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추억의 빼다지

그기 아이고예

하늘위땅 2011. 6. 17. 10:03

 

 

그 시절 가두캠페인 하다가 후배랑

 

 

 

 

10대 1의 관문을 뚫고 들어간 나의 첫 직장은 은행이였다.
막연히 밖에서 보던 은행은 참 딱딱하고 무겁고 쉽게 다가갈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은행원이 되었다는 사실은 심한 설레임과
두려움을 동반하여 흥분을 일으켰다.

12박 13일의 연수도 무사히 잘 끝내고
일선에 배치를 받았다
다행이 집근처 지점으로 발령이 났고 동기 4명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그 가벼운 두려움 호기심 설레임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은행일에 묻혀 뭘해야 될지도 모르고 선배들이 시키는데로 이리저리
전표나르고 차 나르고 인사하고 바쁘게 돌아다녔다.
좁은 은행은 시장 사람들로 북적였고 4시 30분 마감시간이 임박하니 객장을 터져나갈듯 사람들로 찼다..

그때 창구 맨 가운데서 일하고 있는 그 지점에서 나름 제일 이쁘고
어린 선배가 급하게 불렀다.

'이거 통장이랑 전표 끼워줄테니 손님 불러서 번호 확인하고 내어 드려..'

단순한 작업이어서 이쁜 목소리로 그 선배가 준 통장과 돈을 하나씩 하나씩 내어 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객장안이 갑자기 조용해지면 온 시선이 나에게로 꽂히기 시작했다.
그 짧은 순간의 침묵과 뜨거운 시선에 어리둥절 당황하고 있는데
옆에 있는 선배는 더 당황하고 어쩔줄 모르는 것이 아닌가..

내가 뭘 실수했나?

그때 객장을 뒤 엎는 웃음소리...
화를 버럭 내며 울그락 불그락 창구로 달려오는 아주머니가 동시에 보였다..

'아니 그렇게 살살 불러달라꼬 부탁을 했건만 번호를 부리라꼬 했건만 머시 이런것들이 다 있어!'

그러고선 내 손에 든 통장과 돈을 낚아채듯 가셨다.
청동번호표가 대리석 창구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더 놀라서 옆 선배에게 물었다.

'내가 뭐 잘못했어예?'
'우짜노 저 손님 우리 특급 손님인데 이름이 좀 그래서 절대 이름 부르면 안된다 아이가 클났다 은행 거래 안하면 우짜노..'


그랬다..
그 손님 이름은

함.화. 자.....

정확하게 부르면 아무런 오해의 여지가 없겠지만
급하게 경상도 사투리로 부르면
함하자....손님...이렇게 되는 것이였다..

함하자....손님....오마이 가뜨~

내가 이름을 부르자 일순 객장이 조용해졌고(동네에서 유명한 사람이라서...다들 놀라서 ..) 남자 손님 한분이 뒤이어 한 말

'뭐하까...오데서하까?' 라고 하는 바람에 폭소가 터진 것이였다.

결국 그 특급 손님은 근처 농협으로 거래를 옮겼고
다시 우리지점으로 모셔오기까지 수많은 시간을 빌고 또 빌었었다.


그리고 그날 지점 분위기 완전 꽝 되었고 아무것도 몰랐던 초보는 지점장실에서 엄청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