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절 집 기행

경북 봉화 청량산 청량사

하늘위땅 2012. 9. 10. 10:30

여름휴가 마지막 날 촐촐 내리는 비를 맞고서도 "가자" 강행을 했던 곳이 청량사이다.

먼저 다녀온 동생들의 말도 있었지만 가끔 보이는 테레비속의 절 집이라던가, 어느 님의 사진속의 청량사는 맘 한곳에 집을 짓고

'너 언제 올거니' 이러면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혼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엔 엄두를 낼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작정 1박을 하며 다녀오기엔 뭔가 좀 부족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무슨일이 있어도 올 여름엔 꼭 가리라 다짐다짐.


기대잔뜩

10여년전 다녀온 막내도 그때 그 분위기를 떠올리면 설레이기까지 해 절 집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고무되었다.

그치지 않은 비를 걱정하면서 예전에 올랐다고 하던 그 입구를 지나쳐 좀 더 오른 뒤 '입석' 표지가 있는 작은 주차장에 차를 두고

비옷과 우산으로 무상을 하고 길건너 바로 보이는 데크계단을 올랐다.


축축한 산길에 내리는 비는 물 웅덩이를 만들고 잘못 삐긋하면 발목 접지를 염려마저 있는 돌과 바위길이 조금 이어졌고

비옷을 입은 동생은 사우나 같다고 비를 맞고 가리 이럼서 노란 일회용 비옷을 벗어 들고 걸었다.


한 20여분 불편하지만 그다지 힘들지 않은 산길을 꼬불꼬불 돌아가니 스님 염불소리가 들렸다.






이내 시야가 확 트이는 곳에서 눈에 들어오는 이 곳이 바로 청량사라네.

산중턱에 숨은 듯 들어 앉아 있는 절 집.


<봉화 청량사>


청량산 도립공원 내에 자리한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원효대사가 세운 절로 법당은 지방유형문화재 47호인 

청량사 유리보전이 보존되어 있다.

이 청량사는 풍수지리학상 길지 중의 길지로 꼽히는데  육육봉(12 봉우리)이 연꽃잎처럼 청량사를 둘러싸고 있고

이 청량사는 연꽃의 수술자리.

이 청량사에는 진귀한 보물 2개가 남아있는데 공민왕의 친필로 쓴 현판 유리보전(琉璃寶殿)과 지불입니다. 

유리보전은 약사여래불을 모신 곳이라는 뜻.


유리보전에 모셔진 약사여래불은 종이를 녹여 만든 지불이라는데 아뿔싸 행사중이서 보지도 못했다.

정성으로 기도하면 병이 치유되고 소원성취를 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하긴 너무 많은 중생들이 소원성취를 원해서

지불이신 약사여래불님의 녹아 버릴지도 모르니 힘을 덜어드리는 것도 좋은 일 아닐까 하하







경사진 곳에 자리한 청량사 절집은 내처 계단 혹은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그래도 그 경사지에 절묘하게 잘 앉은 각 법당들이 아기자기하기 까지 했다.

비구니들이 계시는 곳인가 싶을 정도로 정갈하고 앙증맞고 아기자기한 꽃이며 나무들이 단정해서 놀랬다.







청량산의 전설 하나.


과부(寡婦)가 많이 나는 명당(明堂)



옛날에 한 풍수가 하는 말이  '이 산은 명당이다. 묘를 쓰고 나면 높은사람이 많이 날 것이다. 

그러나 초년에 과부가 많이 날 것이다.'라고 하였다.  욕심이 많은 사람이 그곳에다가 묘를 썼다.

그 후 정말로 마을에 과부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과부들은 앞으로도 더 많은 과부가 생길 것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묘를 파기로 작정을 했다.  그 묘에 가려면 강을 건너야 하는데, 마침 강에 도달하니갑자기 큰 비가 와서 강물이 불어났다. 

불어난 물 때문에 강은 못 건넜고 묘도 파지 못했다







오락가락하는 하늘 내리는 비 때문에 고개를 들 생각을 못했는데 잠시 비 그치려는 찰나 고개를 들어 보았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5층석탑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칠월칠석이라고 기도행사를 하시는 건가?

뒤에서 서성거리다 행사 끝나기를 기다리지 못해서 그냥 내려온 것이 내내 아쉽고도 아쉽도다.






유리보전 옆으로 스님들이 수행하는 선불장과 강원으로 사용되는 심건당 심우실이 나란히 앉았다.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







비님으로 인해 촉촉 젖어버린 석탑 앞 

처음 왔으니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신발을 신고 올라 아래, 저멀리 한참을 구경하노라니 부랴부랴 고함을 지르며 내려오는

한 보살님 짜증 작렬이시다.


"그곳은 신발 신고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예? 그래예? 몰랐네예 다들 신발 신고 올라왔는데 우리한테만 역정을 내십니다. 못 들어가게 막던가

 비도 오는데 신발 보자기를 준비해주시던가 미리 준비를 해 두셔야지 우리한테 그러시면..."


"그래도 안됩니다 내려가세욧!"


앗 보살님 때문에 청량사 이미지 반감되었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그 틈에 찍어본 동생들 사진이 좋아서 






철도침목으로 오르막길 계단을 만들고 깔았다

미끄러울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 이 침목때문에 좀 더 유명해졌다는 동생의 말.

청량수도 한잔 들이킬까 했는데 비가 오는 관계로 그냥 구경만.







오르는 길이 예사롭지 않게 힘들었지만 이름처럼 맑고 청아한 느낌의 절 집이였다.

스님네들이 정성인지 보살님들의 정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꾸며진 주변이 더욱 더 절 집의 이름을 빛나게 해 주었던 듯.


올라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내려오는 길을 잡았는데 어찌나 가파른지 내려가면서도 힘들어서 죽을 뻔 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이 길로 올라오는 할머니 한 분 대단하시다.


간혹 차를 이용해 올라오는데 차마저도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는 것이다.

후들거리는 길을 꽤 긴 시간을 걸려 내려오니 우리의 차는 걸어서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곳에 기다리고 있고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발바닥, 무릎은 은근히 슬쩍 통증이 느껴지는 듯 하고 휴가 마지막날의 여정이 참으로 버거웠던 하루..


꼭 한번은 와 보고 싶었던 '청량사' 다녀오니 맘이 깨끗해졌다.

짜증 작렬했던 그 보살님만 아니였더라면 .... 아니면 우리의 부주의함이 문제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