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6월의 이 길은 참으로 지루했다 지리산 대원사 유평계곡 길

하늘위땅 2012. 6. 8. 12:00

 날도 더워지고 돌아온 쉬는 날 그냥 빈둥빈둥 오랜만에 집에서 방바닥과 친구하고 그냥 있을까 했다.

피곤하고 몸도 축 늘어지고 그냥 쉬자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알람이 울리지도 않은 새벽이른 시간에 눈이 번쩍!


'아이고 좀 더 자면 될낀데..'


핸드폰을 잡아 시간을 보니 5시

다시 잠을 청하려 이불을 턱 밑까지 잡아 당겼다

그런데 눈은 말똥말똥


'야! 눈 감겨!'


반항을 하는 내 두 눈

잠이 확 떨쳐진 건 아닌데 잠을 거부하는 듯한 두 눈 혹은 머리와 몸


벌떡 일어났다


'그래그래 니들이 원하는 걸 해주마'


맘 한켠엔 피곤한데 그냥 자자 쉬자를 연호하고 있었건만 내 몸띠는 벌써 씻고 입고 싸고 들쳐 메고 신고 문을 열고 있었다.


'아! 이 어쩔수 없는 방랑벽이여'





거의 첫차를 탄 건 아닌가 싶었다

5시30분

이른 시간 버스안은 꽤 많은 사람들이 아침을 열고 있었고 

반은 졸립고 피곤하면서 반은 반짝반짝 어딜가나 설레는 맘을 가진 나도 그 아침을 여는 순간을 같이 했다


어스름 아니 희끄무레 아침이 밝아져 오고 있었다

24시간 하는 패스트푸드점에도 사람들이 까칠한 얼굴로 자신의 아침을 열기위해 먹고 있었다.


6시10분 진주행 버스를 탔다

얼마전부터 생각했던 그 곳에 가기위해.

지리산쪽으로 가려면 진주를 꼭 거쳐야하기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 교수가 말하지 않았더라고 먼저 다녀온 이들의 글을 통해서도 유평계곡을 하도 많이 

보고 들었던 지라 의심없이 대원사를 거쳐 유평계곡 길을 걷기로 했다.


진주에서 7시30분 대원사행 두번째 버스에 올랐다

어르신들은 잠도 없으시다

서너분이 같이 버스를 타고 지리산 근처 골짝 마을로 향했다


 

 

 

 



진주 시외버스터미널 4번 홈에서 원지를 거쳐 덕산을 지나 대원사 종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유평계곡에 대한 기대를 항거시 안고서

금세 졸리운 두 눈은 스르르 감겼다.


북적이는 소리에 비몽사몽 잠을 깨니 덕산이다

장날이라 그런가 보다

진주에서 탔던 어르신들 다 내리시고 골짝 마을로 돌아가는 어르신들 타신다.


또 잠속으로...

1시간 10여분 후 도착한 대원사 종점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내리는 사람은 딱 한사람


넘 좋다


오랜만에 호젓하게 즐길수 있겠구나 절루 콧노래가 나왔다


기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큰 소리로 하고 내렸다

지리산 언저리 바람이 아주 시원하고 상쾌하다

도시에서 끊이지 않던 기침이 아주 뚝 조용할 만큼..



대원사까지는 약 1키로정도

이런 포장길을 올라야 한다는 정보를 사전 입수했기에 불평없이 걸었다

숲이 우거져 아주 시원했기에 터벅터벅 걷는 걸음도 그다지 무겁지 않았다.


사진에 내가 등장하는 일은 드문데 요즘 법륜스님 책을 읽고는 가끔 사진속으로 들어가는 행위를 심심찮게 한다

날 보는 내 눈이 오글거려 피했는데 그럴 이유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끔 사진속 내 모습을 보며 날 참회하는 시간도 필요하니까..

참회합니다.

좀 적게 먹겠습니다

저 팔뚝을 좀 보십쇼

무거운 것 조금 덜 들겠습니다 하하하


누가 그랬다 왕파리 썬구리라고

그러니 누가 그랬다

지리산 노랑 왕파리라고..


문디손들 다 주거쓰!!


