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추억의 빼다지

첫 경험의 놀라움은 추억이 되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추억분식 비빔 만두와 길거리 토스트

하늘위땅 2011. 12. 13. 11:00


참 촌스러운 입맛이였다.

먹어본 음식의 종류도 단순했고 못 먹는 음식도 많았다.

먹어보지 않았으니 먹을 줄 몰랐고 상상으로도 다른 음식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나마 동네에 그릇 장수가 오면 물건을 팔기 위해 빵이나 옛날 짜장등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물건을 사는 날이면(살림살이를 늘이는 일은 꽤나 많은 비용이 들어서 아버지 몰래 항상 이루어졌다) 엄마는 어김없이

프라이팬에 찐 빵을 만들어 주었고,

커다란 냄비 가득 짜장을 만들어 주었다.

그게 전부였다.


간혹 아버지 월급날이면 종이봉투에 든 잘 익은 통닭 한마리로 7 명의 식구가 포식을 하기는 했지만

늘 깨적거리는 내 입은 그것도 먹어내질 못했다. 누린내가 비위에 거슬려 넘기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도나스도 우리의 특별식에 끼이기도 했었구나.


그렇게 어린시절을 보낸 심플한 입맛은 사회생활로 화려한 날개를 날기 시작했다.

여전히 육류는 머나먼 쏭바강이였지만 과감한 선택으로 길들여지던 어느날..


친구들과 함박이나 돈까스가 아닌 다른 음식을 먹기위해 찾은 곳이 바로 코아양분식

코끼리 양분식을 주로 이용을 했던 우리들은 코아 양분식의 색다른 메뉴 소문을 듣고 의기투합했던 것이다.






그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코아양과 건물

이곳 2층에 코아 양분식이 있었다.


넘치는 사람들이 코아 양분식에서 이 음식을 참 많이도 먹었으리라.

돋때기 시장 같았던 그 곳도 이제는 내려진 샷터가 세월을 말해주네.






그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던 녀석은 바로바로바로바로 이 녀석!!


"비빔만두"


그 시절에는 획기적인 시도를 한 메뉴였던 것 같다.


만두..

자주 먹지도 먹어 본 적도 없던 그 만두와 야채가 어우러져 국수도 아닌 것이 쫄면도 아닌것이

묘하게 입맛을 사로잡았다.


매콤새콤달콤한 고추장 소스도 환상적이였고

입에서 살살 녹는 만두도 고기를 전혀 먹지 못했던 내게는 충격적인 경험이였다.


친구들과 모이기만 하면 이 비빔만두를 먹기위해 코아양분식을 찾았고 줄을 좀 서서 기다리더라도 꼭 먹고야 말았다.

생일파티도 회식도 동기모잉에도 이 비빔만두는 필수코스였다.


그러다 이 메뉴도 잊혀지고 새로운 퓨전음식속에 파 묻히더니 새롭게 등장한 비빔만두는 얄팍한 만두피를 기름에 튀기듯 구운 

만두와 야채와 소스가 따로 나오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군 만두와 야채비빔이라...


추억의 맛은 아니였다.

바싹거리는 만두도 아니였고 기름맛이 섞인 고추장소스도 아니였고..


직접 만들어 보니 역시 만두피가 얇은 물만두를 익혀 야채랑 소스에 버무리는 것이 정답이였다.

아들에게 먹어보라고 주니 " 맛있네" 한마디다.

요즘 각종 소스와 첨가제에 길들여진 입맛에는 너무 담백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 서울언니네 길거리 토스트 구루마를 비롯한 좌판이 줄을 서 있었던 창동 시장 거리.



용돈이 푸짐하게 많았던 적이 없었기에 비빔만두 같은 고가(?)의 메뉴는 간혹 아주 가끔 이용을 했었고

우리들이 주로 많이 찾았던 것은 길거리 토스트였다.

내 기억으론 하나에 500원 정도 였던 것 같은데 맞는지 모르겠다.

 500원만 주면 양배추와 계란으로 구운 계란패드에 케찹을 듬뿍 발라 주었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뽕똥해져서 든든하게 창동 시내를 쓸고 다녀도 피곤한 줄 몰랐었다.


마가린 녹인 팬에 계란과 양배추만 섞인 반죽을 노릇하게 구워 그 옆에서 앞뒤로 구운 식빵 사이에 넣고

빨간 케찹을 얹어서 말아주면 참으로 맛있었다.

줄을 서서 서울 언니네 구루마을 둘러싸고도 더 돌아서 기다렸다 먹는 그 맛.


널찍한 팬 위를 오가던 재빠른 손놀림의 작은 몸집의 이쁘게 생긴 그 서울언니의 솜씨가 그립다.

항상 챙이 좁은 모자를 쓰고 립스틱까지 바르고 토스트를 팔았는데.


다른 토스트 가게에도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유독 서울언니네 구루마엔 늘 사람들이 북적북적

이쁜 사람이 해서 그랬던가 맛이 남달라서 그랬던가?







양배추와 계란으로만 부친 야채패드와 살짝 구운 식빵 

듬뿍 바른 케찹 맛으로 먹는 길거리 토스트.


마가린이 없어 식용유에 구웠더니 그 감칠맛은 아니지만 케찹과 야채패드의 맛이 추억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서울 언니네 그 작고 이뻤던 그 언니는 지금 어디 계실까 괜시리 궁금해지는 눈이 올 것 같은 날이다.

세월이 한참 흘러 아이를 업고 토스트를 사먹고 싶어 나갔다 없어진 걸 알고 서운해했었는데...


창동에 가면 언제나 숨겨두지는 않았지만 숨어 있던 추억이 마구 밀려나와 주체할 수 없이 심장이 뛰는 걸 느낀다.

그 추억속에 난 늘 행복한 웃음만 짓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