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1,2의 활동/얍! 건강하고이뻐져라

[새벽 걷기 5일째] 태풍이 올라온다는데 그래도?

하늘위땅 2011. 6. 27. 10:28

2011년 6월 25일 걷기 시작한 5일째다.

비가 오락가락 날씨가 하수상하다.

쉬는 날이라 어디 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

괜히 마음은 이유없이 들뜬모양이다.

쉬는 날이면 항시 배낭을 메고 집을 나갔기 때문에 그 리듬을 기억한 신체리듬같으니...

 

새벽에 일어나니 비가 쫌 거칠다.

다시 누웠다

 

'비 좀 잦아 들면 오전중이라도 두어시간 걷지 머'

 

잠시 깜빡 잠이 깊이 들었나 보다.

비몽사몽간에 운동가야지 벌떡 일어났다.

 

7시를 넘기고 있는 시계..

 

밖을 보니 흐리기만 하고 빗방울은 조신하게 떨어지고 계신다.

 

방수등산화를 챙겨신고 우산들고 집을 나섰다.

널부러진 아들녀석 이불까지 챙겨 덮어 주고선 말이다.

 

 

 

 

축축한 공기가 온 몸을 쓰윽 훑는다.

 

"얌마! 가만 있어!"

 

그런다고 축축한 공기가 가만 있을까마는 ㅋㅋ

 

집 뒤 산복도로를 타고 추산공원까지 갔다올 생각으로 집 뒷편으로 돌아나왔다.

사선으로 바로 보이는 '마산 가곡전수관' 목요일 마다 풍류마당 공연을 하는데 어찌 가찹게 살면서도 한번도

가 볼 생각을 못했는지...

다음번 쉬는 날이 맞으면 엄마 모시고 한번 가보리라 다짐만(?) 해본다.

 

 

 

 

 

한가로운 산복도로를 느적느적 걸었다.

산책 분위기를 아주 맘껏 내보려고 말이다.

 

어릴적 잠시 살았던 동네 앞을 지나면서 무학산을 바라보니 구름이 잔뜩 밀려 내려오고 있었다.

내린 비의 양도 많았던 듯 회원천을 내려가는 물소리도 세차다.

 

비가 오지 않으면 세찬 물 소리 들을 기회가 없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깨끗한 물이 콸콸 넘쳐 흘렀던 그 회원천은 어디로 갔나?

 

저벅저벅 다소 무거운 등산화가 발목을 잡아 주어 돌멩이에 삐긋거려도 괜찮다.

나도 모르고 콧노래 흥얼흥얼..

 

 

 

 

집 뒤를 병풍처럼 둘러싼 봉화산에도 구름이 잔뜩 끼었다.

가곡전수관 표시판이 보인다.

 

꼭 가봐야 할 것 같다.

 

 

 

조용한 도로변을 걷다보니 이런 반가울때가..

저 앞에서 뛰어오는 마라토너 한명.

 

온 몸은 비에 젖고 땀에 젖어 보였다.

 

비오는 날 운동하는 이 나뿐인가 했는데 반갑기 이를때가 없어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화이팅!" 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마라톤너 아저씨 쏜살같이 지나쳐가삔다.

 

... 뒤 돌아보며 화이팅! 이라고 속삭이기만 했다.

 

하긴 모르는 사람한테 화이팅! 이라고 고함을 치는 것도 참 우끼는 일이겠지 ㅎㅎ

 

 

 

 

 

산복도로변은 온통 벚나무에서 떨어진 버찌들로 뽀드득 난리도 아니다.

시커먼 열매가 비 때문에 다 떨어진 모양이다.

 

인도변이 죄다 시커멓게 변했다.

 

 

 

 

 

서원곡 앞을 약간 헉헉 거리며 지나고

합포고를 지나고 드디어 추산공원 입구로 들어섰다.

 

딱 입구에서 만나게 되는 이 건물..

마산 시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선 이 건물...

꼭대기에 하늘정원 레스토랑에서 보는 풍경은 과히.....과히...과히다.

