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지리산 둘레길 하동호 - 삼화실 - 서당마을 - 하동안내센타

하늘위땅 2013. 6. 5. 10:30



프로야구 개막으로 다른 모든 일상외 생활은 올 정지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너무 빠지는 건 아닐까하는 염려가 없는 건 아닌데 훅 빠지는 것을 말릴수가 없습니다. 집중하면 할수록 야구장만 아른거리는 걸 보면 - 처음 도보여행을 시작했을때 길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는데 - 관심의 대상이 야구로 빠진 것이 나쁘다고만도 할 수가 없습니다. 즐기는 본인도 그것때문에 다소 상승된 감정곡선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야구경기가 없는 월요일 하필 휴무날이 딱 걸렸습니다. 기다릴 야구도 없고 딱히 정해진 일도 없으니 하루가 엄청 길지나 않을까 괜히 짜증이 확 올라오는 것 같아 전날 무작정 배낭을 꾸렸습니다. 몇군데 가고 싶은 곳을 적고 보니 그간 너무 외면을 했던 여행지 목록이 애처롭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미안미안 그렇다고 너희들을 완전히 지워버린 건 아니다 모'


끄적끄적 밤 11시에 서너군데로 장소를 압축한 뒤 눈감고 찍기를 합니다.

딱 걸린곳이 지리산 둘레길 이어걷기였습니다. 일기예보를 먼저 살펴보니 비는 오지 않을 것 같고 다소 뜨거운 날이 될 것같다는 것이 지리산 둘레길로 확정을 짓게 합니다. 오늘의 운세에서는 남동쪽 혹은 남쪽으로 여행을 어떤 목적을 두지 말고 가라고 했는데 지리산길 방향은 서북방향이 되는데 잠시 망설였지만 워낙 좋아하는 지리산 둘레길이라 결정!


알람은 4시30분 울립니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올리고 준비를 합니다.

진주행 첫차를 타야만 진주서 청학동 가는 버스를 탈수도 있을 것입니다.

6시10분 진주행 첫차를 무사히 잡아 탑니다. 졸립지도 않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덩치 큰 아주머니 너무 심하게 아침잠을 즐기시는데 불편하였습니다. 코도 골고 고개를 자꾸 어깨로 디밀어서..


딱 7시5분경 진주버스터미널에 차가 도착을 하여 후다닥 내려 청학동행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표를 사러 갔더니

매표소 아주머니 행선지를 말했더니 그런곳은 안간다고 매몰차게 말합니다. 분명히 하동호를 지나서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하동호라는 곳은 없다고 짜증을 폭발하시네요. 아무리 내가 몇번이나 물었기로서니.

버스운행기사한테 물으니 그런곳은 또 모른다고 합니다. 참으로 얼척이 없어서 할 수 없이 하동행 버스를 7시20에 타고 이동을 하게 되었네요. 속에서 부글부글.


'오늘 방향이 맞지 않는 곳으로 가서 이런가 괜히 재수 없는 것 아닌가'


급하게 조회를 해보니 하동터미널 출발 청학동행 버스가 8시40분에 있어서 또 맘이 급해집니다.

진주발 하동행 버스는 완전 완행입니다. 쉬엄쉬엄 언제가나 맘은 동동거립니다.

8시29분에 하동에 도착을 한 버스 재빨리 매표소로 이동 하동호 표를 사려고 하니 8시30분 버스니 어서 가라고 합니다. 이런...서둘러 탑승구로 가니 막 떠나려고 하는 버스를 잡아 탑니다.

새벽부터 완전 혼비백산입니다. 일진이 별로 좋지 않은 날이 될 것 같은 예감이 팍팍팍 듭니다.


'그만 돌아가버릴까 괜히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는 건 아닐까?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중간에 돌아가는 것도 싫고 계속 가는 것도 조심스럽고 이런 맘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데 하동호에 버스가 도착을 해버렸네요. 할 수 없이 하차를 합니다. 걸어야지 별수가 없습니다. 에혀.





하동호 물은 작년이나 올해나 같은 색으로 조신하게 머물고 있네요.

그때 그 물은 아니겠지만 .





출발.

예사롭지 않은 날씨를 예감하면서 썬캡과 양산용으로 가져온 우산을 펼쳐듭니다

9시05분 하동호를 출발합니다.


아무도 없는 하동호..




땡볕을 걷게 됩니다 초반부터.

완전 무방비 그늘도 없는 뚝방길을 걷습니다.

우산을 썼더니 견딜만한 햇빛이긴 합니다.





매실이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을 끼고 걷는데 이상야릇한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아이고 이기 무신 냄새고 끈적하이"


딱 고개를 들고 보니 이런덴장다라이.

이상야릇하게 생간 꽃이 치렁치렁 늘어져서 요상한 향기를 마구마구 발사를 합니다.

코를 가까이 갖다대니 어머나! 구역질이 날라합니다.


