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상륙 5일차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올레 걷기에 도전을 합니다.
"인자 어데 가꼬?"
"글쎄"
동생들에게 먼저 물어봅니다.
저야 이미 몇코스를 먼저 걸었던 경험이 있어 어데라도 괜찮지만 다시 걸을 기회가 없을 것 같은 동생들에게 올레 걷기의 진짜를 보여 주고 싶었거던요.
"9코스가 좀 짧으니 10코스 산방연대까지 걸어보까"
"그래 가보자"
제일 좋아하는 10코스를 다 걷고 싶었지만 걷지 못한 9코스를 걷고 10코스 알짜배기를 걷기로 하고 호텔을 나섭니다.중문관광단지 입구 정류장까지 걸어 나간뒤 120번 서귀포 시내버스를 타고 대평리 종점까지 갑니다.
한 이십여분 걸렸나 싶습니다.
동쪽 제주보다는 날도 따뜻하고 바람도 적은 것 같아 맘이 놓입니다.
대평마을을 가로질러 바다쪽으로 이동하면서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펜션들에 또 한번 동생들이 우와를 연발합니다. 동네가 좋은지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멀리 박수기정을 올려다 보니 아득해 보이는데 저 곳을 언제 올라가나 싶습니다.
시작점앞에서 막 출발을 하는 순천에서 온 젊은 남자를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지금 출발하시는 거에요?"
따발총처럼 뱉어 내는 우리의 질문에 느리게 사투리로 답을 하는 그 총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 사진 한판 부탁해요"
이런 배려심 없는 언니들을 보았나 싶었지만 무례하지 않을 만큼이라 믿으며 사진을 부탁했는데 흔쾌히 사진을 찍어 주셨네요. 주말을 이용해 올레를 걸으러 왔다고 했는데 잘 걷고 가셨을까 궁금하기는 하네요.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요.
헉헉거리면 몰질이라고 부르는 가파른 바위를 타고 정상으로 이어지는 좁은 숲길을 오르니 정상이네요
눈이 쌓인 한라산 정상을 바라보면 잠시 숨을 돌립니다.
지난번 경남도민일보 임항선 라디엔티어링 대회때 받은 라디오가 길동무가 되어주는 날입니다.
대화는 끊임없이 어어졌지만 잠시 지루하게 걷는 길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노래도 따라 부르고 춤도 춰가며 걷습니다.
혼자 걸을때 민망했던 행동을 같이 걸으니 하게 되네요. 이왕이면 즐겁고 재미나게 걷고 싶습니다.
토요일이라 길동무들이 많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줄지어 걷습니다.
동쪽코스의 한적함과 비교가 되네요. 날씨가 이렇게 차이가 나니까 어쩔수 없는 부분이긴 하네요.
가는 중간에 언뜻 보이는 바다에 형제섬도 보이고 송악산도 보입니다.
바다를 곁에 두고 쭉 돌아 걷는 저길은 10코스가 되겠네요.
박수기정을 지나 내려오니 흔하지 않은 풍경앞에 우와~ 가 절로 나옵니다.
그냥 갈 언니들이 아니지요
저 멀리 산방산이 삐죽 내려다 보네요
조 밭인거 맞지요?
수수밭은 지리산 둘레길에서 보긴 했는데 조밭은 처음입니다.
월라봉을 돌아 안덕계곡을 찾아 드간 길이 폐쇄되어 되돌아 나오니 길이 조금 바뀌어져 있네요.
안덕계곡 진입 실패의 실망감에 앞으로 나아갈 10코스 다소 맥빠지네요.
그럼에도 10코스 시작점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서 인증샷을 안찍을수가 없지요
동생들에게는 어떤 길이 될지 궁금하네요
가는 길 지루하지 않도록 누군가 그린그림이 위안이 됩니다.
거대한 퇴적암이 기기묘묘한 형태로 펼쳐진 해안길을 엉거주춤 걷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바닷길이 약간은 긴장을 줍니다.
어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지만 한편으론 잠시 머물고 싶기도 합니다.
만조가 되면 이 길을 걷지 못하고 우회길을 돌아가야합니다
다행히 물이 덜 들어와 바당길을 걸을수 있었습니다.
작은 모래해안을 지납니다.
산방산을 보면 걷는 길이 나쁘지 않네요.
갈대와 풀숲이 크고 작은 검은 돌 사이로 얽혀 있는 흙길을 지나게 됩니다.
평평하고 반들반들한 큰 돌이 널리 지역을 지납니다.
이곳에서 '결혼의 여신' 이란 드라마를 찍었지요.
눈에 익은 곳에 드라마에 나오면 괜히 반갑습니다.
그 한가운데 앉아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평평하고 반들반들한 큰 돌이 널린 지역을 지나 계속 모래밭길을 더 걸으면 해안을 따라 숲길이 나옵니다.
완만하고 평탄한 숲길은 산방연대 가까이에 이르니 약간 오르막이 되면서 바위길이 쨘하고 나오네요.
목재계단을 올라 돌아보니 와우~ 시원합니다.
"아이고 다리야 내리막이네"
오르막보다 어려운 길입니다.
산방연대를 내려가는 길 다리가 후덜덜합니다.
저 멀리 송악산을 보면서 바닷길을 걷게 됩니다.
송악산까지 걸을수 있을까요?
과연 우리 자매는 이 길의 끝까지 갔을까요?
바람도 잔잔했고 함께 걸었던 많은 길동무들이 오래도록 남는 길
올레 10코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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