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어느날..
시간 여유가 있어 롯데리아 2층에 핫초코 한잔을 들고 올라갔다.
몸도 좀 녹이고 자료 정리도 좀 하고 겸사겸사.
달디 단 핫초코 단숨에 쭉 빨아댕기다 입천장 다 까지고 눈물까지 흘렸던 그날의 우리 마산 창동이다.
20대 초반
얼만 안되는 용돈으로 유행에 맞는 옷을 사러 종종거리며 이 옷가게 저 옷가게 돌아 다니며 입어 보고
가격 맞춰보고 그렇게 하루 종일 돌고돌고 그래서 고르고 골라서 샀던 그 옷들은 지금은 어디로 갔나..
옷가게 풍성하게 즐비했던 그 거리도 한산함에 하나둘 문을 닫고 겨우 자리만 지키고 섰더만
다시 또 새로 문을 연 옷가게가 보였다.
동대문에서 옷을 가져오는 곳일까?
아무래도 동대문 것이 좀 더 좋다는 말이 있기는 했는데..
요즘은 온라인 쇼핑몰 때문에 스트릿 숍은 조금 힘을 못 쓰는 경향이..
그래도 한번 들러보고 싶네.
창동에서 그나마 자주 찾았던 에프엠이닷...
백화점식 대형 의류몰이 다 사라지고 뒤에 생긴 곳이지만 고르면 입을만한 괜찮은 녀석들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온라인 쇼핑몰을 열심히 눈빠지게 달리다 보면 이곳에서 조금 비싸게 주고 산 옷이 더 저렴해서 불뚝 화가 나기도 하지만
입어 보고 만져보고 골라서 샀다며 스스로 위로하며 화를 삭히기도 한다 .
그 옆에 아이스크림가게 날 이끄네..
슬쩍 시선을 올리다 딱 걸린 간판 하나
전통찻집 다전..
그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찻집이다.
들리는 말에는 내 고교동창이 주인이라던데..
아직 마산으로 와서 한번도 못가봤구나
대추차 한잔 마시러 슬 가볼까.
핫초코 한잔 따시게 마시고 잠시 느적거리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다시 또 문을 열고 만 '고려당' 빵집.
생도너츠의 하얀 설탕이 좀 전에 마신 핫초코의 단 맛을 싹 지운다.
이걸 먹어 말어.
"언니 단팥죽 하나 주세요"
이래놓고 빵들을 고르고 있는 내 손..
몸 따로 맘 따로 이게 뭐람.
살빼야 하는 아들램 핑계를 대며 도너츠와 꿀빵 그리고 크림치즈 든 베이글을 골랐다.
단팥죽과 베이글 반쪽을 아구아구 먹으며 정신은 안돼! 라고 제동을 걸지만
손과 입은 달디 달다 재빠르다
손이 올라가기 전에 입은 벌어지고 단팥죽과 베이글을 기다린다.
너희들 왜 일케 분열이 된거야 도대체 ㅠㅠ
연식이 되어간다는 건 날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간다는 것임을 깨달았다.
눈을 겁 먹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입은 사정없이 열리고
손은 전광석화와 같이 왔다 갔다하고
발은 동동 안타깝고..
머리속은 아뿔싸 늦었다 맥을 놓고 마는 지경..
핫초코, 단팥죽, 베이글...너희들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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