 

 

 


깊은 골짜기 물 소리가 아주 시원하게 들리는 계곡이다

짙은 초록의 숲이 청량감을 주었고 오래돤 소나무가 완전 좋았다.

소나무 너무 좋다.


 

 


천황봉까지 근 13키로라..

13키로...도대체 몇시간을 걸어야 가는거야

하루짜리는 택도 없다는 말이제


아이코야..


확 드러난 계곡을 보는 순간 알수 없는 두려움이 확 밀려왔다

커다란 바위가 계곡을 빽빽히 메우고 있는 것이였다

자잘한 내 두 손으로 어찔 할 수 있는 돌멩이와 바위만 봐 왔던 내 눈은 후덜덜 떨기 시작했다

저 바위가 어쩐것도 아닌데 내찔에 내가 놀랐다


제주도 검은 바당을 보고 아들과 둘이서 무서워 했던 그 느낌이였다

어쩔수 없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인가?


후덜덜....

 

 

 

 

퍼뜩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넜다

커다란 바위는 자꾸 따라오고 있었다.


모터를 단 것처럼 쌩하니 걸었다

휴! 드디어 일주문이 보였다.


또 쌩하니 일주문을 지나 오르니 (땀 좀 흘렸다)

대원사다.

비구니들이 있는 절이라지.

언양 석남사에도 비구니 절인데...


 

 



비구니들이 있는 절집이라 그런지 소담하고 정갈하다.

깨끗하게 잘 다듬어진 절 집이다.





유홍준 교수가 좋아한다는 그 장독대가.

반딱반딱 잘 닦여진 것이 어느 손길이 지났는지 알만하다.



 

 

 


잠시 나무 마루에 앉으니 이쁜 꽃이 핀 작은 화단과 전각의 한눈에 들어온다.

땀을 좀 식히며 눈을 감으니 '여기도 지리산 어느 언저리 맞는거지'

왜 지리산에 이리 목을 매는 건지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10시도 안되었는데 여름 해는 아주 사납게 내리쬐고 있었다.


정상 산행을 가려는 어느 청년의 커다란 배낭을 부러워하면서 먼저 절 집을 나와 계곡길을 걷기 위해 나섰다.



 

 

초록이 덮힌 계곡은 계속 오라고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고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흰구름까지 박혀서 이쁜 무늬를 만들며 손짓을 했다


땀이 좀 나면 어떠니 걷자.


 


유평마을 지나 조금 오르니 이건 뭐 완전 염잘질이다

천왕봉 가는 갈림길이 아닌가말이다

치밭목대피소까지 한 6키로인데 이쪽으로 갔다 올까 어쩔까..

한참을 서서 망설였다


치밭목대피소까지만 갔다 오면 안될까?

배낭에 뭐가 들었지...

이런 ...이런 꾸림으론 갔다 올 곳이 못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에이...



 

 

치밭목대피소 이름만 눈에 팍팍 박고 새재마을로 걸으려니 포장된 길이 어찌나 퍽퍽하고 팍팍한지 슬 짜증이 밀려왔다.


'어 이런 길이 계속 되는 건 아니겠지?'


차들이 심심찮게 오르고 내리고

호젓하게 혼자 걸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순전히 혼자만의 계획이였다는 것 그제서야 알았다.


쭉 뻗은 나무들이 가지들 맘껏 뻗어 그늘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면 그만 확 내려왔을 뻔 했다


또 사진에 등장을 한 이 사람..


 



계곡을 건너왔는데 다시 건넌다

삼거리도 지났고 곧 새새마을이다 싶었다.

마른 계곡엔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위협을 하듯 가득 차  있구나.

바위는 아무말 없구만 난 무섭다.


슬 하늘도 무서운 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늘도 없는 길이 10여분 이어졌다

땀을 아주 바가지로 흘리면서 낑낑 걸었다.


뒤따라오는 몇대의 승용차가 아주 미웠다.

이 골짜기까지 길이 열리고 차가 들어오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네

차를 타고 올때는 아~ 참 편하다 싶을것이고

걷고 올때는 저 차 저거 뭐냐! 이럴 것이고..


아~ 덥다

지금봐도 덥다

수건은 이미 땀으로 축축하고 눈까지 밀고 들어오는 땀이 얄밉다.


