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절 집 기행

1박2일에 나왔다고 갔다 온 건 아니고 / 남해 금산 그리고 보리암

하늘위땅 2011. 5. 3. 19:34

방송의 위력은 한마디로 쓰나미다.

1박2일에 남해편이 방송이 된 뒤라 일요일 다니러 갔다가는 사람에 치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평일 그것도 월요일 남해행을 감행했다.

 

아주 오래전 야유회로 갔다 온 기억이후 금산과 보리암의 흔적은 없기에 방송을 보고 난 뒤 결정을 한 것은 아니고

남해 바래길 걷고 온 뒤 남해 탐험을 조금 더 심도있게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불끈 솟아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남해 돌아보기 2번째로 이름을 붙이고 이른 새벽 집을 나섰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 남해행 버스는 7시가 첫차.

지난번 남해바래길 갈때 8시20분 버스를 이용했다 시간이 안맞아 차 기다리는 시간 때문에 많이 지체한 기억이 있어

첫차로 이동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7시 마산 출발 남해행 버스는 이른 기상으로 견디지 못하고 잠 속에 빠져있는 동안 8시40분경 남해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약 2시간 걸리는 줄 알고 있었는데 첫차는 2시간이 걸리지 않고 도착을 했다.

곤양을 들렀다 왔는데 아주 재빨리 도착을 했다.

월욜 첫차임에도 버스는 만차가 되어 남해까지 그대로 직행~

 

 

 

 

미리 조사한 바로 남산 입구로 가는 상주행 버스를 타기위해 매표를 하는 순간 8시55분에 떠나는 차가 있단다

어서 가볼라고 말해 후다닥 표를 끊고 상주행 버스를 찾았다.

다행스럽게 기다리지 않고 다음 버스로 갈아탈 수 있어 어찌나 좋던지.

 

 

 

미조,송정, 상주행 버스를 타고 금산 입구에서 하차를 하면 길 건너 금산 정상 혹은 보리암으로 오르는 탐방로로 들어간단다.

남해버스터미널에서 금산입구까지 2,400원

버스내 안내 방송이 없어 뻘쭘하게 물어보나 마나 망설이다 혼자 여행하는 여자라고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기사님에게

간신히 물어서 금산입구 도착을 했다.

(군내 주민만을 위한 버스 같아서 자가운전이나 단체 관광아니면 정말 뻘쭘합니다. 아직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듯)

 

버스내 안내방송이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지난번 바래길 갈때도 미리 사전 조사를 해서 내리는 정확한 지점을 알고 갔기에 망정이지...(혼자 다니면 물어보는 것도 뻘쭘)

아쉬운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군내 버스도 아주 띄엄띄엄 있어 시간을 잘 맞추지 않음 30분이상에서 1시간은 그냥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불편하기도 해

미리 일찍 나섰기 망정이지..

 

 

 

 

대충 스트레칭을 하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시작 점이 잘 정리된 길이라 기분이 상쾌했다

하늘은 황사로 아주 뽀얗게 덮어쓴 모양으로 갑갑했지만 숲속의 초록이 주는 상쾌함은 황사는 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

맘껏 깊은 숨을 내쉬고 들이키고..

 

약2키로 이상 걸어야 도착을 한단다.

시간상으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겠다 생각을 하며 9시 30분경 출발.

(남해버스터미널에서 약 25분 걸렸네요)

 

새소리 상쾌하고

바람 시원하고

초록이 눈 말끔하게 정화를 시켜주는 것 같아 전날 늦잠으로 무거워진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 주는 듯

 

이른 시간이고 평일이니 정말 호젓하게 느리게 여유롭게 산길을 즐기자 마음을 먹었는데...그런데....

 

 

 

 

가는 길 곳곳에 돌무더기가 꽤나 많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 희망과 꿈을 쌓았을까 싶어 나는 그냥 가지 싶어 그냥 지나쳤다.

 

길옆으로 자꾸 만들어지는 돌탑..

사람의 마음을 내려놓고 갔으니 얼마나 무거울까.

 

 

 

 

 

 

계속 이러진 돌길 그리고 돌계단 계단...

30분도 안되어 지치기 시작하다니...

 

아니 이런 길이 계속 이어지는 거야?

이러면 곤란한데...

 

길가의 철쭉이 힘내라 입을 삐죽 내밀며 화이팅을 하는 듯 해서 다시 힘을 내 보았다.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있었다(1시간도 안걸었는데 땀벅벅이라니...우째 이런 일이)

 

 

 

앞으로 1.2키로 남았다고 힘내라 여기저기서 난리다.

앞서가던 한쌍의 단정한 남녀커플도 계단길이 힘든지 자꾸 쉬어간다.

 

"얼마쯤 더 가야 하나요?"

 

이런 저도 처음입니다 라고 말은 못하고 사전정보를 취득한 죄로(?)

