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절 집 기행

아롱아롱 그렇게 다가온 천년고찰 실상사(實상

하늘위땅 2012. 1. 2. 10:00


평지에 자리한 실상사

지리산 둘레길을 몇번이나 걷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이 절집은 그냥 내게는 없는 듯 가볼 기회를 찾지 못했다.

공지영 작가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으면서 무척이나 궁금해졌고 나름 상상력을 동원해 절집을 상상했었다.


때론 꿈에서 실상사를 찾아가는 걸 보기도 했으니 꼭 한번은 다녀와야하지 않을까 잠정적으로 생각만 했었는데

덜컥 이리 추운 겨울날 산골짝 구비구비 지리산 자락에 선 그곳에 가자고 나섰다.


그나마 다행이였던 것은 며칠동안 꽁꽁 아주 추운 겨울의 모습을 보여주던 날씨가 약간은 느슨해져 움직이는 것에

덜 민감하게 반응을 유도했기에 늘 하던 새벽 출발이 아닌 조금 늦은 아침 출발을 했다.


마산에서 8시 진주행 버스를 탔고 진주에서 함양행으로 갈아타서 실상사 가는 마천행 버스에 올랐다

10시가 넘은 시각

15분을 버스 안에서 기다리니 그제서야 출발을 하는 버스

인월을 거쳐 산내면소제지를 지나니 바로 실상사다.


너른 벌판에 아지랭이처럼 보이는 나무와 건물들이 실상사인가?





푸른 하늘이 시리다 아니 추워 보이는 날 저 다리를 건너면 실상사에 닿게 된다

멀리로 나무와 나즈막히 앉은 기와 건물에 보였다.


바람이 휑~ 다리를 건너 양볼때기를 사정없이 때린다.

풀렸다고 해도 겨울바람은 볼에 흔적을 남기고 지나간다

뽈때기가 빨개졌다.



실상사는 지리산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만수천을 끼고 풍성한 들판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며  동으로는 천왕봉과 마주하면서 

남쪽에는 반야봉, 서쪽은 심원 달궁, 북쪽은 덕유산맥의 수청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채 천년 세월을 지내오고 있다. 

대부분 우리나라의 사찰이 깊은 산중에 자리잡고 있는데 비해 지리산 자락의 실상사는 들판 한가운데 세워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지리산 사찰 중 평지에 자리한 절은 이 곳 실상사와 단속사가 있는데 단속사는 폐허가 된채 석탑만 남겨져 있는데 비해 실상사는 여전히 사찰 구실을 하고 있다






제대로 겨울 느낌이 나는 산골이다.

얼음이 언 계곡도 시리다.





잔가지 잔뜩 벚고 선 저 나무도 엄청 추울텐데.





실상사다.







지리산 실상사http://www.silsangsa.or.kr



실상사 주지스님의 실상사 소개를 옮겨왔어요



우리 절은 남녘에서 가장 크고 깊은 지리산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수 만평의 논 한 가운데 놓여 있습니다. 

이 너른 들판이 여름이면 새록새록 자라는 볏 잎으로 초록바다가 되고 실상사는 그 속에 마치 섬처럼 있습니다. 

가을이면 벼가 익어 황금물결 일렁이는 그 속에 보물선 마냥 흔들리며 있습니다. 

겨울이면 벼 베인 휑한 들판에 무상(無常) 모습으로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봄이면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너른 들판 한 가운데 마치 신기루처럼 있습니다. 

마음을 열고 보시면 너른 들판 가운데 멋 하나 없이 밋밋하게 있는 그런 절이 아닐 겁니다. 


불교최초 절인 ‘죽림정사’ 역시도 마을 옆 들판에 자리하였습니다. 


실상사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 붙습니다. 

우리나라 선문의 효시인 ‘구산선문’ 은 이곳 ‘실상산문’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실상사는 ‘구산선문 최초 가람’으로서 한국 선풍(禪風)의 발상지입니다. 

가람 안팎에 화려하고 고색창연한 경관은 없습니다. 

그러나 도내에서 단일 사찰로는 가장 많은 수의 국보와 보물을 가진 곳이기도 합니다. 


실상사가 처음 이곳에 자리할 때는 그야말로 심산유곡이었습니다. 