"이기 밤꽃인가베. 거참 냄시한번 고약시럽네"





밤꽃의 생존본능인 느끼한 꽃냄새를 억지로 맡으며 잠시 뜨거운 태양을 외면합니다.

그 아래 영글어 가는 매실, 금방 모내기를 끝낸 논에는 어느새 연두색 개구리밥인지 물풀인지 가득 폈습니다.

개구리밥은 아니고 뭘까요?

개구리 보기가 어려워서.


하동댐 아래 뚝방길을 헉헉 거리며 걷다가 국도변으로 올라섭니다.

평촌마을인가 봅니다.

우체국앞을 지나다 아들에게 쓴 편지를 가지고 왔다는 생각에 다시 돌아가 편지를 우체통에 쑥 넣고 다시 걷습니다.


땀이 삐질삐질 어느새 목덜미를 차지합니다.

덥다 더버.





편지가 '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거 제 시간에 수거를 해 갈까요?

아들 휴가 나오기전에 받아 봐야하는데..




국도를 따라 조금 걷다가 논과 밭사이 길로 다시 내려갑니다.

국도를 따라 더 걸어도 되는데 더워서 푹신한 흙길을 선택합니다.

모내기 끝 낸 논과 비닐하우스에선 취나물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취나물도 재배를 해서 파는 모양입니다.

하동에는 저런 비닐하우스에서 산채종류들을 많이 재배하고 있네요.




하천으로 내려갔는데 막다른 길이라 어디로 갈지 몰라서 다시 국도변까지 올라가니 분명히 아래로 내려가도록 표시가 되어 있네요.

끝까지 내려가니 맨아래 밭둑길이 희미하게 걸을만한 넓이로 있어 그 밭길을 걸어 끝까지 가니 하천으로 내려가는 계단과 지리산길 표시가 보입니다. 돌다리를 통통통 건너서 무방비 자외선을 그대로 맞으며 뚝방길을 또 걷습니다.





햇빛이 너무 따가워 과연 오늘 걷기 성공을 할까 싶을때 만난 그늘진 논 옆 농로길입니다.

시원한 오아시스 같더군요. 옆의 논에서 한창 논갈이를 하고 모내기 준비를 하느라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러웠지만 전 또 걷습니다.

그 분의 눈에 제가 쫌 이상해보였을까요?




이제 관점마을로 들어섭니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길 나무 매실나무와 밤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니 한결 시원합니다

살 것 같다는 표현은 이때 사용하는 겁니다 하하






이런 길 참 좋습니다. 시원하이.





짧은 산길을 벗어날 모양입니다. 대나무 숲을 아쉽게 지납니다.




명사마을을 지나니 모내기 끝낸 논에 나머지 손질에 바쁜 우리 어머니가 허리를 펴지도 못하고 모를 다시 심고 계시네요. 인사라도 하며 지날것인데 너무 죄송한 맘에 그냥 쑥 지나치고 맙니다.


저 어린 모가 튼튼하게 잘 자라길 마음으로 빌면서 말입니다.





명사마을 지나고 상존티 마을까지 내리 이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됩니다. 차량 왕래는 없었지만 그늘 한 점 없는 이 길을 한참을 걷고 또 걷고 들고간 양산 대용 우산을 다시 펼치니 이런!!! 살과 천이 따로 분리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실이 삭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그래도 대충 우산을 펴서 햇빛을 가리며 걸었는데 아 이 우산이 바람한번에 휙 꺽이면서 살과 천이 완전 분리되어 이건 뭐 그늘을 커녕 짐이 되어버리는 꼴이 되어 아무렇게나 접어 배낭에 쑤셔넣고 속아서 산 만원짜리 자외서차단 90% 썬캡에 얼굴을 내 맡기고 걷게 됩니다.




 

저 멀리 하존티 마을이 보입니다. 마을 입구 정자에서 잠시 쉽니다.

그늘은 그래도 시원하고 바람도 그다지 후덥지근하지 않아서 10여분 휴식이 다시 기운을 불끈 나게 합니다.

전의 다지고 다시 뜨거운 아스팔트 길 위에 발을 내 딛습니다.






도로변에는 매실도 주렁주렁 감꽃이 소담하게 피어 감을 만들고 있었고 머리위로 뚝 떨어지는 오디란 녀석 때문에 가지를 잡고 잘 익은 오디 딱 5알을 입안으로 쏠랑 넣습니다. 색은 잘 익는 까만색인데 맛은 덜 여문 풋맛이 납니다. 좀 더 햇볕의 숙성을 거쳐야 될 녀석들이였네요. 입가에 묻은 오디의 흔적을 지우고 걷습니다.





이 길은 어드메쯤에서 끝이 나려나...

저 반사경속 길은 끝이 안보이네요.





끝이 없을 것 같은 그 길도 끝이 나고 상존티 마을을 지나오니 폭삭한 숲길로 들어섭니다.

존티재를 넘어서면 삼화실이 나오겠지요 해발 300도 안되는데 오르막이 다소 거친 숨을 몰고 옵니다.

