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사용한 십자수 열쇠고리가 있었다.
내내 내가 들고 다녔는데 밥 장사를 하면서 일찍 나오고 늦게 들어가다보니 아들이 그 열쇠꾸러미를 이어받아
잘 들고 다니더만 어제 보니 이쁜 내 얼굴로 자수를 놓아 끼워둔 것이 없어지고 껍데기만 허연 속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야! 아들 이거 와 이래?"
"머?"
"열쇠고리 속 자수는 오데가고 껍데기 뿐이고?"
" 몰라 내가 우찌 아노. 지가 나갔삣나보다. 그리 오래 들어앉아 있었으문 지긋지긋 할 거 아이가?"
"모시랏! 오데서 이자삐고 와서는 어만소리하노?"
"낸 모립니다요"
하여튼 오리발은 그냥 대고말고 딜다미는 선수라니깐.
할수 없이 남아 도는 실 적당히 조합을 해서 퍼뜩 하나 만들었다.
오~ 전화번호까지 친절하게 수를 놓았다..ㅎㅎ
노란 병아리를 놓고 있으니 슬쩍 딜다보던 아들 또 한마디 하신다.
"하이고 뱅아리가 머꼬 얼라같이 도대체 울 엄마 뇌구조가 진정으로 궁금하다니깐"
짜슥아 옴마는 니 뇌구조가 정말루 궁금하구만..
드라마 보면서 바쁘게 손을 놀리니 두어시간만에 뚝딱 열쇠고리 작품이 하나 나왔다.
"하여튼 울 엄마 손 빠른거는 알아줘야 한다니까.근데 제발 시후꺼는 다시 하지 마라"
"또 할낀데 와?"
괜히 울 배우 십자수 트집을 잡는 아들녀석이 밉지는 않네요
완성해 집 열쇠 끼워 아들에게 주니 좋은지 실실 웃는군요
병아리라도 괜찮은 모양입니다.
요즘은 뭐가 그리 바쁜지 뭘 해 먹고 사는지도 모르고 그냥 있는 김치와 김 만으로 매끼니를 때운 것 같군요
그래서 그런가 살이 좀 내린 것도 같고 하하하
머 딱히 입맛도 안 돌고 뭘 먹고 싶다는 생각도 없고 내리 커피만 찾고 있다보니
아~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집에 있는 재료로 금방 한가지 반찬을 만들어 봅니다.
(아들도 요즘 다욧 중이라 반찬 투정을 안해서 정녕 반찬 만들기를 그만 둔 모양이 되어버렸습니다)
밥 집 주재료 중 하나인 배추 우거지를 이용한 우거지된장지짐이랄까?
우거지를 듬뿍 넣고 콩가루와 들깨가루도 듬뿍 넣어 걸쭉하게 끓여낸 겨울철 별미입니다.
멸치도 똥 발라 넣고 냉동시켜둔 홍합도 한덩어리 넣고
마늘과 콩가루 들깨가루도 몽땅 한꺼번에 넣어 그냥 끓입니다.
된장냄새와 콩냄새가 구수하게 퍼지는 것이 입 맛은 없어도 밥 한그릇은 그냥 먹어내겠습니다.
(우거지를 데쳐 냉동실에 얼렸다 사용하면 씹히는 질감이 쫀득하고 잘 풀어지지 않습니다)
홍합도 보이도 콩가루도 눈에 다 보이지요?
먹기 전에 대파를 쏭쏭 썰어 올려 먹으니 대파향이 어우러져 더 맛있었네요.
어슷썰어 넣고 한소끔 끓여내도 됩니다.
밥 위에 이렇게 쭉쭉 찢어 올려 먹습니다.
손으로 말입니다. 하하하
입 맛없어 밥 안먹을래 했다가 저 넘 때문에 한그릇 뚝딱 비웠다는 겁니다.
우거지된장지짐 한가지로 말입니다..
달아난 살들이 다시 돌아올 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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