아주 일찍 출발을 한 듯한 둘레꾼 남자를 한사람 만났다.

도대체 몇시에 출발을 했는데 이렇게 일찍 구간 걷기를 마쳤는지는 물어보지도 못하고

뻘쭘하게 "안녕하세요!" 하고 끝이다.

 

그 남자를 지나쳐 읍내를 쭉 가로질러 끝까지 가니 이정표가 없다.

아~ 얼루 가지?

대충 방향을 잡아 도로를 건너 걸으니 본 적이 있는 남원 양묘사업장 입구가 나온다.

 

잘 찾았구나 안심을 하며 모자며 썬그라스를 고쳐 잡으며 안으로 쑤욱~

 

 

 

 

밭에서는 작업을 하시는 어른들이 땡볕에 땀을 흘리고 계셨다.

괜히 부끄러운 마음이 슬쩍 고개를 쳐든다.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려 빠르게 걸었다.

 

날도 더운데...

 

땀이 범벅이 되었다

이제 초반인데 이러면 곤란쓰!!

 

역으로 걷지만 않았더라면 마지막 양묘사업장의 여러가지 식물 구경을 하면서 느긋했으리라..

갈길이 먼 관계로 이런저런 식물들 스쳐지나면서 눈 도장만 찍고 말았다.

 

봄에 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양묘사업장을 둘러 본격적으로 걷는 길...

그늘도 없다..

반듯한 길이다.

 

땡볕에 많이 걸어야 하나?

 

시작은 당당했다.

 

길가의 꽃이며 풀이며 나무도 다 이쁘기만 했기에.

 

 

 

 

 

그러나 그늘 없는 포장길, 제방길, 농로가 이어질 수록 흐르는 땀만큼이나 이거 정말 난코스아닌가?

(험해서 난코스가 아니라 땡볕을 주구장창 걷는 길이라서 난코스라고 ㅎㅎ)

 

30여분 태양에 고스란히 노출이 되어 걷다보니 2시간 걸은 사람 마냥 푹이 푹 죽어버렸다.

모자도 썬구리도 마스크도 소용이 없는 것 같아 배낭속 고히 잠들어 있는 우산을 펼치고 말았다.

 

 

 

 

 

 

길 옆으로 줄을 선 논도 계곡도 눈요기가 못되고 지루한 제방길 뙤약볕아래 우산을 든 한 여자.

내뱉는 호흡 마저도 뜨겁다 느낄만큼 오랫동안 땡볕길은 이어졌다.

 

비상용 우산이 없었더라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를 길이여!

 

 

 

 

 

 

 

지난번 남해 앵강다숲길 갈때 새로 산 트레킹화의 아픔이 있어 인터넷으로 할인해서 산 트렉스타를 신었다.

역시.. 발목도 고정시켜주고 발 바닥의 충격도 덜하다.

그래 이거야...

흙길도 ok!

 

지루함에 신발과도 말을 텄다.

정말 이건 말도 안되!

신발과 말까지 트면서 까지 혼자 가야 하는 건가?

 

신발은 대답은 없었지만 발로 올라오는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하면서 응했다.

 

 

 

 

땡볕을 걸은지 거의 1시간 이상

처음 만난 행정마을 들어가는 입구.

낡은 다리 난간이 반갑기 까지 했다.

 

다리끝에 보이는 창고도 오래전 기억속 외가동네를 떠올리게 하는구나

오래전 만들어진 하수구 뚜껑까지도 덥다는 것에서 한눈을 팔게 해줘 말을 건네기까지

이건 아닌데..??

 

둘레길이라 마을 담벼락은 그림이 곱게 잘 그려져 있었다.

지나는 마을마다 다 그랬던 것 같다.

 

 

 

 

 

 

가는 길 마다 반겨주는 것 같은(나의 착각이라도 좋아) 꽃이 있었고

너른 밭에 하얀 감자꽃도 빙긋빙긋 웃으며

 

'힘내세요! 힘내요!'

 

응원을 하는 것 같아 종도포기의 마음을 살짝 접기 시작했다.

 

 

 

 

 

또 이어진 농로의 뙤약볕..

빨간 저 꽃이 없었더라면 또 그만 둘까 하는 마음을 휘리릭 펼쳤으니라.

(미안하다 꽃아 니 이름을 몰라 불러주지 못했다)

 

빨간 꽃을 가까이 찍느라 길에 철퍼덕 앉았더니 옷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포장된 길을 걷노라니 무릎이 아프다 아우성을 지르는 것 같았다.

정말 이런 길은 오래 걸을수 없어.

뭔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려다 보니 번쩍!

 

동심으로 돌아가 버렸다.

 

 

토끼풀 꽃을 땄다.

두개

이쁘고 탐스런 녀석으로.

 

그리고 꽃반지를 만들었다.

 

못난 내 손에 끼웠다.

