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봄 같은 볕은 등에 지고 잔설을 밟고 온 지리산둘레기 3구간 매동마을에 금계마을까지

하늘위땅 2014. 2. 24. 07:00






5년간 하던 일을 갑자기 그만 두고 쉬는 바람에 다들 부러워하는 백수생활 3개월을 보냈습니다. 슬 백수생활에 주리가 틀리는 즈음 살도 더 찌는 것 같고 온 몸도 찌푸둥한 것 같고 뭔가 정체된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와 살짝 불편해지려는 찰나 다시 도보여행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첫 여행지로 남해를 다녀왔으니 첫 도보여행 출발지로 지리산 둘레길은 당연한 선택입니다. 처음 도보여행을 갈때도 지리산 둘레길 이였으니 다시 시작하는 도보여행은 다른 선택이 있을수 없지요.


다행히 전날 날씨가 너무 좋아 기분은 훨훨 날아갈 것 같았고 일기예보도 따뜻한 날씨를 미리 알려주니 배낭을 꾸리는 건 주저할 사이가 없습니다. 비워두었던 배낭에 또 하나씩 채워서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해둡니다. 가기도 전에 맘은 먼저 길 위에 있습니다.


진주행 첫버스를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탔습니다.(6시10분) 7시경 진주시외터미널에 도착을 하여 7시30분 출발 남원행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터미널안은 생각보다 춥더라구요. 덜덜 떨면서 왔다리갔다리 추위를 쫓아내려 노력을 하는 사이 버스가 도착을 하였습니다. 7시25분 함양행 버스가 나간 뒤 바로 들어와 금방 떠나니 잘 살펴보고 타야합니다. 버스 안은 텅~ 엉 비웠고 썰렁하기까지 해서 오돌오돌 떨었네요. 인월까지 한참인데 추워서 어쩌나 팔짱을 끼고 추위를 이기려 해보는 노력 중에 잠이 들어버렸나 봅니다.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따스해 부스스 눈을 떠 보니 함양을 지나 인월을 향해 가고 있더군요 버스는.


9시경 인월에 도착을 했습니다. 종종거리면서 터미널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 이 훈훈한 연탄난로가 왠말입니까?

반갑기도 신기하기도 해서 가까이 가봅니다. 주변에 시골 어르신들이 모여앉아 계시더군요.


"따십니꺼 난로가?"


"따시기는 머.. 그냥 없는 거보담 낫지"


그렇습니다. 없는 것보다는 낫고 훈기는 있으니까요. 바싹 다가가니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연탄난로가 주는 훈훈함은 작은 시골 버스터미널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매동행 9시30분 버스를 타고 10여분 뒤 매동마을에 하차를 했습니다. 버스안의 많은 사람들은 지리산에 오르기 위해 가는 모양입니다.

백무동으로 가서 정상으로 아 부러워부러워 이럼서 내 갈 길을 갑니다.





매동마을 이정표는 항상 반갑습니다. 생각도 쉬고 걸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마을에 감사합니다.

자 걸어봅시다.





마을을 지나 오르막길을 헉헉거리며 오릅니다. 등으로 내리쬐는 볕이 아주 따땃합니다. 졸음이 올 지경이였습니다





마을 뒤에 돌 무덤과 소나무가 있는 허브당산입니다. 당산제를 지내는 곳이므로 조심해서 둘러봐야합니다.

덩달아 저의 작은 기도도 얹어 놓고 왔습니다.






숲으로 들어가 걷다 보면 금방 내리막 계단을 만납니다. 내려가는 길이 마냥 쉽지 만은 않다는 걸 알지요.

내려가는 길이 더 위험하니 조심스럽게 걷습니다.





숲을 벗어나 마을로 들어서면 반갑게 맞아주는 이 녀석이 있어 웃음이 절로 납니다. 어린새끼였는데 제법 많이 자랐군요. 꼬리치면 낯선 외지 손님을 반겨줍니다.





가끔은 걸어 온 길을 돌아보게 됩니다. 어떤 길이였는지 돌아보면 잠시 더듬어 보면서 생각도 털어 냅니다.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얼어버린 작은 웅덩이의 얼음이 녹고 있네요.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






첩첩 지리산봉우리와 능선을 바라보노라면 어떤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자연앞에 숙연해지고 조심스러워집니다.






해가 조금 더 올라오면 묵은 논의 얼음도 녹아서 반짝거리겠지요. 그리고 초록의 벼가 채울겁니다.





등으로 땀이 주르륵 흐릅니다. 바람은 찬데 볕은 아주 따뜻합니다. 숨을 크게 쉬고 잠시 쉬어야합니다.

