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추억의 빼다지

이맘때면 이유없이 들뜨고 설레면서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렸다

하늘위땅 2010. 12. 24. 08:50

 12월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길거리의 캐럴과 크리스마스 이브의 계획 그리고 알수 없는 설레임이다.

요즘은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그닥 많이 들을순 없지만 한때는 온통 도시전체가 그날만 기다린 것처럼 반짝이 장식품을 내어 걸고

인조 츄리도 내어 놓고 크게 볼륨을 올린 캐럴을 틀어 댔었다.

 

이유도 없이 그냥 12월은 기다려지는 달이 되었고 크리스마스 카드는 늘 당연히 만들어야 되는 것이였으며 오지도 않을 산타를 기다리며

괜시리 들뜨기도 했었다.

크리스마스가 딱히 어떤 날인지는 중요하지가 않았고 다만 올지도 모를 산타가 무슨 선물을 가지고 올 것인가 기대하는 마음만 풍선처럼

부풀어서 덩달아 캐럴속에 퐁당 빠졌던 달 12월.

 

 

 

 

그때는 산타가 있는 줄 알았다.

동화속 산타는 늘 가난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밤 사이 나타나 선물을 주고 용기를 주고 갔기 때문에 우리집에도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청소년기까지 계속 했었던 것 같다.

한번도 산타가 주는 선물을 받아 본 적은 없지만 지금도 가끔 그 산타가 나타나 밤 사이 기쁜 선물을 줄 지도 모르지 라는 희안한 기대를

가끔 아주 가끔 해본다.

크리스마스 카드조차 요즘은 보내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엔 12월초 겨울 방학전 미술시간은 항상 카드며 연하장을 만드는 시간이 할애되어 있었고 그건 당연하게 배워야하는 기본 과정으로 인식을 했었기에 종교와는 무관한 누구나 알아야 되고 즐겨야 되는 날인줄 알았다.(그게 참 무서운 일인줄 어른이 되서야 알았다)

 

12월이 다가오면 교회에선 아이들을 교회로 불러들여(12월 종교인이 되는 것이다) 성탄절 축제에 동참을 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전도를 했었다.

것도 모르고 갈때마다 주는 간식에 빠지고 재미난 축제같은 행사에 빠져서 주일마다 한달음에 근처 교회로 달려가 노래연습도 하고 연극연습도 하고 열성적으로 교인인양 행동을 했었다.(그때는 대부분 동네 아이들이 교회로 놀러갔었다 성탄절 즈음엔)

 

드디어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한달여 준비한 노래며 연극이며 예수님의 탄생을 찬양하는 축제를 즐겼고 밤 늦도록 즐기다가 교회에서 밤새우고 새벽 이른 시간 집집마다

찬송가를 부르며 돌았던 기억이 있다.

그 추운날 새벽에 어린 학생들이 말이다. 어찌나 재미나고 신났던지..아무것도 모르고 했었던 그 재미에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물들지 않은 순순한 마음으로 했었으니 이쁘지 않겠나..

 

 

 

 

 

중학생이 되고 산타는 없다는 사실과 크리스마스가 극히 종교적인 날이라는 걸 인식하게 되면서 차츰 교회는 멀어졌지만(특별한 종교를 가진것도 아닌데..)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설레고 흥분되는 날이 되어 카드며 친구들과 밤새워 어디서 놀까 궁리를 하는 건 멈출수가 없었다.

한번도 밤새워 놀아 본 적도 없으면서 해마다 12월 크리스마스 이브를 위한 계획은 준비를 했었지?

 

어른이 된 뒤에도 한동안은 12월의 크리스마스는 뭔가 꼭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설레임은 여전히 마음을 흔들었고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이브의 계획을 세우면서 깔깔깔 즐거웠던 걸 보면 그땐 대단히 흥분되는 날이였던 것도 같은데..

 

처음으로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이브를 같이 보내기로 계획을 잡고 마산 불종거리 코아양과 앞에서 만나기로 한 12월 24일 저녁.

남자친구랑 같이 보내야 한다는 속설이 있었던 그날 우리 여자친구 8명은 코야양과앞에서 만나기로 했었고 넘치는 인파속을 뚫고 겨우

친구들을 만날수 있었다.

시내를 꽉 메운 사람들.

서로 떠밀리면서 이러저리 오고가고 있는 것을 보니 어찌나 흥분이 되던지

모든 사람들의 축제속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니 더 그랬나?

그냥 시내를 배회하면서 몇십분을 그 인파속에서 이리저리 쓸려다니면서도 우리들의 수다는 끝날줄 몰랐었지..

 

그리고 찾은 곳이 코아양분식

크리스마스 이브엔 양식을 먹어야 되는 줄 알았나?

넓은 홀은 사람들도 만석이였고 주문은 딱 한가지 함박스테이크였다.

경양식이라지 아마

함박스테이크와 동그란 밥과 감자샐러드 그리고 단무지와 깍두기김치 한종지.

 

입에 사르르 녹는 함박에 빠져 크리스마스 이브가 참 좋다 행복하구나 느꼈었던 것 같다.

가족들과 외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약간은 부러워하면서...

 

저녁을 먹고 우리들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요?

그날밤을 확실하게 불태우고 뜬 눈과 수다로 그 밤을 세우고 다음날 점심무렵 귀가해서는 잠만 잤다는 전설이...ㅎ

 

세월이 이렇게 흘렀어도 알만큼 다 알면서도 라디오에서 들리는 티브이에서 들리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거나

길거리에 진열된 카드나 츄리 용품을 볼라치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두근 어릴적 그 설레임이 되살아난다.

아이어릴적엔 츄리도 만들고 나름 크리스마스를 즐겼었는데....

이젠 별 재미가 없어서...

 

"옴마 크리스마스 이븐데 오늘 뭐 특식같은 거 없나?"

 

곧 스무살이 되는 아들이 출근하는 내게 남긴 메모에 적힌 글이다.

 

"짜슥아 이브가 뭔데 특식은 무신 시끄! 운동이도 좀해라이~"

 

답으로 남긴 제 글..좀 너무 했나요? ㅎㅎ

다시 문자를 날려야 할까봅니다.

 

"아들아 일찍 들어가께 우리끼리 파티하자 ㅎㅎ"

 

내참 이것도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