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마 제대했어요

아들아 너의 두번째 편지를 받았다

하늘위땅 2012. 5. 3. 18:59

석아 집에 오니 너의 편지가 왔구나
어찌나 반가운지.


주말이면 편지를 쓰기도 하는 모양이구나.
다음번엔 이모들한테도 편지를 보내렴.

 

어제께는 편지를 두어통 보냈단다.
엄마는 할말이 무척 많은데 이모들은 '똥다라이 안녕' 이것만 써 보낸다고 하는데 어쩌니?
그래도 반갑게 편지를 읽어주려무라.

 

오늘은 대구에 일이 있어 잠시 갔더란다.
물론 엄마가 좋아하는 기차를 탔지.
동대구역에 내리니 여친과 같이 있는 군인,
귀대를 하는 군인들의 제법 많이 보이더구나
예전에도 많았을텐데 그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더니
아들이 군인이 되니 세상사람들 속 군복 입은 남자만 눈에 들어오네
여친이 없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엄마외 가족들이 널 항시 염려하고
걱정하고 기대하고 기다리니 그 맘을 잊지 말거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의 자리에서 니가 할 수 있는 만큼 서로 잘 어우러지게 행동하는 것도 필요하니
같은 훈련병끼지 잘 도와가며 동기간의 우정도 돈독하게 쌓는 기회가 되면 좋겠구나.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제일 어렵지만 때론 쉬울수도 있으니 너무 튀지 않되
니 몫은 다 해내는 씩씩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되길 바란다.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소나기가 갑자기 내려 준비해간 우산으로 다행히 물벼락은 맞지
않았지만 후덥지근하다가 갑자기 비가 내리는 이상한 날씨가 조금 걱정스럽긴하네
변덕스런 날씨처럼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예상했는데 버겁기도 한 일이 생길수도 있는 것이 사람사는 일인지라
미리미리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해 둔다면 조금 덜 어렵게
조금 덜 아프게 지나가리라 생각한단다.

 

너의 군 생활도 그닥 예상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항시 긴장하고
정신을 잘 챙겨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늘 조심하거라.

 

이른 저녁을 먹고 니 방에서 잠시 머물면서 이 편지를 썼다.

아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