 

"앞으로 한 3~40분쯤 더 걸어가야 하지 싶은데요"

 

"다른 길은 없나요?"

 

반쯤 왔는데 다른 길을 찾다니 모른체 그냥 올라갑시다 했다.

할수 없이 뒤따르는 다정한 커플들을 휙 앞질러 올랐다.

 

난 혼자 산길을 걷고 싶을 뿐이고,

대화에 끼고 싶은 생각도 없을 뿐이고,

사색에 잠겨 상상할 것이 너무 많을뿐이고,

등등...갖가지 핑계를 만들며 그들과 떨어지기를 바라면 부지런히 숨을 헐떡거리며 올랐다.

 

 

 

 

 

 

 

 

아~ 이런 산길은 너무 하다 너무해

계단 길은 완전 미치는 길이야! 안돼!!

 

겨우 1시간짜리 산길을 포기할 수도 없고 오르자니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서 숨이 머리까지 오르고

이거 정말 우짜지도 몬하고 억지로억지로 오르고 오르고

 

도대체 몇번은 쉬었다 간 건지도 모를지경이였다.

아니 험한 길도 아니고 급경사도 아니고 아주 긴 길도 아닌데 이렇게 힘들다니...

아~~ 팔공산도 갓바위도, 청도 사리암도 이렇게 계단 길로 사람 인내를 시험하고 또 시험하고 시험해서

그걸 이긴 사람만이 관음상을 보게 만들더니 보리암도 인내를 시험하누나..

 

타이머를 맞추고 처음으로 풀샷 직찍을 시도하다..

잘 나왔다고 자화자찬을 하면서 혼자 헤헤거리며 또 오른다.

 

 

 

 

 

쌍홍굴입구 푯말을 본지 한참이나 오른뒤 드디어 쌍홍굴을 만났다.

쌍무지개 같다고 했던가.

바위산 금산의 모든 것을 보는 듯...

 

헉헉 거리며 굴 가까이 가니 내려오는 두명의 처자들이 있다.

이른 시간 보리암에 올랐던 모양이다.

 

"얼마나 내려가야 주차장 나오나요?"

 

약간의 뻥을 섞어 대답했다

 

"올라오는데 1시간30분 걸렸으로 1시간 쯤 걸릴거에요 계단이라 더 걸릴수도 있겠네요"

 

아니 정확하게 말했다

실제 내려오니 딱 1시간이 걸렸거던.

다리가 어찌나 빨리 풀리던지 후덜거리는 다리 잡고 내려오느라 엄청 힘들었다는.

 

 

 

 

쌍홍굴 입구에서 만날수 있는 신들이 놀다갔다는  사선대 와 바위를 휘감은 해송이 아주 멋드러진 장군바위..

기암괴석들이 굉장히 많은 금산이다.

 

 

 

 

 

바위 구경하며 올라가니 다리 아픈줄도 모르고 고개가 뽀사질라했다.

바위산이 기가 쎄서 좋다고 하긴 했는데 ..다리가 이렇게 피곤하고 무거운 걸 보니 나하고는 안맞는 산인가보다.

 

 

 

 

 

쌍홍골로 들어가니 시원하기 그지없다.

흘렸던 땀이 한 순간 싹 달아나는 듯 아주 상쾌해졌다.

 

굴위쪽에 뚫린 곳으로 하늘을 보니 뿌연 하늘아래 여전히 아름다운 색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하늘을 메우고 있고

굴 아래로 돌아보이 올라왔던 길이 급경사로 아찔하다.

저 나무들이 가을이면 얼마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것이다 상상하니 가을에 또 와야지 하는 생각지도 못한

맘이 불쑥 튀어나온다.

 

아~ 이런 계단길은 싫은데 싫어..

다른길은 없나?

 

시원함에 한참을 머물렀다.

내려오는 사람들 올라오는 사람들 수가 점점 늘어나서 이러다가는 호젓한 산길 즐기기는 글렀다 싶어

다시 서둘러 금산 정상을 향했다.

 

난 호젓한 여행을 즐기고 싶은 뿐..

 

 

금산의 유래

 

한려해상국립공원을 품은 금산은 조선건국 신화를 비롯해 많은 전설과 역사를 담고 있다.

산 아래남쪽은 상주 은모래 비치(상주해수욕장)로 이어지며 한려해상 속으로 잠긴다.

 

금산은 원래 보광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금산이라는 이름은 이성계가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성계는 고려 후기에 백두산과 지리산을 찾아 나라(조선)를 세워달라며 산신에게 기도했다.

두 산이 뜻을 받아 주지 않자 보광산을 찾았다. \

임금이 되게 해주면 산 전체를 비단으로 둘러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100일 기도를 했다. 결국 이성계는 조선 건국의 꿈을 이뤘다.

