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가봐야지 가봐야지 마음으로 빚진것처럼 남았던 봉화마을 다녀오다

하늘위땅 2011. 2. 8. 10:00

가까이 있어 그랬는지 아니면 차마 가볼 용기가 없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이제서야 봉화마을에 다녀왔다.

마음의 빚이 되어 늘 한쪽을 무겁게 누르고 있어 미안함인지 부끄러움인지 모를 요상한 기분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여 기차를 탈까 버스를 탈까 차를 가져갈까 망설이다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진영읍으로 들어가는 버스는 참 자주도 있구만 뭐 그리 바쁘다고 이제서야 걸음을 돌렸는지..

 

차창으로 들어오는 겨울볕이 참 따스하기도 하다고 느끼며 잠시 졸았는가 싶었는데 진영에 도착을 한 모양이다.

진영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린다는 것이 멋도 모르고 구 진영역전에 내려버렸다.

멀리 서울서 진례로 가는 어떤 중년의 남자분도 나를 따라 엉겹결에 따라 내린 모양이다.

 

이런!

 

봉화마을 들어가는 버스는 터미널에 가야 있는데..

걸어서 터미널까지 이동을 하기로 하고 도로를 따라 걷는데 그 아저씨도 내 뒤를 졸졸 따라 걷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19일 진영 장날이였다.

이른 시간부터 읍내는 북적북적 이른 대목장을 보러온 사람들인가?

 

10여분 걸어 도착한 터미널..

 

봉화마을 가는 버스가 어딨지 두리번두리번.

시간표 붙은 것도 없고 봉화마을 들어가는 57번 버스는 2시간30분마다 한대씩 있다는 정보만 입수했다.

어쩌나 기다리나 택시를 타나 잠시 망설이다 택시를 탓다

 

10여분 거리에 5000원이 조금 넘는 요금이 나왔다.

뒤따라 들어오는 10번 버스 (노짱 버스라지요^^) 아~ 놔~~~~~~!!!

 

 

 

 

 

 

택시를 내린곳이 노대통령 추모관 앞..

노란 바람개비가 돌고 있고 노란색 벽이 왈칵 눈물을 만들었다.

 

어  ~ 왜 이러지?

 

슬쩍 남들 몰래 눈물을 훔치고 추모관으로 들어갔다.

낯익은 사진들과 함께 중앙에 자리 한 노란 추모 메모지들이 또 눈물 색마저 노랗게 물들이고 말았다.

 

 

 

 

 

 

'아버지가 그리워 이제서야 왔어요 죄송합니다 그립습니다'

 

메모지에 글 한자락 남기며 늦은 방문의 미안한 마음을 담았다.

 

꼭 울 아부지 같아요 노대통령님은요..

그래서 더 좋았어요.

어릴적 세상을 떠난 기억속의 아버지가 살아 돌아온 듯 너무 좋았는데 또 이렇듯 황망하게 제 곁을 떠났어요.

그래서 더 그립습니다.

그래서 더 미안합니다.

 

 

 

 

흰 국화 한송이를 천원을 주고 샀다.

빈손으로 들어가려니 뻥 뚫린 가슴이 더 싸아해져서 말이다.

 

평일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먼저 와서 둘러보고 있었다.

 

 

 

 

천천히 걷자니 노대통령님의 생가가 나왔다.

반듯하게 정리된 생가...예전엔 저런 모습이 아니였겠지.

다 쓰러져가는 시골집...

 

집 뒤란에 달린 무청시레기와 마늘 고추가 만화같은 느낌이였다.

 

 

 

한 무더기의 사람들을 따라 그 분이 계신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의 질문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뒤따라 오는 어른들이 곤욕스러운 모양일세.

 

 

 

 

먼저 온 이들이 남겨둔 흰 국화들..

살짝 내려놓고 그 분의 평온을 기도했다.

 

울컥 울컥 뭔가가 자꾸 목구멍으로 눈으로 올라온다

이거 어쩐다?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그 울컥을..

 

 

 

 

 

 

덩그러니 누워있는 바위 위에 새겨진 몇개의 글자들...

그리고 그것을 보며 훌쩍인 사람들..

너무 늦게 왔지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나이 지긋한 어느 분이 어깨까지 들썩이며 우신다.

그 분 울음소리에 다들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참으려 했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아버지 같아서 더 그래요.

미안합니다. 아무것도 해 줄 수없어서...

 

남자들도 훌쩍훌쩍..

 

저 멀리 부엉이바위로 시선을 돌렸더니 눈물이 폭우처럼 줄줄..

와이퍼가 있어도 감당이 안될 용량이다..

 

눈물을 감추려 고개를 숙이고 바닥돌에 새겨진 많은 사람들의 추모글을 읽는 척 ..

아니 하나하나 그 많은 글들을 읽어갔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니 어찌 잊겠습니까?

내 아버지 같은 분인데...감히 잊어버릴수가 없습니다.

 

 

 

 

 

먼저  온 이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서 마를 듯 마르지 않는 눈물을 바가지로 쏟게 합니다.

 

 

 

 

그 분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걸어 올라봅니다.

왼쪽으로 부엉이바위가 아무말없이 내려다 보네요

 

 

 

 

조금 오르다 돌아보니 봉화마을이 한 눈이 들어옵니다.

참 작은 마을이지요.

손보지 않았던 그때는 정말 작고 작은 시골동네였을 겁니다.

 

 

 

 

 

대통령의 길 이라 붙여진 산책길입니다.

노란 리본이 표시를 해주네요.

노란 리본만 봐도 눈물이 납니다.

 

 

 

 

 

또 뒤돌아 내려다 봅니다.

그 분이 계신 곳은 따뜻할까요?

해가 잘 들어오는 곳에 만들었겠지요?

바람이 꽤나 차갑게 마을과 봉화산을 휘감고 있습니다.

 

흙먼지도 날리고...

뒤따라 올라오는 의경들의 외투가 두툼합니다.

 

수고하지요 ..

 

아닙니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뭘 부탁한다는 건지..

그냥 잘 부탁한다는 말이 나왔어요.

 

정토사와 그 위 사자바위까지 올라갔다 한참을 머물다 왔답니다.

아침도 굶고 점심도 늦어버려 마을에 있는 식당에서 봉화쌀로 만들 떡국 한 그릇 후딱 비웠네요

 

 

 

 

 

마을 입구부터 돌아가는 노랑개비..들..

많이 망가졌던데 보수를 한다고 하지요 .

 

 

 

 

 

봉화마을 가는 노짱버스 시간표입니다.

진영역과 터미널에서 각기 다른 시간에 들어갑니다

확인하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