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추억의 빼다지

잔칫날이라야 먹었던 떡국이 그립지만

하늘위땅 2011. 2. 8. 10:13

어른이 되어서도 한참동안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물으면 '떡국! 잡채! 김밥!' 이라고 외쳤다.

말뿐이 아니라 밖에서 밥 먹을 기회가 있으면 떡국 아니면 김밥 혹은 잡채를 선택했었고 자주 만들어 먹기도 했었다.

데이트를 하면서도 떡국을 그렇게 주구장창 먹어대니 편식이 심한 아니면 떡국에 포한이 진 사람아니냐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지금도 떡국은 맛있고 물리지도 않으며 궁금할때면 꼭 해먹는 녀석이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음식 랭킹에서 사라진지는 오래된 것 같다.

 

왜 그렇게 떡국이 맛있었을까?

왜 좋아하는 음식 랭킹 1위를 오랫동안 놓치지 않았을까?

 

설 연휴 방바닥과 심하게 데이트를 하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때는 바야흐로 겨울방학.

어김없이 진양군 이반성면 하곡리 동촌부락 새밭골 외가댁에서 겨울방학의 여유를 느끼며 산으로 들로 나부대며 놀고있었다.

볼때기도 트고 손도 트고 그래도 도시에서는 해 볼수 없는 겨울놀이에 푹 빠져서 정신없이 매일매일을 깔깔거리며 즐기고 있었다.

 

흔히 자주 볼 수도 없었고 일어날 일도 없었는데 그 촌구석 새밭골에서도 잔치를 한다고 온 동네가 들떠있었다.

외가집에서 도랑건너에 있던 미구오빠네서 누군가 시집을 간다는 것이다.

그 집은 제법 양반집처럼 안채 사랑채 문간방등이 있는 넓은 집이였고 티브이에서 보던 양반네라 주인이 없어도

놀곤 했던 곳이였다.

기억으론 그 집엔 미구오빠랑 오빠엄마 둘이서 살고 있었는데 결혼식을 그 곳에서 한다니 어린마음에 누가 하는거야 갸우뚱했지만

미구오빠 누나였다는 사실은 한참이나 뒤에야 알았다.

 

재미난 구경거리와 맛있는 먹거리가 있다는 소식에 다들 환호를 하면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방학이 끝나기전 집으로 돌아가기전 하길 얼마나 바랬던가.

 

드디어 그 날이 되었고 생전처음 보는 결혼식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잔치음식으로 뭐가 나오나하는 기대로 새벽부터 일어나

날이 밝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처음보는 전통결혼식을 신기해하며 지루하게 지켜보았고 그리고 드디어 음식냄새를 풍기며 준비한 것들에 대한

시식이 시작되었다.

그 집의 일가친척은 물론 온동네 아니 이웃동네 사람들까지 미구오빠네 마당은 시끌벅적 난리가 난 것 같았다.

이종사촌을 따라 부엌앞에 걸린 커다란 가마솥에서 끓여내는 떡국을 받고 떡이며 전이며 잡채까지 한그릇에 받아서

문간방 마루에 나란히 앉아서 잔치 음식을 먹기에 바빴다.

 

 

 

 

 

진한 멸치육수에 하얀떡과 계란 그리고 김뿐이였지만 어찌나 맛있던지..

그릇이 구멍이 날 정도로 깨끗하게 먹었던것 같다.

더 먹고 싶었지만 차마 더 달란 소리를 못하고 입만 다졌던 기억

그 속에서 맴도는 그 뽀얀 국물의 떡국....

시금치와 당근만 들었던 거무튀튀한 시골식 잡채..

기름 잔뜩 붙은 수육..(그때는 고기를 먹지 못했다)

어느것도 떡국에 대한 미련을 지울수가 없었다.

 

어릴적엔 떡국 마저도 자주 해먹을수 없었던 살림살이였고

특별한 날이 아니면 쌀로 떡을 뽑는 건 있을수 없는 일이였던 그 시절.

차마 떡국 해달란 소리를 못했던 그 어린시절

입안에서 맴도는 떡의 찰진 맛이,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이유없이 같이 들떠서 좋아라 했던 그 기분이

어른이 되어서도 한참동안을 떡국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 건 아니였을까?

 

특별한 날에만 먹을수 있었던 떡국 그리고 잡채

너무 흔하게 먹을수 있다보니 이제는 스파게티며 고추잡채에 밀려서 순위에도 들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