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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걷기 7일째] 솥단지 매고 나가도 다 주거쓰 개는 못만났다

하늘위땅 2011. 6. 27. 17:00

2011년 6월 27일 월요일 태풍 끝.

 

잔뜩 흐려있기는 했지만 빗방울 날리지 않고 바람도 잠잠하다.

새로 바꾼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해 깊은 잠에 빠질 뻔~ 했으니 강인한 정신력으로 비몽사몽속에서 깨어나

대견하게도 운동길에 나서게 되었다.

훤한 시간인데 구름때문에 컴컴하다.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는 둥 마는 둥 7일을 넘기는 걷기 중 이틀을 그냥 건너 뛰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괴로웠기에

어서 걸어야지 하는 압박감이 심하게 내 몸을 밀쳐내는 듯 했다.

이렇게 고역이면 곤란한데..

즐거운 마음으로 해도 모자랄판에...어쩌자고..

 

 

 

 

 

 

어둠의 자락에서 허우적거리는 골목길..

불켜진 집이 없다.

우리동네는 단독주택단지로 택지개발한지 20년이 넘은 꽤나 오래된 동네이다.

그닥 못사는 사람도 없고 대체로 조용하고 홍수피해 없고 높은 지대에 있다보니 여름에도 시원한 편에 속한다.

연령대도 60대 이후 어르신들이 많은지라 일찍 출근을 서두르는 집은 많지 않은편인듯.

세들어 사는 세입자들 중에는 젊은 사람들이 있어 가끔 일찍 불이 켜지는 집도 있기는 하다.

 

 

 

 

 

날씨 탓을 하면서 무학산 둘레길은 또 저만치 밀쳐두고 걷기의 첫 장소 마산 동중 운동장으로 갔다.

 

'음..오늘 다 주거쓰 개 나왔을까?'

 

어느 님의 댓글처럼 솥단지 들고 나와서 아무데나 질질 흘리는 그 다 주거쓰 개한테 위협을 가할까 생각했는데

분명 이런날은 나오지 않을테니 무거운 솥단지는 패쓰!

 

다행스럽게 다 주거쓰 개는 커녕 사람하나 없다.

 

비온 다음 날 운동 나오는 이 나뿐인가 하노라..

 

비에 젖어 촉촉한 운동장 모래를 처음 밟는 기분 괜찮네..

 

 

 

 

앗! 그러다 발견한 이 파랑 딸따리 한짝

 

아니 누가 아직 쓸만한 딸따리를 버렸단 말인가?

동중 학생이 내팽개친건가?

 

고스란히 비를 맞고 밤을 새웠을 파랑 딸따리가 애처로워보였다

더군다나 지 혼자라서..

 

 

 

 

 

 

아니 계단참에 디비져 있는 파랑 딸따라 다른 한짝이다!

 

아니 도대체 누가 이렇게 버린거야!

서로를 애타게 그리며 이렇게 몸부림까지 쳤는데....

 

다행이다 파랑 딸따리야 짝을 잃어버리지 않아서...

두 녀석을 나란히 붙여두려다가 이런 .... 알 수 없는 심술이 도졌다.

 

그냥 냅둬! ㅎ

 

아 !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가..

몇바퀴를 돌면서 파랑 딸따리를 그냥 지나쳤는데...

 

어이할까 이 심술보를..

 

 

 

 

 

20여분쯤 흘렀나 보다 걷기에 한창 깊이 빠지고 있을 무렵 왠지 배가 살살 아픈 것이 궁디쪽에 굉장히 힘이 들어갔다.

 

어라! 아직 때가 아닌디...왜 이려?

 

괄약근을 잔뜩 쪼이며 30분 이상은 걸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빠르게 걷기를 시도하면서 살짝 시선을 돌리는 순간

벼락같이 눈에 들어온 니 덩쿨들...

 

플라타너스 나무에 가려 보지 못했었던 덩쿨 풀들이였다.

야구공 때문에 높다랗게 세운 철조망에 줄기를 붙이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위로 오르는 모습이라니...

뭐라고 걸치고 있어야 사는 덩쿨들이지만 휑한 철조망에 쩌~ 억 붙은 기 참말로 눈물 겹다.

 

감정의 조절이 잘못 되려는 그 순간 잔뜩 힘을 준 괄약근의 힘이 풀어지는 것이다.

 

"악! 안돼! 이러면 곤란해 곤란해!"

 

5분거리의 집까지 어쨌던 빨리 가야만 할 지경이 되었다.

 

우짜노 클났다!!!

 

뱃속은 요동을 치고 엉디는 잔뜩 힘이 들어가고 ....위기일발!!!

 

 

 

그 순간 내 눈에 띈 이거슨?

 

악! 다 주거쓰 넘 발자국이다.

어디야어디야 악! 안돼! 다 주거쓰 혼내줘야되는데..

옴마야!

 

후다닥!

 

발에 모터를 단 것처럼 5분거리 집까지 1분만에 도착 ...

.....

......

 

도대체 어제 뭘 먹은거야?

 

지난 어제 일을 후회하면서 걷기를 다시하나 마나 잠시 망설였다.

시간도 어중간하고 가게 출근 시간을 맞추려면 안되겠다는 통밥이 들었다.

 

많이 하면 무릎 나간다는 앞차기 300개를 거뜬하게 해치우고

스트레칭 몸털기로 아쉬운데로 운동 끝!

 

아이 다 주거쓰 혼내줄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 아쉽고 아쉬운 월요일이다.

 

다 주거쓰 개 내 보라고 발자국 선명하게 찍어놓았을끼야!!

 

다음번엔 기필코 솥단지 던져주리라 푸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