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마 제대했어요

새카맣게 그을린 아들 얼굴 내 맘도 덩달아 까매졌다- 첫 면박 후

하늘위땅 2012. 7. 25. 11:32

먼 길을 갈 생각을 하니 면박 날짜를 정해놓고 부터 맘은 부산해졌다


'뭘 준비하지?'


로 시작된 걱정이 날이 갈수록 늘어갔다

어디서 잘까?

음식을 해 가야 하나?

어떤 경로로 가야 하나?


오만가지 걱정으로 몸살이 날 지경이였다.

아들은 엄마 볼 생각에 들떠서 하루 일과를 어찌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덩달아 맘이 바빠지고 바빠졌다.


여러곳에서 군화모님들의 후기를 읽고

찾아가는 경로와 준비물 등을 숙지하고 메모한 뒤

드디어 그날 7월20일 금요일 심야버스에 몸을 실었다


비몽사몽간에 도착한 동서울터미널 새벽2시

눈으로 숙지한 찜질방으로 바로 직행

피곤한 몸을 누이니 잠도 안오고 아들 얼굴만 아른거린다


설핏 잠이 든 것 같았는데 몸이 땀으로 젖어서 깼나보다

새벽4시 조금 더 자도 될 것 같은데 눈은 말똥말똥

주변에 널부러져 자는 사람들이 참으로 고요해 보였다.

1시간넘게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뒤척이다 불편한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아들을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


동서울터미널 발 사창리행 첫 버스 6시50분

한참을 서성이다 버스에 올랐고 토요일이라 그런가 좌석은 만원이다.

창에 머리를 기대니 설핏설핏 잠이 들다 말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참으로 좋은데 눈으로 들어올 생각을 안한다

가지고 간 디카도 조용히 대기 상태구만..

그냥 아들 생각에 정신이 없다.


그렇게 도착한 사창리 터미널

익히 글로 익히고 지도를 보고 위치를 익히고 

많은 군화모들의 글 속에서 본 그 사창리

울 아들이 2년을 보낼 곳 사창리다


생각한데로 버스 하차후 택시를 타고 아들 부대를 말하니 바로 쓩 달려가시는 택시기사님

기본요금보다 몇백원 더 나온 거리에 있는 아들의 부대다

입구에서 면회왔다고 하니 바로 면회 신청을 하란다

장부에 내용을 적고 먼저 온 부모님들과 아들들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커먼 얼굴을 한 아들이 뽀얀 얼굴을 한 맏선임과 나온다.

가까운 곳에 막사가 있는 모양이다.


"울 아들 민석이 왔네요 석아!"


왈칵 눈물이 나오려했지만 어색하게 눈물을 참는 아들을 보니 웃음을 지었다.


"옴마......................"


"그래 잘 있었나?"

(왜 이런 말밖에 못하지 ㅡ.ㅡ;;;;)


"응...옴마는 인제 안아프나?"


내 어깨를 토닥이는 아들

그간의 그리움 보고싶음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인가보다


"근데 울 맏선임은 얼굴 뽀얀데 울 아들은 얼굴이 새카맣네요"


미안한듯


"아..예 저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고 이병은 밖에서 일을 하다보니...."


맏선임이 대답을 한다


"아.."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까서야 감을 잡은 엄마 ㅎ

배꼽인사는 안했지만 눈으로 '울 아들 잘 좀 돌봐주소 선임 아들아' 라고 싸인을 엄청 날렸다.

드디어 아들과 부대를 나왔다


급 화색이 도는 아들 얼굴

말도 잘 안하던 녀석이 이것저것 묻고 대답하고 종알종알 시끄럽다

이것도 달라진 모습

엄마 먼저 챙기는 것도 달라진 모습


춘천에서 1박





아들은 그간 끊어졌던 인연의 끈을 연결하느라 바빴고

엄마는 긴장이 풀어진 탓에 낮잠을 곤하게 5시간을 잤다는...

닭갈비도 먹고

피자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도너스도 먹고

늦게까지 잠을 못 자는 아들


"와 잠이 안오나?"


"아니.. 자면 금방 아침이잖아 그럼 들어가야 할 시간이잖아"


"뇬석아 안 자면 아침이 안와 자라 편하게"


뒤척이다 겨우 잠 든 아들

일찍 일어났다

어제와 다른 얼굴 표정

슬 걱정이 밀려오는 모양이다.

일과는 무리없이 해내고 있는 것 같은데 뭐가 다른 문제가 있는가 싶어

슬쩍 떠보니 그것도 아니다.


"걱정되나 벌써?"


"웅.. 가기싫다.."


"안가면 우짤라꼬?"


"그렇긴 한데........"


급 분위기 다운되는 아들이다.

큰일인데 조용하고 소심한 녀석이 응티를 부리면 무서운데

21살이나 먹고도 응티를 부릴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시원하이 내리는데 아들은 더 침울해진다


"비까지 오네.."


어쩌나 아들아 힘내라...


조금 일찍 복귀를 시키기로 하고 사창리로 출발을 했다.

자꾸 맘이 이래저래 흔들리니 아예 더 그러지 않도록 원천봉쇄를 해둬야 할 것 같았다

아들도 암말않고 따라온다.

사창리에서 뭘 좀 먹여 보내려니 먹기 싫단다

어중간한 시간이라 들어가도 저녁을 먹지 못할텐데...

따뜻한 유자꿀차 한병을 사서 마시라고 하고 부대앞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위병소 앞.

시커먼 얼굴이 이제는 완전 흙빛이다.

엄마 맘은 철렁이다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엄습을 하는 모양이다 아들은..


처음 자대배치를 받고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고 했다

자대오는 차안에서 밖을 보니 꼬불꼬불 산길

보이는 건 첩첩산 산산산

그땐 민가도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으로 

이런 산골짜기에 떨어뜨리고 가는 차를 보면서 울고 싶었다고 했는데...


그 맘이 아련하게 느껴져서 그때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뭐라 위로해줄 말이 없었다.


누구나 가는 군대 뭐가 그리 힘들다꼬 ...라고 말할수도 없고

엄마가 대신 복무하까 ...라고도 말할수도 없고

잘 견디봐라 니 인생이 꿀이 될끼다 ...라고 말하는 것도 약발이 없을 것 같고..


미안하기 이를때가 없었다

지금 군인이 되어 용을 쓰고 있는 우리 아들들에게 말이다.


군대가 캠핑 온 것 처럼 재미있었다는 노홍철을 닮아서 그리 생각하라고는 

말 하지 못하겠지만 어차피 보내야 할 시간

좀 즐거웠으면 좋겠다

좀 덜 힘들다 생각했으면 좋겠다

재미있다 새로운 경험이 놀랍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경험을 같이 공유할 많은 형제들을 만들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엄마들 맘은 대부분 이렇다 아들들아.




좀 시원하니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