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추억의 빼다지

정구지찌짐과 고구마튀김

하늘위땅 2011. 4. 18. 12:29

요즘은 세상에 넘쳐나는 게 맛있은 먹거리다.

돈 만 있으면(참 요대목에서 아리까리 맘이 불편하다) 세상 맛난 음식 다 맛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세상인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은 매일매일 식욕을 자극하고 자꾸 먹어라 먹어라 떠미는 것 같다.

 

티브이에 나오는 커피만 보면 코끝에 커피향이 자극을 줘서 꼭 한잔 타 마셔야 하게끔 만들지 않나

새로운 음식을 티브이 프로에서 제까닥 방송을 해서 묵고잽이들의 발걸음을 어김없이 이끄니

좋은 세상이라고 해야하나 나쁜 세상이라고 해야하나..

 

나름 건강에 빨간불을 감지한 터라 현미채식을 해 보겠다고 작정을 했으니 맛난 음식에 대한 욕구를 자제해야만 하는데..

그래도 참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튀김과 전이다.

 

어릴적엔 어느 집에서 기름 냄새라도 풍길라치면 아~ 그 집에 잔치가 있구나 할 정도로 아주 드물게 해먹었던 것이라

별 일없이 전이나 튀김을 하는 경우는 아주아주  간혹 있던 일이였다.

 

비가 온다던가

날씨가 쌀쌀하다던가 이럴때 흔한 부추로 전을 구워먹는 건 그나마 잊지 않을 만큼 기억이 되는 걸 보면

부추찌짐은 자주 해먹지 않았나 싶다.

 

 

 

 

 

명절이나 잔치면 항상 만들었던 튀김...

나중에 등장한 이 쥐포 튀김을 튀김의 최강자 자리를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식어도 빠싹한 식감과 쥐포의 질감이 어우러져 아주 이상한 중독을 일으킨다.

 

먹고나면 속이 더부룩 불편하지만 말이다.

 

 

 

 

그 시절 튀김의 최고봉은 역시 고구마튀김이였지 싶다.

싸고 푸짐하면서 맛도 나쁘지 않은 것이 항상 한소푸리 가득 만들게 했던 주인공이였다.

 

먹거리가 마땅치 않았던 그때는 튀김거리도 딱 정해졌던 것 같다.

그 중 이 고구마튀김은 유일한 튀김이면서  푸짐함에서도 앞섰던 녀석이다.

 

어릴적 하도 많이 먹어서인지 어른이 되니 이 고구마튀김이 어찌나 싫은지 손에 대지도 않았다.

최근동에 이 고구마튀김이 다시금 입에 댕겨서 가금 해먹기도 하지만 말이다.

 

 

지난 설에도 이 고구마튀김을 엄청나게 했었는데 어느순간 아쉬움만 남기고 사라졌었다.

 

 

 

 

 

 

날이 흐리고 꾸리하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온다

 

"정구지찌짐이나 꾸버무까?"

 

이 정구지란 녀석도 베어 버리면 금새 쑥 올라오고 올라오고 하니 싸고 푸짐하기도 해서

김치며 전을 지질때 아주 쉽게 사용되던 재료이다.

뭔가 기름진 것이 댕기는 비오는 날이면 재빨리 한소쿠리 만들어 나눠먹던 정구지찌짐.

 

명절에도 꼭 이 정구지찌짐을 아주 많이 부쳤다.

지금도 다른 어떤 것보다 이 정구지찌짐을 많이 만든다.

왜 그럴까?

 

먹거리가 부족했던 그 시절엔 명절이나 잔치날 그 많은 입들을 다 만족시키 만큼의 음식을 만들어대지 못했던 것 같아

싸고 맛도 좋고 푸짐하면서 배도  든든하게 채울수 있는 이 정구지찌짐은 최상의 선택이였을 것이다.

 

빼때기처럼 빠짝 마른 정구지찌짐을 입에 넣고 불려가며 먹는 맛을 아는 이가 있을까?

문득 뒷집 기름냄새에 취해 뜬금없이 고구마 튀김이 먹고 싶어서 추억으로 휘릭~ 들어가본 일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