임금이 된 이성계는 이 약속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신하들과 의논했다.

신하들은 비단으로 덮으면 당장은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러워져 보기 싫어지기 때문에 산 이름을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산으로 지어 영원히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진언했다.

 

 

금산은 금강산을 빼어 닮았다고 해서 소금강 혹은 남해 금강으로도 불린답니다

 

 

 

 

 

 

쌍홍굴에서 갈림길을 만났다.

왼쪽은 단군성지와 정상으로 가는 길

오른쪽은 보리암으로 바로 오르는 길

 

일단 먼저 정상을 올랐다 보리암으로 갈 길을 정하고 정상을 향해 고고고~

 

 

 

대나무숲을 지나니 제석봉이 나왔다

바위를 올라 보니 와~ 우 전만이 끝내주는데......황사가 그 아름다움을 삼키 버렸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을 볼 수가 없다니..

 

썬글라스와 모자 마스크까지 두르고 눈을 껌뻑여봐도 안보인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르니 설악산에만 있는 줄 알았던 흔들바위가 나왔다.

 

이거 흔들리나 싶어 밀어보니 흔들흔들 캬...안떨어지니 더 신기해서

혼자서 좋아라 자꾸 밀어보았다 바위가 짜증을 낼때까지 푸하하하하

 

아이처럼 신났다.

 

 

 

 

 

 

 

꼭 흔들어보세요.

보리암으로 바로 오르면 이런 재미 못 느끼지요.

 

 

 

 

 

그냥 지나치려다 살짝 내려가본 단군성지.

움푹 들어간 자리에 위치한 단군성지는 완전 봄이 절정이였다

온갖 꽃들이 다 지난 봄을 다시 느끼게 향기를 아주 진하게 내놓고 있었다.

오~ 천국이 따로 없구나..

 

남다른 관심이 있는 단군의 이야기인지라 꼼꼼하게 둘러보았다.

천부경을 맘속으로 읊어가면서..

 

'일시무시일 석삼금무진본 천일일 ......인중전지인...일종무종일'

 

천부경 81자를 상시로 외우면 좋다고 하니 그냥 술술 나왔다

어디가 좋을라나?

 

 

 

 

 

그렇게 천부경을 외우다보니 드디어 정상이닷!

 

 

 

 

봉수대에 오르니 사방으로 확 트인 전망이 시원하다.

팔공산 갓바위 오른뒤 느끼는 느낌이랄까?

 

안타깝게도 남해 바다를 볼 수 없었다

그놈의 황사때문에..

이런건 피해보상 안해주나..

아름다운 남해바다 못보게 된 피해보상 같은거 ㅎㅎ

 

이리봐도 저리봐도 뿌연 황사바람뿐이다.

 

 

 

 

 

절경을 놓치 아쉬움에 터벅터벅 보리암으로 향했다.

평일 그것도 월요일 보리암은 사람들도 북적북적

차로 쉽게 올라오는 길을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였다.

 

석탄일을 맞아 연등을 20,000원 주고 신청하고 보리암을 휘 둘러보았다.

 

태조 이성계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했듯 나도 간절한 마음으로 잊어버리고 갈 뻔 했던 기도를 맘으로 올렸다.

 

'건강하고 우리가족 행복하게 해주세요'

 

 

 

 

 

1박2일 엄태웅이 108를 올렸던 해수관음상으로 발길을 돌리니 소란스럽다

연등을 다는 모양이다

암자가 온통 북적이고 소란스럽고 정신사납기 이를때 없다.

절이라도 올릴까 생각했던 마음도 어디로 갔는지 쑥 들어가고 말았다.

해수관음상에서 절해야 하는데....

 

'아이고 관세음보살님.우짭니까 오늘은 그냥 갈랍니다.나중에 다시 올랍니다 그대로 되지예'

 

내려가기전 감로수 한모금을 입에 머금었다.

달큰하니 단 물맛이 좋다.

 

우리나라 3대 기도처중 한곳이라는데 기도를 해야 기도빨을 기대할텐데.

사람들 등 단다고 정신없는데 어찌 절을 하누...ㅉㅉ

 

 

 

 

 

 

암자내를 하릴없이 서성서성

사탕도 하나 얻어 먹고 자판기에서 쑥차도 한잔 뽑아 마시고

태조 이성계가 기도를 했다는 곳에서 내려갔다 올라오고...그래도 절을 할 공간이 없었다 해수관음상앞에는..

 

아이쿠 엄태웅처럼 해볼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정말 철수!

 

암자 뒷편 바위에 이쁘게 내려 앉으신 우리 애기동자들에게 윙크 한방 날리고 곧 하산하기로 했다.

배도 고프고 다리도 후덜거리고 1시간에 걸쳐서 금산 입구 주차장에서 시원한 하드 하나 물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하기 위해 30분을 기다린 뒤 상주행 버스에 다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