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동생들과 처음 걸은 지리산 둘레길

하늘위땅 2014. 5. 8. 20:54



곽중에 가기로 했다


"우리 인제 슬 일도 해야되는데 못 가본데 가야제"


"어데가꼬 지리산 둘레길 함 뛰까?"


징글징글한 6개월 백수생활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우리는 흐린 하늘을 보며 집을 나섰다


"비오는 거 아니겠지"


걱정이 현실로 나타났다





함안을 지나니 빗방울이 하나씩 차창에 들러 붙었다


"비 오네"


산청 휴게소에 내리니 세차게 비가 내렸다


"이거 홍수 나긋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닌 지리산 둘레길로 가는 길로 가고 있었다

비는 거침없이 내리시고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조심해서 달렸다


함양에서 버스로 이동하기로 한 것을 매동마을까지 가기로 했다










여전히 하늘에선 비님이 나리시고 우리는 용감하게 매동마을회관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었다


지나던 동네 할머니 혹여 민박 손님일까 싶어 말을 붙이셨다


"오데서 왔소"


"창원예"


"그러쿠마 좀 있음 서울서 손님 올끼라"


"아 민박 손님요. "


"어버이날이라고 오는갑던데.."


맞다 오늘이 어버이날 아닌가?

가슴팍에 카네이션도 없고 옴마한테 카네이션 달아 드리지도 않았는데 어버이 날 이였구나.





하늘은 메롱메롱 하면서 해를 보여줬다 말았다.

우산을 폈다 말았다 우리도 갈팡질팡.






고사리밭엔 늦은 고사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고사리밭이다"


고사리밭 처음 본 막내는 신기한 듯 고함을 질렀다


비에 풀 냄새 고사리 냄새가 물씬물씬 났다.

축축한 공기가 참 좋았다





아스팔트 오르막은 너무 힘들어

발바닥 불이 나고 무릎도 아프고






뒤 따라 오는 동생들도 비 때문에 모자를 썼다 말았다 갈팡질팡이다






무심코 걷다가 작은 두꺼비 때문에 깜짝 놀랐다

녀석도 놀라서 몸에 공기를 잔뜩 넣어 쳐다 보았다


"얌마 놀랬잖아"


들었는지 말았는지 톡톡 튀어 숨어버렸다

가는 길에 배가 빨간 개구리도 많이 밟을 뻔 했다





숲 가운데서 만난 죽은 나무 아래서 잠시 쉬었다

이 나무가 운제 죽어 버린거지?






괜히 허기가 져 동생이 준 초코바를 먹었다

빈 속에 단 것을 먹음 안된다고 하던데 괜찮을라나?





어느새 하늘은 개이고 뜨거운 해가 나왔다

우산이 양산이 되었다.





고사리 밭 가운데 작은 습지가 저 멀리 지리산의 기운을 모으는 것 같았다

막내동생은 연신 감탄사를 내어 뱉는다





바람이 생각보다 거칠게 밀려 왔다

한적한 지리산 둘레길에 선 세자매 끝내준다.






"와 이리 큰 (넓은) 다랭이 논 처음 본다 저 사이즈 봐라 디게 크다"


자주 와도 그냥 봤는데 논이 진짜 넓다.


"다랭이 논이 이리 큰데 다 부자인갑다"


그런가?





등구재를 힘들게 넘어 오니 땡볕 아스팔트 길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차라리 산길 오르막이 더 낫다며 동생들 투덜거린다

그래봐야 끝까지 걷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데..


이런길은 무릎과 발바닥이 아프기 마련.






거친 바람에도 우산을 펼친 이 용감한 동생


좀 있으면 홀랑 디비지는 우산때문에 ..





창원마을 골짝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에 홀딱 빠져서 잠시 쉬었던 정자

그 옆에 사과나무, 고사리밭이 있었다


우리 고사리 손도 대지 않았음.

그냥 보기만 했음.





창원마을 당산나무의 위용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는 동생들과 셀카을 또 찍었다

이곳은 지날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바람이 솔솔 불어와 잠시 쉰 우리는 기운을 충전하고 남은 길을 걷기 위해 일어섰다.


"먹을 거 없나?"


그리 긴 거리가 아니라 평소보다 먹거리 준비를 덜 했더니 배가 더 고프다

배 고프면 못견디는 동생이 하나 있는데 과연 끝까지 무사히 갈 것인가?


걷고 ..

걷고..


배 고프다 징징거리고

걷고


그로부터 1시간 더 지난 뒤 금계 마을에 도착을 했다.


"여기 밥 먹을 곳 없나?"


버스정류장 슈퍼에서 뷔페 정식을 팔고 있어서 다행히 배고픈 동생의 짜증을 그만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