 

아무리 더듬어 봐도 내 손에 꽃반지 끼워준 남자는 없었다.

아.무.도...

그시절 난 여자아이가 아니였었나?

그랬다..

 

동네골목대장 노릇이 무척이나 하고 싶었던 선머슴 같았더 내 유년시절

어느 머스마가 퍽퍽한 선머슴같은 내게 꽃반지 주려고 했을까..

 

그 꽃반지를 내가 만들어 끼다니...

 

아동틱한 행동한다며 핀잔을 줄 그 어느 사람이 떠올랐다.

 

'아동틱하면 어때 이런 짓도 아무나 못한다고!!'

 

 

 

 

 

 

 

꽃반지 만들어 끼고 걷는 길 한결 가볍다.

잘 정돈된 길이 나왔다.

그리고 나무 그늘이 보였다.

 

이런 좋아! 가는 거야!!

 

저 멀리 지리산 서북능선이 닿을 듯 가까이 보였다.

 

 

 

 

 

고맙게도 길을 내어준 곳을 동복오씨 가족묘 였다.

길가에 꽃과 먼저 다녀간 많은 이들이 흔적을 보면서 정자 쉼터에서 잠시 땀을 훔쳤다.

 

저 삼단 우산이 없었더라면..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5,000원주고 산 녀석이다.

 

덕산저수지를 힐끔 넘어다 보면서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시간을 맡기고

앞으로 갈 길에 대해 더듬어 보았다.

통 감이 안잡힌다.

이렇게 정보 없이 오기는 또 처음이다.

너무 쉽게 본 것인가?

 

 

 

 

 

 

 

정자 쉼터를 지나기 바로 소나무숲길이다.

소나무 냄새가 아주 기분좋게 온 몸을 감싼다

몸 세포를 죄다 열어 제끼고 소나무 냄새를 강하고 흡입을 했다.

 

역시 난 나무 냄새가 좋아

 

 

 

 

산길에서도 든든하게 발을 지켜주는 녀석이다.

숲길도 돌길도 산길로 제방길로 포장길도 모두 오~~케이!!

 

 

 

 

 

 

덕산저수지를 조망하면서 걷는다.

작은 동네 저수지 일거라 생각하며 한참을 걸었는데도 내 시선에서 사라지지 않는 저수지다.

앗! 작은 저수지가 아니잖아.

 

저수지를 빙 돌면서 둘레길이 이어졌다.

 

 

 

 

숲과 저수지 도는 길을 벗어나니 농로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아~ 또 땡볕아래 걸어야 되는구나..

 

 

 

 

터벅터벅

 

걸음에 힘이 주어지지 않는다.

저수지물 마저도 덥다 더워..

 

 

 

 

 

노치마을을 지나면서 본 사람들이 흔적도 입꼬리를 올려주지 못했는데...

포장 된 옆으로 쭈욱~ 늘어선 꽃 때문에 기운을 얻었다.

 

또 철퍼덕 널부러져 이 녀석을 찍어댔다.

옷은 완전 흙이 묻어 엉망이 되었지 진즉에..

 

털어 낼 생각도 않고 또 걸었다.

 

 

 

 

 

 

백두대간 노치마을을 지나니 또 아스팔트 길이다.

이노무 뙤약볕을 도대체 얼마나 걸어야 되는 거야!

짜증이 극에 달할 무렵 드디어 산속으로 들어가는 돌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얼굴은 진득하니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흐르면 흐르는 대로 냅두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돌다리르 건너니 살짝 오르막길이 나왔다.

이쯤이야 단숨에..

 

비탈길을 살짝 숨을 힘들게 쉬며 오르니 다정한 노부부와 마주쳤다.

방송의 위력이 새삼 대단하다 느낀 건 평일 걷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혼자 걷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니 혼자 걷는 길이 덜 외롭다는 것이다.

 

 

 

 

 

 

숲길이 계속 이어졌다.

중간에 오디를 발견하고 몇개 따먹기도 했다.

우리집 앞 오디보다는 사이즈도 작고 당도도 덜했고 시큼하기까지..

 

이런 길은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마주오는 사람이 있건 없건 그냥 내처 노래를 불러댔다.

그러다 무안!! 혼자 걷는 남자를 만나게 된 것.

 

헤헤 그냥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며 다시 노래를 부르는 오여사.

 

사무락다무락 지점을 지나니 슬슬 소식이 온다.

 

 

 

 

 

노래를 불러 그런가 뱃속에서 요동을 쳐댄다.

그닥 배 고픔을 모르겠는데 뱃속은 난리이니 뭐라고 넣어줘야 하지 않나.

 

준비해간 편의점 김밥을 깠다.

단돈 천원.. 딱 점심 한끼로 만족!

 

걸을땐 배가 부르면 정말 힘든 길이 되므로 뱃속을 되도록이면 비우고 걷습니다.

