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을 가기 위해 함양을 수차례 거쳐 가면서도 이상하게 더 유명한 상림엔
가 볼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컨디션도 별로였고 산에 갈 맘도 내키지 않았던 흐린 날
무작정 올랐던 버스가 진주행 그래서 함양까지 내려 달렸다.
준비도 없이 나온 길이라 지리산 근처는 갈 수도 없었고 읍내에서 가깝다는 상림이나 걸어서
다녀오자며 함양버스터미널을 나서며 짐작으로 걷기 시작했다.
지도를 보고 대충 감을 잡아 걸어보기로 했던 그 길이 참으로 길었다.
구름도 잔뜩 하늘에 있고 해도 숨어 버렸는데 어찌나 후덥지근하던지..
땀을 찐득하게 온 몸에 두르고 걷자니 '아 땀 흘리고 싶지 않았는데...' 연신 땀을 훔치며 걷고 또 걷고.
천근만근 몸은 아스팔트속으로 들어갈 지경이였다.
괜히 왔나 후회를 하려는 순간 [상림] 표지판에 눈에 떠억 들어오니 '근처인갑다 좀 더 가보지 뭐'
그러고도 10여분을 하천을 따라 걸었다.
빽빽한 나무가 들어선 시원해 보이는 상림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함양상림공원은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면적은 205,842㎡, 함양읍의 서에서 동으로 흐르고 있는 위천(渭川)가를 따라서
조림한 호안림(護岸林: 제방의 보호를 위한 숲)이다.
-유래 및 전설-
함양 상림공원은 통일 신라 시대인 9세기 말엽 문장가로 유명한 최치원이 선생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 조성한 숲으로
함양시내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최치원 선생은 매년 홍수의 피해가 커지자, 백성들을 동원해 물길을 시내 외곽으로 돌리고 그 자리에 둑을 쌓고,
둑 안쪽을 따라 나무를 심고 ‘대관림’ 이라 이름 짓고 숲을 가꿨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 숲의 가운데가 훼손 되면서 마을이 형성 돼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어졌는데,현재 하림은 거의 없어지고
상림만 남아 함양군민들 마음의 안식처이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공원이 됐다.
이 곳 상림은 많은 이들의 추억과 낭만이 서려있는 장소지만,
최치원 선생의 애민사상이 가장 잘 나타난 정치적 실천 무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금의 정치꾼들이 꼭 본받아야 할 덕목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또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며, 현재는 풍치림의 구실도 하고 있다.
한편 상림공원은 최치원 선생과 관련된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금호미 한 자루로 나무를 다 심었다는 것과
상림에는 뱀, 개미, 지네 등의 미물들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전에 의하면 효성이 지극했던 최치원은 어느 날 저녁 어머니로부터 상림에서 뱀을 만나 매우 놀랐다는 얘기를 듣고
상림으로 달려가 “이후 모든 미물들은 상림에 들어오지 마라!” 하고 외치니 그 후 상림에는 뱀, 개미 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다소 주술적이고 황당한 이야기지만 함양사람들은 지금도 상림에는 뱀과 개미 등이 없다고 믿고 있다.
(개미는 있었는데...ㅡㅡ;;)
근처 유치원 아기들이 소풍을 나와서 숲이 왁자하니 아이들 웃음소리로 넘쳐나고 있었다.
시원하기 이를때 없는 수도가에서 목을 축이고 손을 씻고 있으니 선생님 눈길을 피해 슬쩍 물가로 다가오는
꼬맹이 두명..
"너희들 물 마시러 왔누?"
빤히 쳐다보며 답도 없이 물장난을 치는 두 꼬맹이..
살짝 비쳐드는 햇빛이 뜨끈하다.
급하게 꼬맹이들을 데리러 온 선생님 혼비백산이다.
살짝 숲을 나와 옆 쪽으로 나오니 너른 물 논에 꽃이 진 연잎이 스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연밭이라고 해야하나..
꽃이 만개했을 때 장관이였으리..
바람도 잦아들어버리니 다시 더워서 숲으로 재빨리 들어오니 계절이 계절인지라 그늘은 선선하다.
조르르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다람쥐 한마리
겁도 없이 내 앞에서 꼬리를 쳐들고 두리번두리번 호기심을 드러낸다.
살짝 다가가도 꿈쩍도 안한다
왔다리갔다리 한참을 재롱을 부리더니 다른 사람들의 인기척에 놀라 나무위로 올라가 버렸다.
숲 곳곳이 꽃무릇이 올라오고 있었다.
신문에 꽃무릇이 만개를 했다고 기사가 났더라.
숲 주변을 산책중인 관광객 혹은 동네 어르신들?
부부 혹은 연인 가족...
완전무장을 한 뒤 걷기 운동중인 아주머니들도 숲의 일부가 되어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뿌리가 붙어 자라는 연리목이 사랑의 약속, 소망을 이뤄준다며 같이 온 부부가 손을 잡고 기도를 했다.
소원 들어주는 바위, 나무 ,,, 많다 많어 그 많은 소원을 다 들어줄까 과연...
가지가 붙어 자라면 연리지, 뿌리가 붙어 자라면 연리목이란다.
조용한 벤치에 슬쩍 누웠더니 솔솔 바람에 잠이 슬쩍 다가왔다
눈만 잠깐 감아야지 했는데 이내 깊은 잠에 빠진 모양이다.
화들짝 놀라 일어나니 20여분이 훌쩍 지났다.
이런 겁도 없는 사람 보았나..
깊은 잠을 잔 모양이다 개운한 것이 늘어진 온 몸이 기운이 생생해졌다.
숲 가운데를 흐르는 작은 개울에 오리 한마리가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 있었다
"넌 왜 혼자니 오리!"
대답 없는 오리
유난히 같이 걷는 부부들이 많다
연리목이 두 군데나 있어 그런가?
함양8경중 1경이라는 상림은 오색이 물드는 가을에 연인끼리 부부끼리 오면 더 없이 좋은 곳으로 느껴졌다.
숲 속 오솔길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서로의 마음도 나누고 사랑이야기도 술술 풀어질 것도 같은데..
10월말까지 펼쳐질 꽃무릇의 장관을 놓치지 말고 한번 가보시라.
어르신들 단체로 나들이를 오신 모양인데 술판이 벌어진 모양이다.
술 냄새 음식냄새 아주 역겹게 숲 입구에 진을 치고 얼판 취하신 어르신 한분은 아예 내 놓고 소피까지 보신다.
아이고 우리 어르신들 제발 지켜야 될 것을 지켜주세요
어른이라고 봐주고 그런 거 없어요
더구나 이곳은 천연기념물로 보존이 되고 있는 곳입니다.
제발 우리 어무니 아부지들 고정하소서..
빗방울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려고 해서 대충 감을 잡아 가로질러 터미널을 찾았는데
직선 길로 찾아가니 올 때보다 더 빨리 닿았다..
이런 바보같으니...천치가 따로 없군.
마산에서 함양 상림 숲 가기.
마산에서 진주로 시외버스타고(2~30분 간격)
진주에서 함양행(수시로 있음)
함양에서 도보로 숲 걸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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