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도시락 반찬이였던 감자조림.
초등학교 3학년때인가 봅니다
일주일에 딱 한번 특활시간이 있는 수요일은 도시락을 싸가는 날이였습니다.
3학년 올라간 첫 도시락 싸가는 날
집에 도시락도 없고 엄마는 싸줄 생각도 안하고 징징 울면서 그냥 학교로 갔습니다.
밖에서 음식을 사 먹어 본 적도 없고 소풍 말고는 도시락을 먹을 기회가 없었던 그때
생각지도 못했던 수요일 .
3교시 수업을 한창 하고 있는데 드르륵 교실문이 열립니다.
다들 교실문쪽으로 시선이 일제히 향했는데 옴마야!!
울 신여사님이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절 찾네요
"오갱미 도시락 가지고 왔는데"
아! 창피창피..
일단 선생님이 받아서 건네주시는데 어찌나 창피했던지.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옴마 빨리 가라"
이랬던 것 같습니다.
드디어 점심시간.....
보자기로 싸 온 엄마의 도시락
열기도 전에 더 창피해서 어쩔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네모난 도시락이 아니였기 때문이였죠
동그란 찬합임을 단박에 알겠더라구요.
'도시락에 싸오지 이기 머꼬'
어린 맘에 참 싸가지 없는 생각을 다 했더랍니다.
친구들이 볼까봐 보자기로 반쯤 덮고 고개를 숙이고 찬합 두껑을 열어보니
금방 해서 가져 온 듯 윤기가 좌르르 나는 밥에서 따뜻한 김이 올라고고
갓 조린 반찬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겁니다.
집에서 먹던 내 숟가락 젓가락으로 그 많은 찬합 밥과 금방 만든 감자조림 어묵조림 김치를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습니다.
배부르게 먹고 나서도 맘속으론 도시락 통에 좀 가져오지 불만이 가득했던 것 같네요.
도시락 안싸서 보냈던 울 신여사님 맘도 편하지 않았을텐데,
그래서 부랴부랴 밥과 반찬을 해서 딸래미 배 곪지 말라고 꽃단장을 해서 학교로 왔을텐데 말입니다.
오랜만에 그때 그 맛을 느껴보려 기억을 더듬어 옛날 엄마손 맛 감자조림을 해 본 날
날씨가 왜 이리 꾸리꾸리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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