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추억의 빼다지

아카시아꽃 향기 만발했던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미팅의 추억

하늘위땅 2010. 5. 25. 09:37

미팅....

내가 학교 다닐땐 남학생을 밖에서 따로 만나는 건 불량학생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주입을 시켰고 주변을 봐도 학교 밖에서 남학생들과 다니는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불.량.학.생.이라고 일컫는 부류였던 것 같았기에 나쁜 짓(?) 이라고 단정을 지었었다.

 

그런데 그 불량스러운 나쁜 짓을 딱! 한번했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였나?

친구가 남고 아이들과 미팅을 하잖다.

그런거 하면 안되잖아.....라는 내 말을 잘라 버린 친구들은 벌써 조를 짰고

안되는데 하면서 호기심은 증폭했고 걸리면 정학인데 라는 걱정은 벌써 저 만치 던져버리고 말았다.

 

어찌어찌 한주를 들뜬 마음으로 보내고 (여중을 나왔기에 더더욱 남학생들과의 만남이 궁금해졌었다)

일요일 날씨마저도 화창하고 날아갈 것 같았다.

 

학생들은 가면 안되는 곳으로 분류되었던 마산창동 시내에 위치한 어느 빵집

친구들4명인가 5명하고 미팅 상대로 나온 남학생 4~5명...

부끄러운건지 쑥스러운건지 누가 보면 안될텐데 하는 걱정인지

나도 미팅이란거 한다는 자랑하고픈 마음인지...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들이 들락날락 난리도 아니다.

 

서로의 소개가 끝나고 짝지(파트너)를 정했던 것 같다.

내 파트너(좀 이상한 느낌이 나지만 )는 그닥 크지 않은 친구였다.

작은 체구에 조용한 친구인걸로 기억이 나는 걸 보면...

 

그런데 그 다음의 기억이 나지 않는걸 보면 그닥 재미있거나 쇼킹한 사건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 후 몇번의 만남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애써 기억저장소에 담아두지 않아서 인지)

그러나 정확히 기억나는 건...

기차를 타고 서로의 파트너를 동반한 야외 나들이를 나갔었던 것..

마산에서 가까운 산인못인가...로 놀러 갔던 것이다.

미팅도 내겐 굉장한 사건이였는데 남학생들과 야외소풍을 감행했던 것이다. 

 

 

▶지난 5월 지리산 둘레길에서 본 아카시아

 

 

기차에서 내려 길을 아는 친구들 따라 산인못으로 걸었고 신록이 우거진 주변은 너무 싱그러웠다는 거

덩달아 내 마음은 핑크빛이 팡팡 터지고 있었고 심장은 쾅~ 쾅 ~ 난리였다는 거

사람들이 많은 장소가 아닌 야외에서 남자랑 단둘이 걸으면서 대화를 나눈다는 그 자체가 아주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는가?

 

코끝에 닿은 아카시아 향기는 너무 달콤했고

여전히 천방지축 철부지 고1 여학생이였던 나는 그 묘한 분위기를 남자친구(?) 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꽤나 흥분을 했던 것 같다.

(이게 첫사랑 머 이런 건 아니겠지요?)

 

산인 못이 내려다 보이는 나무 그늘에 각자 파트너를 옆에 앉히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ㅎㅎ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것 같은데....

 

그러다 아카시아 잎으로 행운점을 보기도 했던 것 같은데....

그 뒤의 기억이 나질 않는군...

 (도대체 내 기억저장소는 이렇게 중요한 것을 끄집어 내지 못하는 건지 원 ㅎㅎ)

 

조용한 숲속에 둘이 나란히 앉은 남학생 여학생 ..은 과연...아무일 없이 귀가를 했을까?

ㅎㅎ

손도 한번 잡지 못하고 소소한 서로의 이야기만 했나?

 

선생님 몰래,

소문도 안나게 했었던 그 첫 미팅....

그때 그 남학생은 그 후 몇번을 더 만났던 것 같은데 공부한다고 연락이 끊어졌고...지금은 기억속에서만...미소를 짓게 하는구나

 

참! 그 남학생의 누나를 코아 빵집에서 만났던 기억도 있구나..

그 언니가 다니고 있던 그 은행에 나도 취업을 했고 한동안 언니랑 연락도 주고 받았는데...

 

그 녀석은 잘 살고 있겠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