지하 노래방도 하늘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긴 하지.

 

이런 날은 하늘에 붕 뜬 기분이겠다.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추산공원에 도착을 하니 퍼뜩 눈에 띄는 조형물들...

그냥 무심코 지났는데 오늘에서야 이 녀석들이 눈에 쏙 들어오는 이유는?

 

하나씩 작품 설명을 다 읽으며 다시 보니 아~ 그렇구나...아는체를 하게 된다.

 

조용한 추산공원과 마산시립박물관..그리고 문신미술관을 휘~이 둘러보고

운동 효과를 좀 줘야 오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 같아

회원현 성길을 좀 걷자 싶어 계단을 올랐다.

 

재작년 마산도시탐방대에서 샅샅이 탐방을 하고 간 곳이라 다시 반갑게 오른다.

 

 

 

 

 

 

 

계단을 오르고 오르고..

초록이 풍성한 회원현 성이다.

 

비를 맞고 지저귀는 저 새들은 뭐뇨?

 

 

 

 

 

갑자기 머리위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까마귀 세녀석..

이 녀석들이 울어대니 주변의 까마귀들 죄다 몰려온다.

이러다 새떼에 당하는 거(?) 아냐? 싶어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오른쪽은 회원현 성을 쌓은 모습을 딱 잘라서 놓았다.

층층히 야무지게 잘 쌓았다는 것.

 

 

 

 

 

 

약간의 경사진 길을 헉헉 대며 올랐다.

하늘로 향하는 길처럼 보이지 않는가?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구마산 방면이 눈에 들어온다.

 

비에 잠긴 마산이여!

 

 

 

 

 

 

헉헉 대며 올랐다 다시 내려오는 길 시끄럽게 까~!~~ㄱ 대던 까마귀 물러가니 까치 한마리가 길을 막는다.

 

"어이 까치 머여? 한방 찍어 달라는 건가? 알쓰 포즈 잘 취해봐라잉"

 

디카를 들이대도 꿈쩍않는 용감무쌍한 까치..

결국 사진을 찍어 줬다.

근데 이 사진 까치 니 우찌 가져갈래?

 

 

 

성덕암 입구로 오르는 길이 참 이쁘길래 가던 길 멈추고 다시 한껏!

여전히 까치는 꿈쩍않고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치다보고 있었다.

 

까치가 치다보던 말던 내 갈길을 가야하기에 다신 문신미술관쪽으로 내려오니

새로 지은 아랫쪽 미술관 테라스가 보였다.

 

 

 

 

이런 아름다운 테라스는 누굴 위해 만들었을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거 아이야?

 

오~ 아름다운 곳이다!!

 

난간에 턱을 괴고 파라솔 아래서 마산을 바라보면 한찬의 차에 취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다

따라온 까치 녀석의 '정신차리시옷! 깍깍' 소리에 흥 다 깨졌다.

 

"나~~~ 쁘 ㄴ 까치 같으니!!!! 따라오지맛!"

 

 

 

 

 

다시 한바퀴 휘 두르다 발견한 추억의 장소 두 곳...

마산시립박물관에서 공원으로 내려가는 계단...그리고 나무의자.

 

더웠던 한 여름 저 계단에 앉아 매미소리 들으며 두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느꼈다.

두사람(?)이....

 

저 나무의자에도 두 사람이 앉아 자판기 커피와 율무차 한잔씩 들고 마산을 내려다 보면서

아무말 없이 앉았었다.

두사람(?)이...

 

그 시간에 그 순간들이 참 괴롭거나 힘들거나 기쁘거나 행복했거나 했는데...

많은 시간이 흘러 그 자리 그 시간을 되돌아 보니....

그냥 아련한 추억이 되어 그립기만 할 뿐이다.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도 한때의 유희 같은 것...

 

좀 더 잔잔해진 감정의 바다는 조금 일렁이다 말 뿐이다.

 

비는 조금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고

2시간에 걸친 걷기는 기운을 소진 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태풍은 이날 저녁무렵무터 심하게 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