그러던 곳이 부처님의 품을 찾아든 사람들로 마을이 이루어지고 

그들을 위한 논밭이 만들어지다 보니 오늘과 같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절은 사부대중 누구나의 수행처요, 몸과 마음의 안식을 찾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상사는 출재가의 대중이 함께 모여 ‘사부대중공동체’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가 수행자의 교육기관인 ‘실상사 화엄학림’은 1994년 조계종의 교육개혁의 성과로 이루어진 조계종 최초의 전문교육기관입니다. 

또한 실상사에는 불교의 연기 사상을 교육이념으로 삼은 중고등 과정의 학교인 ‘실상사 작은 학교’가 있습니다. 

교계 최초이자 아직은 유일한 대안학교입니다. 

또한 역시 교계 최초이자 유일한 ‘실상사 귀농학교’는 현대 도시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철학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이 밖에 재가불자들의 협동농장으로서 친환경농사를 짓는 ‘실상사농장’, 

절을 중심으로 지역공동체를 꿈꾸는 ‘사단법인 한생명’, 

그리고 그곳에서 벌이는 지역 주민을 위한 갖가지 복지와 교육사업 등 

역시 다른 절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모습들을 가진 곳이 실상사입니다. 







길지 않은 실상사 천왕문까지 가는 길

길 옆으로 삶과 죽음

끈질긴 생명력과 내일을 위한 오늘의 기다림을 연출한 듯한 대파밭과 얼어 붙은 연밭이 있다.


녹색의 대파잎과 말라버린 갈색으로 말라버린 연








모퉁이를 돌면 바로 천왕문이 기다린다.

일주문은 없나?


아~ 이런 사전 검색없이 무작정 오면 이런 무지함을 당하는데 알면서...


그럼 입구 다리 건너기전 돌장승이 어떤 의미가 있었던가 .

찾아보니 그렇다

일주문은 없고 입구에서 돌장승이 감히 삿된 기운이 사찰로 다가오는 것을 막아내는 역활을 한단다.

돌장승이 예사롭지 않더니..


해설사 동행이 아주 아주 아쉬운 순간이였다.


바로 마주한 천왕문앞에서 또 한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섰었다.

앞에 보이는 보광전 때문이였다.


주불전이 들어오는 입구에서 보이다니!

도대체 내가 아는 사찰은 어떤 의미인가?







130년 정도 된 주불전인 보광전은 좌우3칸 앞뒤 3칸의 아주 조촐한 건물이다.

작은 주불전 앞에 또 한번 그냥 섰다.

도대체 난 뭘 보고 다닌거야!






보광전 앞 마당을 채우고 선 두기의 탑과 석등은 국가지정 보물이다.


상륜부가 잘 보존된 두기의 탑은 신라시대 탑의 조성양식을 잘 볼수 있다고 한다.

일가람 이탑은 전형적인 신라양식이고 쌍탑과 석가불과 다보불을 의미하며 법화경에 따른 배치라고 한다.

보광전의 주존불은 아미타상품중생인을 결하고 있어 아미타여래로 보아진다고 하는데...

(불교적인 것에는 아주 문외한인 본인은 아리송)

석등은 서방정토불인 아미타여래를 맞이 하기 위한 것이라니 더더욱 모르겠다.


갸우뚱갸우뚱 작은 보광전을 삥삥 둘러보고 또 보고 닫혀진 문에선 점심 공양을 올리면서 염불을 외는

스님이 계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또 삥삥.







그러다 낮은 담장이 이어지고 허물어진 나란히 선 건물로 다가갔는데 관람객 출입금지인 공부하는 스님이나 불자들이 머무는 곳이다.

마루가 꼭 외가집 같아서 또 한참을 쳐다보고 또 보고..









다시 보광전 곁으로 가서 마당을 내려다 보니 저 멀리로 천왕봉이 보인다

(그렇다고 하니 그런갑다)


아지랭이 필 것 같은 겨울 날이 정말 아롱아롱하다.






작은 보광전을 또 둘러보고 다른 편에 있는 명부전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무로 가려진 명부전은 어찌보면 막을 하나 세운 듯 으스스하기도 하고

명부전에 맞게 맞춰진 것 같기도 하고.

지장보살지장보살을 외우며(불자도 아님도 들은 건 있어서) 울 아부지와 아는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빌었다

나도 모르게.


평지에 그냥 내려 앉은 전각들이 특이하기도 아니하기도 또 갸우뚱 명부전을 한바퀴 돌았다.







