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마 제대했어요

아들아 전화는 그만 손편지로 하자꾸나

하늘위땅 2012. 7. 3. 21:35

아들 훈련소 드갈때 샀던 파스텔 편지봉투가 다 떨어진 것도 모르고 있었네

자주 전화를 하니 편지를 쓸 겨를이 없었다.

매일매일 통화를 하니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

 

삼사일 전화가 없으니 그제서야 편지를 써 줘야겠다 했다.

자잘한 일상 이야기 적고

책에서 본 좋은 이야기, 글 귀도 좀 적고

봉투를 찾으니 없다.

 

흰 봉투에 그냥 넣어보니 참 한심하게 보인다.

밍숭한 것이 영 아니올시다 아닌가.

 

아들방에 들어가 파스텔과 색연필 박스를 찾아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곽중에 하려니 뭘할까 고민고민

대충 요래조래 그렸다.

 

 

봉투에 글도 적고 그림도 그리고

파스텔로 이쁜 색도 칠하니 뭐 같이 럭셔리하다.

 

아들이 좋아라 할까?

 

 

 

 

 

하하하 기분이 이상타

 

연애편지도 이리는 안해봤는데 자식이 무섭긴 하다.

밍숭하게 보내면 아들이 심심할까봐 고된 하루 일과를 슬그머니 웃으며 마무리하길 바라는 맘으로

온 거실에 칠갑을 하고

손에 다리에 파스텔 칠을 하면서 그렸다.

 

아~ 추억 돋는다.

 

 

 

 

 

펜에서 똥이 나와 조금 지저분해져 문구점으로 달려가 펜이랑

봉투, 편지지, 재미나 스티커까지 샀다.

완전 깜놀하겠지 아들이...

흐흐흐

 

"엄마 아동틱하게 스티커가 뭐람"

 

이라고 한다고 해도 아들이 잠깐이라도 즐거워한다면 아동틱함도 감수하리라..

 

아들아 지둘려라!

스티커 팍팍 붙여 보내주꾸마.

 

이젠 전화 그만하고 우리 편지 쓰자구

기다리는 시간의 설렘도 맛보고

좀 더 그리워하고

좀 더 아쉬워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