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추억의 빼다지

빨래방망이 니가 뭔데 날 울려

하늘위땅 2010. 5. 6. 08:55

회원동 384번지

어린시절을 보낸 우리집 주소다.

나래비집이 다닥다닥 붙은 동네, 공동화장실이 있는 동네,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동네라고

지금도 기억되는 곳이다.

물론 그 기억속엔 뽀얀 피부에 분홍 원피스를 입고 다녔던 동무도 있고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사람도 살고 있었지만 얼추 대부분 그냥저냥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동네였다.

 

그래도 어린시절은 늘 밝고 따뜻하며 웃음이 있고 매일매일이 행복했었던 것 같은 추억만 떠올리게 된다.

 

인근에 있던 회원천 역시나 추억속 웃음과 즐거움을 함께 주었던 훌륭한 놀이터로 떠올려지고...

깨끗한 물이 언제나 흘러 넘쳐 사계절 아이들의 놀이터를 자처했던 회원천...

지금이야 악취나는 생활오수만 흐르지만..

 

학교 마치고 돌아오는 오후시간은 회원천에서 내처 놀았다.

봄에는 개구리 잡고, 다슬기 잡고, 미꾸라지도 잡아보고, 민물가재도 잡고..

해질무렵이면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그제서야 배가 고파서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다.

 

쉬는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고무다라이에 모아둔 빨랫감을 들고 회원천에 나가서 빨래를 시원하게 했다.

세차게 흐르는 물에다 씻어주는 빨래는 비눗물도 쫙~ 쫙~ 잘 빠지고 재빨리 빨래가 되었다.

이불빨래도 거침없이 흐르는 물에 조막만한 손까지 보태서 흔들어 빨아주면 끝!

 

 

 

 

 

너른 돌위에서 사분(비누)칠을 한 빨래들을 문데고 빨래 방망이로 두들기고 헹구고...

그 작업자체는 참 재미나고 신이 났었다.

헹구는 건 싫었지만 거품나게 문데고 방망이도 두들기고 그것만은 마냥 신이 나서 힘주어 두들기다

빵꾸를 내기도 했었다.

 

참 이넘의 빨래방망이...때문에 매번 혼나는 건 내 몫이였다.

비가 온 뒤엔 특히나 더 빨래방망이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기 일쑤였는데...

물길이 세차서 자칫 허술하게 둔 빨래 방망이가 물따라 도망을 가버려 미처 잡지도 못하면

그날은 완전 각오를 하고 들어가야했다

빨래 다하고도 혼이 났으니...

 

한번은 조금 깨끗한 윗쪽에서 빨래를 하고 동생과 집으로 돌아오면서 빨래 방망이 서로 안가져가겠다고

신경전을 벌이다 그것을 둔체 집까지 오고 만 것이다.

막강한 심리전의 고수인 동생을 이기지 못하고 집앞에 까지 와서야 항복을 하고

부랴부랴 그 빨래방망이를 가질러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서 가져오기도 했었다.

한 고집하는 나 보다 더한 고집불통이였던 동생이 늘 빨래방망이 앞에선 승리를 거뒀다.

 

무겁거나 들고 오기 힘든 나무몽둥이도 아닌데 왜 그렇게 그 빨래방망이를 서로 가져오지 않으려

그랬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http://heo-jeongdo.tistory.com/   허정도와 함께하는 도시이야기에서 빌려왔어요

 

 

회원천에서 빨래도 하고

여름이면 팬티바람에 수영도 하고

겨울이면 썰매도 탔었는데..

아들녀석에게 그런 말을 하면 상상이 안되는 모양이다

하긴 현재의 모습이 너무 많이 망가져 있다보니 계곡의 원래 모습을 보지 않고는 상상을 할 수가 없을 정도이니..

 

지금도 가끔 속옷을 삶아서 씻을때면 빨래방망이로 두들기며 씻는다.

섬유속에 숨은 비눗물도 빼내고  헹굼도 잘되는 것 같아서...

그리곤 빨래방망이 추억에 잠시 젖어보기도 하고..

 

탁!탁!탁!

 

비온 뒤 물이 넘치는 계곡에서 빨래 흔들어가며 씻어보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