몇알 먹은 오디가 식욕을 엄청 자극했는지 침샘 분비가 활발하고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합창을 해댑니다.


존티재 장승앞 돌탑에 돌 하나를 얹으며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고 고개를 드니 여장군상이 혀를 낼름하고 쳐다보네요 하하하. 보골채우는 것처럼 말입니다.





존티재를 넘어 도착한 11구간 종착점 삼화실입니다. 폐교된 삼화실초등학교가 말끔하게 새 단장을 하였네요.

들어가보려다 가는 길이 많이 남아 잠시 밖에서 머뭇거리며 구경만 하고 마을앞 정자나무 그늘마저도 외면을 하고 서당마을로 향합니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해 이정마을 시원한 정자아래서 잠시 쉽니다.

따뜻한 둥글레차 한잔으로 갈증을 해소합니다.

바람소리가 참 맑은 곳입니다.


마주보이는 산위로 난 시멘트 포장길이 왠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처럼 보여 아찔합니다.

아니다 다를까 이정마을 지나니 찻길을 건너 이정마을에서 보았던 그 오르막 시멘트 포장길로 오르게 되어 있네요. 땀은 비오듯 온 몸 샤워를 시키고 짭쪼름한 소금기를 얼굴에 진득하게 남기네요.


길 양쪽은 매실나무 과수원입니다.

매실 따는 사람도 없는데 매실은 여물어가고 있고 간간히 보이는 뽕나무가 자꾸 유혹을 해서 또 오디를 따 먹습니다. 딱 한나무당 5알만 좀 양심적이죠?






오디 따 먹느라 앞을 주시 못했는데 위쪽에서 뭔가 이상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옴마야 세상에 고라니 한마리가 떠억허너 절 쳐다보고 있습니다. 어찌나 놀랬던지. 산돼지 보고도 놀라지 않았는데 고라니 녀석보고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오디 따 먹는 절 쳐다보는 것이 그만 먹어 하는 것 같아 슬그머니 손을 내리고 그 녀석 앞으로 다가가니 푸다닥 숲으로 숨어버리네요.


'오디도 먹나 고라니가?'


숲에 숨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 옆을 지나가니 푸다닥 또 도망을 가는데 그 소리에 또 어찌나 놀랐던지.

게다가 작은 뱀 한마리가 밟히기 일보직전에 스스슥 발밑을 지나 도망을 가네요.


'아이 이기 머꼬 오늘 일진이 이래서 남동쪽이였구나 '


바람소리에 조차 놀랄 판입니다.






헉헉 거리며 그 가파른 포장길을 올라오니 다시 내리막길 저 멀리 서당마을이 보입니다.

지난번 서당마을 거쳐서 걸었던 곳이라 낯익은 마을입니다.


가자 가자 봄 마중 지리산 둘레길에서 - 서당마을에서 악양 대축마을까지 12구간



서당마을에서 버스 시간이 맞으면 하동으로 나갈 생각을 했는데 버스 들어올 시간은 한참이나 남았고 걸어서 가는 것이랑 비슷하게 도착을 할 것 같아 걷기로 합니다. 서당마을에서 하동읍으로 나가는 버스는 2시30분경 그 위 마을 신촌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게 됩니다.

1시5분 서당마을 도착,
하동호에서 9시 5분 출발을 했으니 4시간이 걸렸습니다.









서당마을 도착하기전 잠시 시원한 그늘아래서 한숨 돌리고.



서당마을 갈림길 도착. 1시05분




하동읍안내센터로 내처 걷기로 하고 서당마을 당산나무 아래 잠시 발길을 멈추고 쉬다가 저 멀리 우계저수지 둑을 배경삼아 한 컷!


컥!  저 뒤로 보이는 아득한 고개를 그땐 어찌 넘었는지...





무사히 땡볕아래를 통과하고 그나마 걷기 좋았던 산길을 걷게 되는데 풀이 어찌나 많이 자랐던지 괜히 살인진드기 걱정에 걷는게 다소 불편했답니다. 풀 베기 작업을 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긴바지, 긴팔 아니면 큰일날 뻔 했네요.


하동읍이 보이니 이상하게 안심이 되는군요.

지리산 둘레길 걸으면서 이렇게 힘든 날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너무너무 힘들었던 날.

일진이 안좋은 방향이어서 그랬을까요?





하동안내센터에 3시 5분 도착

하동읍 출발 딱 6시간 걸렸습니다.

마지막 남은 둥글레차 한모금에 땀을 잠시 식힙니다.


* 하동호 찾아가기


진주버스터미널 7시10분 청학동행 청암댐 표 끊어서 갑니다.

하동으로 가서 청학동 행 버스로 하동호에 하차합니다.


날이 더울땐 조금 일찍 걷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마을을 지날때 어르신들을 만나면 꼭 인사를 합니다.

걱정하시는 한마디에 꼭 대답을 해 드립니다.

농작물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절대.

(오디는 괜찮았을까요?)