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추억의 빼다지

추억의 만화 그리고 만화방

하늘위땅 2011. 4. 27. 13:00

 

어릴적 살던 회원동에는 아주 잘나가던 만화방이 회원천변에 있었다.

생각해보니 간판이 있었거나 상호가 있었던 곳은 아니지 싶다.

동생에게 확인을 해보니 없었다고 한다(그런 기억은 동생이 더 잘 한다)

 

별다른 문화생활을 즐길 여유도 기회도 장소도 없었던 그 시절

막 동네 공터에서 꼼빠끼(공기놀이) 놀이에서 벗어난 12~3살 무렵 우연히 주운 만화방 교환표를

가지고 동네 젊은이 늙은이 할 것없이 모여든다는 그 만화방엘 처음 갔었다.

 

작은 점빵 안은 빽빽하게 만화가 꽂혀 있어 많은 책을 처음 본 난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약간은 지저분한 그 만화방표를 주고 한권의 만화를 고르기 시작했다.

처음 본 만화가 어떤 것이였는지 기억은 없지만 그 후 만화에 푹 빠져 어떻게 해서라도 시간만 나면

돈만 생기면 만화를 보기 위해 그곳으로 달려갔었다.

 

기억을 더듬다보니 그 만화방의 기억은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에 티브이가 없었던 시절 축구나 레슬링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해 주어 동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경기를 보러 그 만화방으로 몰렸던 것 같다.

 

티브이 보는 것도 좋았지만 축구나 레슬링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해서 어리디 어린 난 감히

좁은 만화방으로 진입도 못하고 사람들의 소리만 만화방 밖에서 들으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었다.

 

 

 

 

 

 

그러다 만난 순정만화 시리즈.

일본 만화 번역본이 아닌 우리 작가들이 그린 순정만화들은 빠른 속도로 만화속으로 빠져 들게 만들었고

시리즈로 나오는 것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다음편을 기다리기도 했다.

 

 

내사랑 마리벨, 갈채,레오의 김영숙

아카시아, 빨간자전거 의 김동화

이오니아의 푸른 별,유랑의 별,에게해에 바친다,아뉴스데이,굿바이 미스터블랙,불새의 늪,

우리는 길 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 ,방랑의 광시곡 등 완전 인기 절정이였던 황미나

프린세스이 한승원

라이언의 왕녀,아르미안의 네 딸들,파라오의 연인, 리니지의 신일숙

북해의 별,아라크노아,비천무,불의 검 의 김혜린.

 

     

 

 

순정만화의 확실한 선을 그은 황미나 작가의 만화 세계로의 진입은 정말 황홀한 경험이였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세상에 대한 나름의 로망이였다.

만화속에서 공주가 되고 왕자가 되면 짚시가 되고 검투사가 되기도 하고 검객이 되어 떠돌기도 했고

옆집 남자가 되어 보기도 했고 앞집 여자가 되어 가슴 콩닥거리는 순간을 같이 하기도 했었다.

 

훗날 그 시절 그 만화를 다시 볼 기회가 있어 한꺼번에 몽땅 몰아서 몇달을 투자해 만나본 그 만화는

여전히 그대로 있었고 감동 또한 그대로였다.

책장을  넘겨가며 대사 한마디 한마디 아껴가며 읽고 장면 하나하나 놓칠세라 꼼꼼하게 봤던 만화.

 

책을 읽는 감동 못지 않은 감동을 안겨주면서 질풍노도의 시간의 그렇게 잠재웠던 것 같다

풍부한 감성을 더해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땐 만화작가는 아주 위대한 사람들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우연하게  e 북으로 지난 시절 그 만화들을 보노라니 새삼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이

사춘기 시절 세상에 대한 한없는 호기심을 드러내던 그 때로 돌아간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