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동네 탐방에 나섰던 어느 봄 날.
꾸무리하던 하늘이 오후가 되자 슬 개였다.
밍기적 집에서 눌러 붙을까 하다 블로그 친구님의 부탁도 있고
마산토박이로 살면서 정말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는 사실을 이곳저곳 걸어다니면서 알게 된지라
회원동 근처 동네 교방동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부모님들이 신혼집을 차린 곳이 교방동이라는 오래전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런갑다 했을뿐
살면서 그 쪽으로 나갈 일도 없었고 당숙이 사시는 곳이 교방동이라 해도 딱 입구쪽에 위치하여
깊은 교방동을 둘러볼 기회도 없었다.
교방동 하꼬방같은 집에서 속아서(울 신여사 말에 의하면 중매쟁이의 말에 속아서 한 결혼이라고 함) 결혼을 하고
신접살림을 꾸렸는데 얼마나 속상했을지 동네를 둘러보면서 느꼈다.
'아이고 아부지 옴마한테 좀 잘하지 그러셨어요..'
오래전에 하늘나라에서 머물고 계신 아부지는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울 신여사의 푸념어린 투정을 말이다.
집에서 나와 철길을 타고 교방동으로 가보기로 했다.
회산다리를 지나니 바글바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헐리고 높이 올린 아파트가 철로변에 지어져
세월이 참으로 많이 흘렀구나 느끼게 해준다.
철길공원의 봄도 화사한 꽃과 함께 하고 있었다.
라일락 향기가 코를 찔러 한참을 노닥거렸다.
철길을 벗어나 교방천이 보이는 곳에서 바로 골목으로 진입을 했다.
아직도 옛날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골목들이 어린 시절 동네를 떠올리게 한다.
낮은 집들 너머에 보이는 높은 저 아파트가 낡은 나무 대문을 아주 후줄근한 인생으로 보이게 만든다.
끊어내지 못하는 인연처럼...질기게...질기게...살아 남은 대문이며 낮은 지붕까지도
길었을 골목이 소방도로가 생기면서 아주 짧게 짧게 끊어졌지만 오래 눌러산 사람들은 그냥 그모습 그대로
그곳에서 어떤 변화를 줄 생각도 없이 살고 있는 것 같다.
다만 하천변 길이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고 난간이 설치된 정도의 변화는 있겠지만..
기억에서도 조차 사라진 것 같은 어릴적 동네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교방천변 동네
오래된 칠 벗겨진 철문과 돌담위에 앉은 시멘트 바른 벽돌 담까지.
교방천을 사이에 두고 조금 평평한 동네는 길도 많이 넓어지고 집들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
경사진 맞은 편 동네는 길도 구불하고 경사지고 움푹 패인 길의 군데군데가 눈에 띄었다.
반듯하게 아스팔트 깔린 골목길 그 아스팔트 내 뿜은 열기가 만만치 않네.
오래된 담장 너머로 고개를 쑥 내밀어 보니 얽키고 설킨 전깃줄 사이로 마산의 하늘이 무심히 누워있다.
어린시절 작은 키로 담장 너머 뭔가를 보려고 폴짝폴짝 뛰며 궁금해하던 그 때
좀 만 올려주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은 낮은 담장너머의 세상을 무척이나 억울하게 궁금해 했었는데.
낮은 집 지붕에 만들어진 방법 철가시..
도둑 들어오면 다 주거쓰!! 찔린다
이 철가시를 발명한 사람은 떼돈을 벌었다지 아마..
추산공원의 늦봄도 녹음에 사라지고 있구나.
있는 그대로 벽면에 반딱이 타일을 붙여 누추하기 이를때 없던 집을 조금 수리를 해 보지만
깊은 골목은 한숨을 쉬게 한다.
두집이 나란히 수리보수를 했나?
부지런하기 이를때 없는 주민분은 골목에 신선함을 만들고 계신다.
동네주민들의 휴게소 역활을 하는 이곳은 낡은 쇼파도 있고
시계도 있고 거울까지 달렸다.
모퉁이 돌아가는 곳에 있어 시원한 바람이 불어 모여서 놀기엔 더 없이 좋은 곳같다.
오른쪽 좁은 길로 걸어가니 모여서 이야기를 하던 어르신들 사진 찍는 내가 궁금한지 물어보신다.
"사진 찍어서 머해요?"
"아 예 그냥 필요해서요"
"얼마전에도 시에서 나와가꼬 사진찍고 재보고 그래갔는데"
"아 그랬어예 전 공무원 아닌데예.."
"이 길을 널피준다꼬 그래 재갔는데 소식이 없네.."
동네 어르신들 젊은 사람이 오니 이것저것 마구 물어보신다
곤란하다 아는 것이 없다.
"국회의원들(선거전이였기에) 모두 와가 이말 저말 약속만 쎄리 했는데 참말로 그래줄랑가 새댁이 아요?"
"하하 저도 모르지예 정치하는 사람들 맘을 지가 어찌 알아예 "
"말은 번드르르르 잘 하던데 지대루 해주는 꼴을 못 봤다 아이가"
불만을 제게 말하시면 저도 모르는데 어케요 ㅠㅠ
알고 보니 하천변 측량하고 사진 찍어간 것 산책로 만들기 위한 테크를 설치하려고 그랬던거란다
우얄꼬 우리 할매들 길 널파준다고 기대를 엄청 했는데....
하천변 오래된 버드나무에 물이 조금씩 오르는 어느 봄 날..
담장 너머 삐죽 얼굴을 내민 나무들도 초록 잎을 내 놓을 기세다.
이 하천에 산책로가 생긴다는 말인가?
길 넓혀 달라고 하던 할머니들 바램은 어짜노..
몇십년 전에 달았을 미용실간판과 슈퍼마켙 간판이 추억의 영화 촬영장 같으다.
골목 안쪽에 하얀 어느 집 대문이 눈에 확!
30년전이나 20년전이나 10년전이나 똑 같다 아이가
이동네는..
담부락 위 작은 공간도 알뜰하게 활용해주시는 우리 어머니들..
골목을 나오시는 꼬부랑 할머니의 걸음같은 동네로다
문옆에 노란 꽃을 피운 유채꽃도 그때 그대로다
2012년 4월 봄 어느날
마산 교방천변 골목을 돌아보며...
교방천변에 산책로가 만들어졌을까 한번 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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