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책,영화,드라마 그리고

2013 가곡전수관 목요풍류 - 다시 피는 꽃 이난향

하늘위땅 2013. 12. 6. 16:00


가곡전수관이 우리동네 있다는 건 분명 자랑할 만합니다. 

가까이 있어 담에 가지가지 하다 한발 딛고 문을 여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러시아에선 발레를 봐야하고

일본에선 가부끼를 봐야하고

중국에선 경극을 봐야한단다.


그럼 우리나라에 오면..?


가곡을 들어야 한다는 조순자 관장님의 말씀이 오래도록 머물렀던 밤이였습니다



귀에 익숙하지 않은 듯 아니 익숙한 것도 같은 우리 전통 음악 가곡

도대체 가곡이 뭐지 하고 폭풍검색을 해 봤습니다. 그럼에도 갸우뚱 알듯 모를 듯



우리나라 음악은 어떤 계층의 사람들이 즐겼냐에 따라 크게 정악과 민속악으로 나뉘어진다. 정악은 상류 계층이, 민속악은 일반 서민들이 즐기던 음악이다. 노래도 정악과 민속악으로 나눌 수 있다. 가곡, 가사, 시조는 정악에 속하는 전통 성악으로 이를 '정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성악곡은 서양 음악의 두성 발성법과 달리 통성으로 노래한다.  판소리와 민요와 달리 정가는 좀 더 맑고 청아한 음색과 좀 더 절제된 시김새를 사용한다. 선비음악의 걸작으로 꼽히는 가곡은 교양인이었던 선비들이 풍류방에 모여 즐기던 음악이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아니었다.





마산 가곡전수관 조순자 관장님이 공연 열림말씀을 하시고 계십니다



국악이라면 판소리, 민요등이 더 대중적이어서 그것뿐인가 했었는데 아닙니다.

가곡은 시가에 느린 곡을 붙여 불렀는데 지금 전해지는 곡은 비교적 빠른 편이라는 사전에서 뱉어내는 정보에 약간은 놀랍니다.


'이렇게 느린데 이것이 빠르다면 그럼 얼마나 더 느리다는 거지?'


처음 가곡을 들었을때 알지도 못하면서 느리게 흐르는 노래를 내 맘대로 제단을 해서 이쯤에서 넘어 가는 거야라고 짐작을 했다가

숨 넘어 갈 뻔 했었는데 역시 선비들은 여유작작해야만 가능한 계층인 모양입니다.








이날 목요풍류를 열었던 대금 과 가야금 병주 '대바람소리' 연주가 시작됩니다.

대금이 주인공이고 가야금과 장구가 도움을 주는 것 같은데 제 귀에는 장구의 어울림이 아주 희안합니다.

느리게 끼어 들어 채를 치고 장구를 치는 순간 묘하게 들릴 듯 말 듯 소리를 내는데 캬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계속 가락을 이어가는 대금과 가야금의 호흡도 좋았지만 완전 초보 국악 입문자인 귀에는 이 장구의 리듬이 참으로 멋졌습니다.


- 아는 동생이 장구를 친다는 사실이 더 그렇게 귀를 기울이게 했을까요? ㅎ


 

연주가 끝나니 나도 모르게 박수를 아주 크게 칩니다.


브라보! 


어김없이 영어가 먼저 나오는데 우리말로 이 순간에 딱 어울리는 단어보다 말이지요.

부끄럽네요 이 순간.


잘한다! 좋다! 이러면 되는건가요?


이상하게 브라보 라고 하면 좀 있어 보이는데 잘한다 좋다 하면 급 수준이 낮아져 보이네요

이게 문제입니다 정말.


우리것이 좋은 것이여!



김주희 국립부산국안원 단원이 추는 궁중정재  춘앵전



다시 공연으로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몇안되는 관객들은 자주 오시는 우리 음악을 익숙하게 들었던 분들이라 초보인 제가 느끼는 감동을 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궁중정재를 추는 어여쁜 무용수를 보노라니 완전 빙의가 되어 보이지 않는 내 팔이 같이 들리고 어깨를 들썩이고 코가 이쁜

하얀 버섯을 보일 듯 말 듯 발을 떼면서 춤을 춥니다.


처음 이 춤을 봤을때도 숨이 넘어갈 뻔 했었답니다. 

너무 급하고 빠른 세상에 살고 있었고 그 빠름에 더 빠름을 원하는 사람으로 변해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이 춤은 또 숨이 넘어가게 만듭니다

작은 화문석을 벗어나지 않고 조신하고 나긋하면서 이가 보이지 않게 미소를 띈 채 춤을 추는 모습은 숨막히게 아름다웠습니다.

