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마 제대했어요

바람에 꽃잎 날리던 날 훈련소 들어간 아들 (2)

하늘위땅 2012. 4. 24. 11:00

아들만한 덩치도 없더라.

키는 아들보다 큰 녀석들은 많았는데

다들 허리사이즈가 나보다 더 작은 머스마들 천지고

허벅지는 내 종아리 사이즈 많한 녀석들뿐이였다.


"햐~ 아들! 덩치로는 니가 킹왕짱이네 멋지다"


"하이고 옴마 내가 살을 좀 더 빼서 오는긴데 "


"아이다 니 짱 멋지다"


아들 덩치가 눈에 확 띄게 큰 건 사실이였다.

한눈에 확 들어오는 사이즈 ㅡ.ㅡ;;;


갸느린 그 넘들 부모들은 눈물바가지 뒤집어썼지만

한덩치하는 부모는 대견하고 든든함에 눈물을 잘 참았다.







괜찮다 말은 잘하더만 한 일주일 남겨 놓고는 잠도 잘 못자는 것 같았다.

밥도 잘 못먹는 것 같았고 화장실도 힘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입이 까칠했구나 잠도 잘 안왔구나 그래서 더 피곤했구나 알게 되었다.

고스란히 느껴지는 아들 마음

어떤 말로도 안정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 그냥 뒀다.










훈련소 가는 버스 안

엊저녁부터 암것도 먹지 않은 아들 

얼굴에 여드름이 더 심해졌다.


"아들아 얼굴 꼴이 거 머꼬 어제 목욕했잖아"


"몰라 "


아침도 안먹고 가는 길이라 휴게소에서 달달한 카라멜마끼아또 한잔을 사서 노나먹었다

달달한 거 먹음 좀 기분이 노곤해지리라.






11시경 정문앞에 도착을 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점심을 먹기도 그냥 들어가기도 뭐해 잠시 훈련소 앞을 서성거렸다.


햇빛은 따가웠다

저절로 땀이 났다.


사진 찍는 거 엄청 싫어하는 녀석이 사진찍자니 찍어봐라며 자세를 잡아줬다

짜식..군대간다니 사진도 찍게 해주고





즉석사진을 찍어주는 언니가 찍어보라 해서 찍었다 

조금 비쌌지만 왠 횡재냐 싶어

아들이랑 둘이 찍은 사진이 거의 없었는데..

아들 하나 주고 내가 하나 가지고 왔다.






안먹겠다는 걸 그래도 먹자고 들어간 밥 집

죄다 고기만 판다

난 집밥 같은 된장찌개 이런거 먹여 보내고 싶었는데 ..

맛도 그닥 없는데 비싸기만 하고 아이들은 잔뜩 긴장타고 있을건데 고기가 잘 넘어갈까 싶었다.


그래도 남기지 않고 고기만 다 먹고 일어섰다.

고기 좋아하는 아들이 고기를 마다하다니..







1시쯤

그냥 들어가며 아들 손을 이끄니 그러잖다.


들어가는 입구 아래지방에선 다 끝나버린 꽃잔치가 막바지다

꽃 이파리 바람에 눈처럼 날리니 입대를 환영해요 축하해요 잘할거에요 다독이는 듯 머리위로 떨어졌다


"아들아 이건 정말 좋은 분위기 아니니 꽃잎이 날리고 다소 좀 편하게 잘 훈련 받겠다야"


암말 않는 아들 진짜 긴장 잔뜩 탔다.


꽃길을 씩씩한 듯(?) 걷는 아들 뒤때

등판이 엄청 넓구나..





입소하는 훈련병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작은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군악대 연주와 노래자랑이 이어졌다

우리는 그 속에 풍덩 빠지지는 못하고 그냥 멀찍이 구경하는 척 만 했다

모두 서로 말을 아끼고 그냥 서 있었다.


꽃잎 다 떨어진 벚꽃나무아래 아들 살짝 웃음이 보였다

긴장이 조금 풀어졌나 보다.


헐렁한 군악대 옷을 입은 저 청년들

아~ 다행이다

울 아들은 저런 모습은 아닐테니..







음악소리 훈련소에 넘실거리고

나무아래 햇빛을 피해 선 아들은 덤덤하다.







앗!  아들의 시선이 머문곳은 무대가 아니였구나.

사진을 찍고 있는 이 군인아저씨 때문이였구나..

계급이 좀 있는 걸 보니..

연대장급인가?


인물도 훤하고

스타일도 멋있고

참으로 든든해 보이는 군인아저씨를 보고 있었구나.


'아들아 너도 군복 입으면 저리 멋있을거다 염려마라 짜식'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곳으로 우리도 따라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입소식을 기다리는 아들의 표정이 또 긴장되었다


넓은 운동장 군악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난 슬그머니 썬글라스를 꼈다.






군악대가 들어오고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호출되어 나갔다


제일먼저 일어서 엄마에게 눈인사하고 나가는 아들

엄마 쓸쓸하게 어찌 내려가나 울지마라는 뜻의 한마디에 감춘 눈으로 눈물이 났다.


"괜찮다 아들아 엄마는 늘 씩씩하잖아 니나 잘해라 걱정안하구로"








1800여명의 우리 아들들 운동장에 모였다.

연습 잠깐하고 입소식을 간단하게 했다.

내 아들이 어디있나 한눈에 찾았다.

그래도 앞쪽에 섰구나.


뒤에서 눈물바람 멈추지 않는 어머니들 때문에 참았던 눈물이 또 실실 내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부모님들 앞을 지나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 우리 아들들..

엄마를 발견한 민석군도 손을 흔들고 웃음을 날려주었다.

그 모습에 쨘하여 또 눈물 한 방울,,


울컥.. 

한방울,,






맨 앞쪽에 섯 가는 아들을 한눈에 알아봤다.

웃고 있는 아들들은 아무도 없구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아들이 가는 발걸음을 쫓다 보니 다른 운동장에 모인 우리 아들들이 보였다

많은 부모들이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따라 갔다.

멀찍이서 지켜보노라니 어서 가자고 제촉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래 바라보고 있을수는 없었다.


"저기 울 민석이 보인다'


"어데 보이도 안쿠만"


"내 눈에는 보여 잔뜩 긴장했네 잘하겠지 한번도 떨어져 지내본 적 없는데 울면 어짜지"


"별 걱정을 다한다. 지한테 물어봐라. 울기는 왜 우노 이카면서 잘한다 할끼다 가자"


자꾸 돌아보면 아들도 알겠지 그래서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싶어 재빨리 돌아섰다.






꽃 이파리 양탄자처럼 깔린 길을 다시 걸어나가는 사람들

발걸음이 다들 무겁다.


어서 맘을 거둬가야 우리 아들들이 혼자임을 알고 빨리 적응을 할거에요

어서 나가자구요...

터벅터벅...


맘속 눈은 등뒤로 돌아간지 한참

날씨는 또 왜이리 좋은지...


다행이다 썬글라스를 껴서...


첫날 밤 밥은 잘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괜한 걱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