등구재 오르는 길은 재까지 오르막이니 숨고르기를 잘해야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몇번 쉬다 보니 등구재를 눈앞에 두고 이게 뭡니까. 눈 아닙니까?  강원도에선 눈폭탄으로 아주 힘들다고 하는데 올 겨울 눈구경을 못한 전 마냥 즐거워 푸다닥 눈을 밟습니다, 그러다 얼어버린 눈을 밟고 미끄덩 넘어질 뻔 했습니다.





엉덩방아를 찧었다면 등구재를 넘어갈 수 있었을까요?






등구재까지 잔설이 겨울느낌을 맘껏 느끼게 해주니 참으로 고맙다고 해야하나 어쩌나..





등구재를 넘어서니 바로 눈앞에 보이는 천황봉이 가슴을 펄떡거리게 합니다.

눈 덮힌 지리산 봉우리들을 어쩝니까?





가지치기한 소나무 잎으로 등구재를 넘다 묻힌 진흙을 털어내 봅니다. 소나무향이 은근하게 위로 퍼집니다.





이 길에 반해 참 자주 꿈을 꾸기도 했었는데...

다시 걸으니 짧아서 아쉽습니다.





예전에 간이 휴게매점이 있는 곳에 흔적만 남아 저 멀리 와불상만 보면서 소원을 빌었습니다.


'앞으로 10년만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지금 선택을 꼭 이루도록 해 주세요 '


들어주실거라 믿으며 뒤에 오는 다른 이들에게 소원빌 자리를 넘겨 주고 창원 마을로 내려오는 길에 오릅니다.





소나무 향이 누런 흙과 섞여 몸과 맘과 정신마저 편안하게 해줍니다. 포장길만 아니라면 더 좋았겠지만.






창원마을 내려가는 내내 지리산 높은 봉우리들을 눈에 담게 됩니다.





길은 항상 그 자리에 있습니다. 가지 못하는 건 사람일뿐.

원망을 하거나 부러워하거나 시샘할 필요는 없습니다.

맘을 먹고 걷기만 하면 됩니다.





길가 매실나무에 새순이 몽글거리면 올라옵니다.

따신 볕에 간질간질 기다리지 못했나봅니다.

아직 바람은 차기만 한데.






창원마을입니다.

언제나 올때마다 맘에 푸근해지는 시골마을입니다.

경사진 곳이지만 이런 곳에 살면 좋겠다 가끔 생각을 합니다.





창원마을의 당산나무도 곧 옷을 입겠네요.

신령한 기운이 감도는 당산나무를 지나게 됩니다.






잠시 당산나무아래서 지리산을 조망합니다.

뒤따라온 남정네들 몇명도 시끄럽게 수다를 풀면서 지리산을 보네요.

오고가는 말들은 몇번을 지리산 다녀온 사람같은데 다들 생초보라는 걸 딱 알겠습니다.





이제 금계마을로 가기위해 마지막 산으로 들어가는 길을 걷습니다.

가족들끼리 대여섯명 걷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 어릴적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여행을 하니 부럽기만 합니다.

울 김예비역은 이 시간 집에서 뭘하고 있었을까요?





올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길입니다.

올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길입니다.

걷는 사람이 달라지니 그런가요?





붉은수수가 심어졌던 밭을 지납니다.

또 한번의 오르막 산길을 헉헉 올라갔다 내려가면 금계마을 뒷편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땅이 얼었다 녹아서 질척이는 산길을 걸었더니 신발은 엉망진창이 되고 바지 가랭이도 엉망입니다.






그래도 나마스테 펜션 전망대에서 칠선계곡가는 길과 지리산을 조망하니 신발과 바지 가랭이 엉망진창이 된 건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죠길 운제 올라보노 운제'


한무리의 중년여인들이 나마스테 카페에서 커피를 사 걸을 모양입니다. 왁자해서 잠시잠깐 나만의 시간도 방해를 받아 그만 내려옵니다.

천천히 내려오니 칠선계곡 쪽에서 함양해 버스가 내려오는 것이 보입니다. 후다닥 내려와 1시30분 마천발 함양해 버스에 가까스로 오릅니다.

3,400원이네요 요금이. 버스카드로 사용이 가능하니 참 편리해졌습니다.

함양읍내까지 우리 일행만 타고 엄천강을 구경하다 졸면서 왔습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어찌나 달콤한지 말입니다.


9시40분경 걷기 시작하여 1시30분 버스를 탔으니 아주 빨리 걸은건가요?


다시 시작한 도보여행 출발이 아주 달달했습니다.

두번째는 어디로 갈까요?


매주 토요일 별일없다면 도보여행은 이어집니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