약사전 안내 화살표를 따라 오니 건물은 없고 조립식 바람막이 안에는 파헤쳐진 바닥과 철불이 있었다

약사여래불인 모양이다.

전각을 다 들어내고 발굴 조사중이라는 안내판을 읽었다.


춥겠다 철불이..


앞으로 가 가족들의 건강을 또 맘으로 빌고 빌었다.








너른 절 집의 뒷마당으로 담이 허물어진 곳까지 가서 보광전을 보니 그림이다.

좀 더 멀리 시선을 올리니 날이 선 시퍼런 겨울 하늘아래 지리산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어디서 밥 냄새 반찬 냄새가 난다 했더니 점심 공양 시간이더라.

어슬렁 공양을 하러 걸어가는 스님의 뒷모습에 나도 덩달아 배가 고파졌다.


그러나 밥 냄새만 맡고 공양간으로 가지는 못했다.





희안하게도 작은 개울이 절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었다.

그냥 시골 동네 같은 느낌이 확 풍겼다.


이 작은 개울을 건너야만 극락전에 갈 수 있다는 사실

이것도 어떤 불교적인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렇겠지






극락전 앞에는 얼어붙은 작은 연못이 있고

얼어붙어 햇살에 은빛을 내며 반짝인다.









이래봐도 저래봐도 실상사의 겨울은 묘하게 아롱거리며 다가온다.

절집 가운데 대나무 숲도 있고 개울도 있고 오래된 뒷간 건물도 있고 곳곳에 숨은 듯 보물들이

보물찾기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극락전으로 바로 들지 않고 담을 따라 또 한바퀴 휙.

극락전 담 그리고 사찰의 영역 표시 담이 이중으로 있다.


봄에 오면 이 길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봄에 다시 오면 되겠다.


열린 문으로 들어서니 극락전이다.

돌 디딤돌을 탁탁 타고 걸었다.





전각의 문살이  슬쩍 미소를 짓게 했다.

가운데 세짝은 빗살무늬 양쪽 작은 한짝 문은 정자 무늬 문살아닌가 ^^

그냥 무심코 지나쳤다면 몰랐을 작은 사실 발견 유레카!! 라고 외치면 안되는데 .


유독 너른 바위돌을 많이 이용했다.

 

바위를 밟고 다시 나가는 길을 잡았다

톡! 톡! 톡! 아니 퍽! 흐흐흐







극락전 담장안 전각 오른편에는 스님들이 기거하는 건물이 같이 붙어 있다

순천 선암사 어느 전각도 그렇더만.

궁금궁금..


아무도 없는 방 앞에 살짝 앉았다

따스하게 겨울 햇살이 온몸을 샤워시켜주니 졸리기 시작했다.


순간 외가집의 겨울속으로 쓩 날아가는 듯 해서 퍼뜩 정신을 챙겼다.






겨울 햇살에 부신 눈을 부비며 극락전을 나오니 대나무 숲과 얼어 버린 연못이다.

나무사이로 작게 보이는 오래된 작은 건물이 뒷간이란다.

저 건물도 뭔가 싶어 몇번을 돌아보고 또 보고 했는데 뒷간이였던 건물이라니 .






물을 건너니 또 물이고 얼기까지 그렇게 힘들게 들 수 있는 극락이려니...






겨울 속의 실상사여 모르고 무작정 왔다 입만 떠억 벌리고 가려니 너무도 미안했다.

알고 보니 참으로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실상사의 참 모습을 볼 수 없음을 알았다.


독특하고 특이하면서 숨은 의미가 많은 곳 실상사

얼어붙은 연못의 연이 봄이 되면 새순을 올리듯 그 의미를 알았다.


진정한 종교를 실천한 곳이더라.

함께하는 곳이더라

그래서 다들 실상사 실상사 했구나 알았다.






* 실상사에 있는 보물 알아보기



수철화상능가보월탑                                                          수철화상능가보월탑비


                                                                                  

                                                                                  증각대사응료탑







함양가는 버스 시간에 맞춰 큰 길로 나오니 앗 그 유명한 소풍 카페가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그 앞에서 소풍카페에 관한 이야기만 잔뜩 떠올리면 버스에 오를수 밖에 없었다


추운 겨울 내 걸린 노란 팥빙수 이름표..정말 한 겨울에도 그 팥빙수를 먹을수 있는 걸까?


글로만 읽을땐 산속에서 먹는 빙수라 굉장히 짜릿할 것이다 생각했는데

산중은 아니로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