방향에 따라 그 미소 띈 얼굴이 더 환하게 웃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아닌 것 같아 보이기도 하였거던요.


꾀꼬리를 상징하는 노랑색 앵삼에 화관을 머리에 쓰고 초록색 띠를 양어깨에 두르고 붉은 띠를 허리에 매고 오색한삼을 손목에 끼고

우아하게 추는 춤입니다.


이 춤의 백미는 화전태의 미롱으로 우아하게 미소를 띠는 장면이다 라고  해설책에는 적혀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네요. 그래서 또 검색을 토닥토닥 두드려봐야합니다. 벙어리 냉가슴 되기전에


화전태는 궁중무용의 춤사위 중 하나로 두 손을 뿌려 뒤에 내려 여민 다음 양 무릎을 굽히면서 오른발을 놓고, 왼발을 들었다가 놓는 동작이라고 띠리리 검색 내용을 뱉어내내요. 미롱은 미소라는 뜻이라나 그제서야 화전태의 미롱을 알게 됩니다.





의상도 아름답고 춤도 너무 품위있게 아름다운 춤 춘앵전입니다.

정말 이 춤의 백미는 알듯 말듯 짓는 미소에 있지 싶습니다.


몸치 춤치인 내 몸이 덩실덩실 리듬을 타는 것 같아 누르느라 혼자 어찌나 웃었던지.





처음 가곡전수관에서 듣고 놀랐던 가사를 두명의 단원이 노래합니다

'봄잠을 노래함' 이라는 춘면곡을 부릅니다.


또 여기서 가사란 무엇인가 또 궁금해집니다. 참 편하고 좋은 세상에 사는 혜택은 마구마구 누려줘야 하므로 또 검색에 돌입합니다


가사는 전통 성악곡 중 하나로, 조선 시대 풍류를 즐기던 사람들에 의해서 발달했다.가사는 가곡과 서도 민요가 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나는데 가사는 가곡과 같은 발성법을 사용하면서 서도 민요의 화려하고 섬세한 시김새 표현이 많이 들어 있다. 또 가곡의 노랫말에 사용되는 시조시는 형식이 정해져 있지만, 가사의 노랫말에 사용되는 시는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노랫말에 붙여지는 장단과 가락도 훨씬 자유롭고 다양하다.


이렇게 가사는 연주 형태가 자유로워서 서민층과 쉽게 친숙해 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가사는 모두 12개의 노래가 있는데, 이를 '12가사'라고 부른다. 12가사는 <백구사>, <죽지사>, <춘면곡>, <어부사>, <길군악>, <상사별곡>, <권주가>, <수양산가>, <처사가>, <양양가>, <매화타령>, <황계사>를 말한다.






지난번 공연에서도 참 이쁘고 노래도 잘한다 싶었던 그 단원이 나와서 여창가곡을 부릅니다.

독특한 발성이 낯선듯 귀에 착착 감깁니다.


가사 내용을 모르니 완전하게 몰입을 할 수가 없어 아쉬웠지만 차차 익숙해지기로 스스로 약속을 합니다.


여창 가객들이 즐겨 부르는 애창가곡이라는 '유자는'을 불렀습니다.

사랑노래라는 라네요


그리고 이어서 여창가곡 '사랑을'과 '모시를'를 두명 , 세명의 단원이 노래를 했습니다.


세곡 모두 사랑가라고 할 수 있는 노래라고 하네요

이번에도 귀에 좀 더 익숙해지려고 하는데 공연이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박수 크게 치고 돌아오는 길 겨울이 아닌 듯 훈훈한 바람이 열어둔 점퍼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짧게 동영상을 촬영을 했는데 잘 들릴지 모르겠네요

춘면곡이라는 가사 입니다.


봄잠을 늦게 깨어 죽창을 반쯤 여니

뜰의 꽃은 환하고 아름다운데 가는 나비가 머무는 듯

창문 앞에 놓여 있는 덜 익은 술은 두세 잔 마신 후에 호탕한 마음에 흥이.







가곡 '유자는' 입니다


가곡은 전주가 먼저 이어지고 노래가 나옵니다


유자는 근원이 중요하여 한 꼭지에 둘씩 셋씩

모질고 거친 바람, 비에도 떨어질 줄 모르는 구나

우리도 저 유자와 같이 떨어질 줄 모르리라


가사를 읽어 보니 유자 달린 모양이 정말 보고 싶어지네요

바람 비에 떨어질 줄 모르는 유자처럼 사랑하리라 멋진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