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배워요

다시 점포를 찾아라

하늘위땅 2013. 11. 13. 11:00



딱 5년을 한달 앞두고 점포를 빼라는 통보를 받았다.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그다지 큰일도 아닌데 잔잔한 일상에 파문이 인 듯 맘이 억수로 급해지고 두려움 같은 이상한 것들이 밀려왔다.

몸에 익고 익숙하여 이젠 좀 더 씨게 달릴수 있겠다 싶은 싯점에 광풍이 몰아치는 느낌이랄까.


어찌 항변을 하거나 다른 이유를 달아 못나간다 할 명분이 없었다. 상가임대차법에 의하더라도 새 건물주는 잘못이 없는 것이다.

그걸 알고 딱 맞춰 빼도박도 못하게 " 가게 빼 주세요!" 통보라니.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건 우리 입장일뿐.


주변에서도 뜬금없는 소식에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어쩔도리는 없는 상황에 위로의 말을 건네주기는 했지만 씁쓸함은 그대로이다.

들리는 소문은 영 흉흉하게 우리가 뒷통수 맞은 것으로 돌고 있었지만 비워주기로 하니 뒷통수 맞고 나가는 우리는 홀가분한데

뒤통수 친 사람은 한동안 불편하지 않겠는가.


"원래는 너거 집 안고 매매 하는 걸로 말 다 되었는데 갑자기 내 보래라고 하더라"


원 주인아저씨가 가게세 정리하면서 던진 말에 욱하는 맘이 잠깐 들었다.


"이사비라도 받고 나가지 그냥 나가요?"


"궂이 부랴부랴 안빼줘도 되는데 넘 착하네"


"권리금은 우짜노 몇천만원은 될낀데 몇천만 받겠다 다 망해가던 자리 너거가 와서 살렸는데 못됐네 그 사람들"


"하기사 근처 빵집도 시설비 권리금 죄다 손해보고 소송해도 짓다더라 무슨수로"


"원래 그런기라 장사 좀 잘되게 만들어 놓으면 주인들이 용심을 지기지"


우리도 모르는 소문은 온 동네를 돌고돌고 노란 은행잎에 실려 우리 귀까지 오더라.


"우짜겠어예. 즈그들도 돈 쫌 벌어보겠다 하는 걸 .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 인 갑네예"


짐을 싸면서 또 다시 썽이 확 났지만 -버릴 것이 왜그리 많은지- 버릴 것은 버리고 줄 것은 주고 남길 것은 남기고.

정리를 한다는 건 참 쓸쓸한 것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바로 연결해서 장사를 이어가면 좋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으니 쉬면서 알아보는 수밖에.


가게를 잠시 접는다는 소문에 득달같이 분점 내 달라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5년내내 졸랐던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거 안한다 딱 잘라 거절을 했는데 쉴 때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


몇군데 상담을 해보니 너무 쉽게 돈을 벌겠다 열의를 보이길래 일단 기다리시라 말은 했는데 .

과연 그들이 우리가 한 것처럼 해 낼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