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추억의 빼다지

김치국밥은 싫어

하늘위땅 2011. 1. 3. 10:00

 

 

 

 

 

어릴적 겨울은 참 길었던것 같다.

춥기도 했고 방학도 길었고 김장김치를 먹어야 했던 날도 길었다.

2월쯤 되면 항아리에 담은 김장김치가 완전 시어서 온갖 종류의 찬으로 변신을 하여 밥상에 올랐다

다른 반찬이 딱히 있었던 것도 아니고 김치로 하는 음식만 줄줄이였던 밥 상.

 

다른 찬도 없고 밥 할 시간을 놓치거나 찬밥이 남게 되면 어김없이 한끼를 때우는 요긴한 것이

바로 김치국밥이였다.

 

아! 정말 싫었다.

김치국밥

 

 

 

 

 

멸치다시물을 내거나 똥바른 큰 멸치를 그대로 넣고 끓이면서 김치와 마늘등 야채를 넣고

밥이나 라면, 떡국등을 넣어 끓였던 그 음식.

 

김치국밥이 그날 상에 오르면 난 밥 달라고 굶고서는 내내 울었다고 한다.

지금도 국과 밥이 섞인 음식은 손도 안댄다.

아마도 그때의 기억이 지금까지 남은 모양이다

죽도 잘 안먹는 걸 보면 씹히는 맛이 없거나,

모든 재료가 섞인 국밥등은 이상한 상상(뭐 개밥같은거)을 해서 비위가 유난히 약했던

내겐 감히 먹을수 없는 음식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또 뜨거운 것을 후후 불어가면 먹어야했기에 더더욱 먹기 싫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라면에 밥 말아 먹는 것조차 싫어하는 걸 보면 비위가 약하기 한 모양일세.

 

김치찌개를 끓였는데 숟가락이 가기도 전에 김치국밥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내내 끓이다 다 졸아서 먹지도 못할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유난히 춥고 길었던 어릴적 긴~ 겨울날

식구들은 김치국밥을 맛있게 먹었고

난 눈물과 쪼르르 배고픈 소리만 먹었다.

 

지금도 김치국밥은 싫어~

긴 방학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