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우리동네 어디까지 가봤니

오동동 아케이트는 없지만 골목은 남았네

하늘위땅 2013. 3. 4. 13:00

풍년 압력 밥솥이 고장이 났습니다.  부품을 사러 부림시장까지 걸어서 갔습니다.

가게에서 부림시장까지 20여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걷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다행히 날씨도 많이 풀려서 한결 따뜻합니다. 

약간은 쉴 시간의 여유가 있는 오후 가게를 나섰습니다.


하늘은 맑고(이런 하늘이 아주 자주 보입니다 요즘은) 찬바람 가운데 따뜻한 느낌이 전해지는 겨울 끝자락입니다.

볕을 안고 걸으니 살포시 몸이 후끈 열감이 느껴집니다.

눈부셔서 고개를 숙이고 걷다가 길을 잘못 들었나 봅니다.


아이쿠!

큰 도로를 따라 걸으면 바로 갈텐데 약간 둘러서 갈 수 밖에 없네요


가다보니 오동동 아케이트를 철거한 하천이 나옵니다.

하천이 양쪽에서 만나 내려가는 것이였군요.




이곳이 어떻게 변할시 사뭇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다닥다닥 붙어서 지저분하기 이를때 없는 오동동아케이트 시장이였잖아요.

양쪽으로 술집들이 유난히 즐비하기도 했었던 어릴적엔 감히 지나가지도 못했던 동네였지요.


철거후 생태하천으로 복원한다는데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주변 골목으로 들어가 질러 가봅니다.





오래된 유리문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어릴적 늘 열고 싶었던 골목에 있었던 점빵문이니까요..





방법 담장 철살이 무시무시합니다.

녹슨 문과 곰팡이 핀 담벼락이 긴 세월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오동동 아케이트는 없어졌는데.






얽히고 설킨 전깃줄이 복잡한 골목을 말해줍니다.

골목에도 따뜻한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위태하게 에어컨 실외기가 달려있네요.

여름이면 골목집들도 많이 더울겁니다. 하늘색 책을 한 것이 산뜩해 뵈긴 하는데 문앞에 세워진 돌은 뭘까요?






골목골목 따뜻한 봄 볕이 골고루 스미고 있는 2월 어느날 오후입니다.





좁은 골목 끝집 장판지로 벽을 막은 집이 조금 위태하긴 합니다.

눈부신 2월입니다. 덧댄 골목바닥까지 잘 스며들면 좋겠습니다.






반듯하게 새로 지어 올린 건물과 오래된 시멘트 전봇대 어쩔수 없이 허물어진 공터 그리고 누군가 텃밭으로 만들어

자라고 있는 적상추와 버려진 쇼파와 쓰레기들 골목입니다.





평상까지 만들어 놓고 동네 사랑방겸 공터를 자처하고 있는 곳 같습니다.

상추가 제접 촘촘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좀 더 자라면  동네 사람들과 따뜻한 봄 날 상추쌈 점심을 같이 해도 좋겠네요.


빠르게 변하는 큰 길과는 다르게 골목안 삶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골목도 차츰 없어지고 짧아지니 골목길의 정도 사라지고 말겠지요.

좁은 골목 그늘에 평상을 작게 만들어 한여름 더위를 피해 누우면 골목을 돌아 나오는 시원바람이 아주 좋았는데

비오는 봄 날이면 처마에서 떨어진 빗방울 만들어 준 작은 물길을 놀이터 마냥 놀기도 했는데

고드름 달린 골목을 추운 줄도 모르고 말라붙은 코 칙 손등으로 닦으며 오빠를 놓치지 않으려 내달렸던 그 골목


그리우나 돌아갈수는 없는 그 골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