 

앉지도 않고 그늘에 서서 노래는 계속 흥얼흥얼

작은 마요김밥을 씹으면서 휴식 중..

 

 

 

 

 

잠깐의 휴식과 에너지 흡수로 기운을 차리고 다시 숲길을 기분 좋게 요시땅!!

 

이름도 모르는 하얀 꽃들이 작은 웅덩이에 이쁜 무늬처럼 떨어졌고

그 옆 소나무 아래에도 별이 내려 앉은 것처럼 조신하게 앙증맞게 자리를 잡고 있구나.

 

별이 떨어진 건 아니겠지?

작은 꽃의 향이 굉장하다

소나무 숲을 채우고도 내 콧속까지 침범을 했으니..

 

 

 

 

 

 

 

지루했던 지나온 길을 다소 덜 힘들게 했던 길가에 핀 꽃들이였는데

숲에서도 노랑꽃이 반겨주니 이건 또 이름이 뭔가?

꽃잎은 코스모스 같은데

아주 작은 노랑꽃이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경사도 없는 숲길이 구룡치까지 이어져 있어 지나온 뙤약볕 아래 길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망각의 동물 그녀는 중년의 오여사 니!!

 

구룡치 지점을 돌아가니 악~ 바로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아~ 그래서 역방향 걷기를 많이들 추천했구나.

1구간 초입부터 바로 급 경사 구룡치가 버티고 있어 힘든 구간이라는 소문이 흉흉했다는 사실을

직접 와 보니 알겠다.

 

내려가는 것도 힘들만큼 급경사다.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은 미끄럽기 까지 했다.

미끄러지면 그냥 난리버꾸장이 나는 기다.

 

 

 

 

 

 

 

 

후덜덜 근 1시간 가량 내리막길을 걷고 정신을 차리니..

주변은 온통 꽃천지다.

 

숨어 있는 산딸기도 수줍게 달랑거리고,

흰꽃, 분홍꽃, 또 흰꽃,,,,

 

 

 

산딸기 꽃이 길쪽으로 고개를 삐죽 내밀고 섰구만..

 

 

 

 

 

이 이쁜 색의 작고 앙증맞으면서 럭셔리한 자태를 풍기는 이 나무는 또 뭔고?

 

꽃 구경 하느라 풀린 다리 후덜거림도 잠시 잊었다.

이게 바로 걷는 즐거움 아닐까?

 

 

 

 

 

 

숲이 끝나니 한눈에 쫘~ 악 펼쳐진 주천이다.

그늘이 없는 길 어드메쯤 끝일까?

 

또 터벅터벅..

 

 

 

 

 

멀리서 보니 가느다란 꼬챙이 같은 것들이 소나무 였구나.

도로를 따라 심어둔 수령도 꽤나 된 나무들 같다.

 

논과 어우러진 소나무 가로수가 묘하게 어울린다.

 

 

 

 

 

삐죽한 소나무를 보다 쳐다본 꽃반지가 생명이 다했다 보다.

시들시들 힘이 없다.

 

이젠 이 녀석을 고히 보내줘야하는 모양이다.

살짝 힘 주어 잡으니 툭~ 끊어지면서 바닥으로 추락한다.

 

고맙다 꽃반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꽃반지

추억속에 니가 없었는데 이젠 추억속으로 들어왔구나 꽃반지 안녕!!

 

 

 

 

 

 

 

마지막 종점을 향해 로보트 다리가 된 뻣뻣한 내 다리를 힘겹게 움직였다.

 

과연 이건 또 뭔가?

 

높은 밭둑에 줄을 선 콩모종 아닌가?

먼 산에 심은 나무같은 느낌이 두눈에 찼다.

파란 하늘아래 꼬맹이 콩모종 뜨거운 뙤약볕아래 아직은 힘이 넘치는구나

그래 쑥~쑥~ 자라서 주렁주렁 콩을 달아주렴.

농부 얼굴에 미소가 함박 되도록..

 

콩모종에게도 대화를 건네는 이건 무슨 병인지...ㅡ.ㅡ;;;

 

 

 

 

 

콩과의 대화를 끝으로 드디어 종착점에 도착을 했다.

뜨거운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그런데 눈물을 흘릴수가 없었다.

 

막 시작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내 눈물로 그네들의 힘찬 여정에 찬물을 끼얹어 줄 수는 없었으니.

아니 찬물을 확 끼얹어줘야 구룡치까 씩씩하게 갈거인데...

 

모델이 된 저 남정네는 정말 모르는 사람입니다.

디카를 들고 사진을 찍는데 스리슬쩍 들어온 거라서 나가시요! 라고 말할 틈도 없었네

누군지 모르는 남자분 혹여 불쾌하시다면 연락주세요 바로 얼굴 모자이크 처리 해 드립니다

(제가 처리를 할 줄 몰라 일단 공개하여 올리니 이해를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