나무그늘에서 잠시 땀을 훔치니 저 아래 농장의 아주 조그만 개 한마리 앙살스럽게 짖어댄다


'난 아무짓도 안했다구 이 쉐이야!!!'





 



무서운 구름이 저 높은 봉우리부터 깔리기 시작했다


'오늘 비온다는 소리는 없었는데..'



 

 

 

좀 더 가면 새재마을이지 싶은데 빗방울 하나둘 머리로 떨어졌다


'안되!'


결국 새재마을을 앞에 두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내심 날씨 탓을 하면서 위안을 ㅡ.ㅡ;;;)


길가의 빨간 뱀딸기 녀석도 올라올때 몰랐던 산뽕나무 오디열매도 '칫 그럼그렇지 이런 길을 다 가리라 믿지도 않았다'고

비웃는 것 같았지만 산의 날씨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니 일단 후퇴..


'야! 오디 너 내가 다 따먹어주겠어'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는데 히히)



 

 

 

진짜 빠르게 왔던 길을 내려왔다

그래도 물에 발은 한번 담궈봐야 하지 않나

우리나라 최고의 탁족처라고 했는데...


하늘을 보니 무서운 구름은 잠시 멈춤이니

내려가기 쉬운 곳으로 슬슬 내려가 신발을 어렵게 벗고 발을 담궜다


'윽! 이 비릿한 냄새는 뭐랴'


물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가 아주 자극적으로 코속으로 들어왔다

이런 골짜기 물에서 왠 비린내..


물은 맑고 공기는 깨끗한데 이 비린내는 뭐란 말인가?



 



저 커다란 바위가 굴러내려올 것 같은 느낌이 확 밀려왔다

얼른 물기를 털고 양말을 신고 신발을 거칠게 눌러 신었다


그때 멈춰서는 한 대의 차

내가 발을 담군 곳이 쉬어가기 좋은 곳인가보다

두 부부는 각종 용품들을 차에서 꺼내며 내가 나가기를 기다리는 듯 했다.


'비린내가 왕등을 해서 오래 있지도 못하겠어요'


자리를 비켜주고 찻길로 올라서 신발끈을 다시 매고 있으니

내려오는 한대의 차가 잠시 또 멈춘다


'또 여기서 쉬다 갈 모양인가'


차문이 열리면서 남자사람이 묻는다


"내려가실거에요 타고 가실래요?"


오마이가뜨! 저 차를 내가 타야해?


"아뇨 그냥 걸어갈겁니다"


쌩하니 말도 끝나기 전에 달아나는 차 그리고 남자사람.


"뭐니?"


내려오는 길은 참으로 가깝다

가볍다

신난다

커다란 바위가 따라올 것 같은 생각도 안든다.


조용한 숲에 들어가 1시간여 산림욕을 즐기며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차소리를 즐기며 졸았다

바람이 찹다 느껴져 눈을 떠 보니 진주로 들어가가는 버스 나갈시간이 임박했다

후다닥 버스정류장까지 한달음에 도착을 하니 조금 여유시간이 남았다.

 



천황봉을 찍고 내려온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뭔가를 먹고 있는 정류장 휴게소 평상에 앉아서

천원짜리 노란봉다리 커피를 한잔 타 마시면서 그 사람들을 하염없이 바라 만 봤다

부러워서


그들이 진 커다란 배낭은 보이지도 않고 그들의 의기양양한 얼굴 표정만 보였다.

부르튼 발을 내놓고 엄살을 부리는 것도 부럽게만 보였고,

만족감으로 마시는 막걸리마저도 부러웠다.


왜 여자혼자 지리산에 가면 안된다고 겁을 주는거야!!


부러우면 지는 거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부럽다


올려다본 천황봉은 보이지도 않는데 부럽지 않겠나.


2시30분 진주행 완행버스를 타니 션한 에어컨 바람이 부러워하는 맘을 싹 날려버린다.

멍한 눈으로 창 밖의 지리산 언저리 마을을 하염없이 보면서 또 졸았다.

깨어보니 진주다.


6월의 그 길은 참으로 밋밋하고 더웠다.

비린내만 남았다.

그리고 이유없이 짖어대는 개 소리만 ..


언저리 말고 언제 정상에 오를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